아어우리말(59)/ ‘서슴치’는 서슴지 말고 ‘서슴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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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어우리말(59)/ ‘서슴치’는 서슴지 말고 ‘서슴지’로
  • 이혜선 편집위원
  • 승인 2018.03.29 13: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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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다르고 ‘어’ 다른 우리말
(서슴-)+(-지) → 서슴지
(무심하-)+(-지) → 무심치
익숙하-)+(-지) → 익숙지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입니다.”
경찰을 미친개에 빗댄 자유한국당 당대변인 장제원 의원의 서슴없는 발언이다.
이에 대한 비판여론과 역풍이 예사롭지 않다. 급기야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고 부처님 눈에는 부처만 보인다”를 뜻하는 현직경찰들의 팻말까지 등장하면서 사태가 커지고 있다.
“평소 욕설과 폭력을 서슴치 않았다”, “중국은 대만 해협에서 직접적인 군사 충돌을 준비해야 한다며 협박성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지엠(GM) 측은 한국GM 공장 일대를 외국인 투자지역으로 지정해 달라는 무리한 요구도 서슴치 않고 있다”
이처럼 주저함 없이 저돌적으로 나설 때 흔히 ‘서슴치 않다’라고들 한다. 그러나 모두 ‘서슴지 않다’로 고쳐야 맞다.
‘무심하다’, ‘허송하다’가 어미 ‘-지’와 결합할 때 ‘-하-’의 ‘ㅏ’가 탈락하고 ‘ㅎ’이 다음 음절의 첫소리와 어울려 ‘무심치’, ‘허송치’로 바뀌는 것과 연관 지어 ‘서슴치’가 바른 표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서슴하다’가 ‘-지’와 결합해 ‘서슴치’로 줄어든다는 것인데, ‘결단을 못 내리고 머뭇거리며 망설이다’는 의미의 동사는 ‘서슴다’이다. ‘무심하다’, ‘허송하다’와는 달리 어간에 ‘-하-’가 없는 말이다. ‘서슴하-’가 아닌 ‘서슴-’이 어간으로, 여기에 ‘-지’가 붙으면 ‘서슴지’가 된다.
입속에 넣고만 있다, 눈물을 안 흘리고 지니다는 뜻의 동사 ‘머금다’를 ‘머금하다’로 쓰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기본형이 ‘머금다’이므로 “오래 머금치 마라”, “습기를 머금치 않아 다행이다”처럼 사용해선 안 된다. 어간 ‘머금-’에 ‘-지’가 붙은 꼴로 모두 ‘머금지’로 적어야 한다.
‘서슴다’는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머뭇거리며 망설이다’를 뜻하며, 주로 ‘서슴지’ 꼴로 ‘않다’, ‘말다’ 따위의 부정어와 함께 쓰인다. “그 사람은 귀찮은 일에 나서기를 서슴지 않는다”, “서슴지 말고 대답해라”처럼 쓴다. 기본형이 ‘서슴다’이기 때문에 ‘서슴지’로 활용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서슴치’ 표기를 서슴지 않고 사용하는 사람이 많다. 이는 ‘삼가다’를 ‘삼가하다’로 잘못 알고 ‘삼가하여’로 활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삼가다’가 기본형이기 때문에 ‘삼가여’로 표기해야 맞는 말이 된다. 이젠 ‘서슴치’는 서슴지 말고 ‘서슴지’로 사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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