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에서서(26)/ 오디오 앞에서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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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위에서서(26)/ 오디오 앞에서 · 1
  • 선산곡
  • 승인 2018.04.04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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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주는 감회를 정리하자는 욕심이 문득 생겼다. 무심히 듣다보면 어떤 곡들은 삶에 대한 여정을 되묻기도 할 것이다. 그 많은 레퍼토리는 보통의 가치를 지닌 것이지만 간혹 크게 얽힌 사연도 있을 것이다. 그 상념을 되새겨 보는 것이 의미 있겠다싶어 장르 구분 없이 음악을 만날 작정을 했다. 몇 곡이 될까. 수십 아니면 수백곡이 될지도 모른다. 우선 아무 시디나 한 장 뽑아들었다.
<체 게바라여 영원하라>
체 게바라. 쿠바의 혁명에 참여한 아르헨티나 사람. 의사였고 혁명가였던 그가 혁명에 성공한 쿠바를 떠나 볼리비아로 가기로 했을 때 동지였던 피텔 카스트로에게 ‘Hasta Siempre 영원하라’는 뜻의 편지 한 장을 남겼다. 그 문장을 인용하여 카를로스 프에블로란 사람이 작곡한 곡이다. 게바라의 젊은 시절을 영화화한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를 보면 그가 훗날 혁명에 뛰어들게 된 의지의 축적이 민중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영화에서 이 노래는 당연히 나오지 않는다.
베레모를 쓴 게바라의 유명한 사진은 코르다라는 사진작가가 찍었다. 김일성과 함께 찍은 불편한 사진도 있지만, 명암을 단순화 시킨 사진 하나는 ‘뜨거운 혁명가’라는 가치를 지니게 되었다. 우리에게 혁명은 필요한가. 이 시대에 던질 물음은 아니지만 이 곡에 스며있는 약간의 애조는 주인공의 비운을 연상시킨다. 그는 자기 나라가 아닌 남의 나라 혁명에 몸을 던진 한 시대의 풍운아다. 그의 명언이 많이 회자되고 있지만 ‘내가 살아가는 이유, 당신이 사는 이유와 같다’는 말은 내 기억에 남아있다. 우리가 사는 이유는 어쩌면 모두 같다. 게바라, 그는 특별했지만 또한 사는 이유의 답처럼 ‘다만 그렇게 살다’ 죽었다.
듣는 음악은 빅토르 하라의 노래다. 빅토르 하라는 <게바라의 삼바>라는 곡도 작곡하여 불렀다. 솔레다드 브라보가 기타반주로 부르는 것이 대표적이지만 나는 그리스의 요르고스 달라라스가 부르는 게 좋다. 최근에 나탈리 카르돈이 부른 뮤직비디오를 본 적 있다. 조롱받았던 게바라의 죽음, 그 실제 장면에 가수의 움직임을 접목시킨 작품이었다. 눈을 뜬 채 죽은 게바라, 그가 사는 이유는 곧 죽음으로 얻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수의 죽음처럼 게바라도 죽음을 조롱받았다. 수십 년 전 영화 <나사렛 예수>의 스틸 중 예수로 분한 로버트 파웰의 가시관을 쓴 얼굴이 있었다. 그 명암이 단순화된 사진과 게바라의 사진이미지가 흡사하다고 느낀 것은 나만의 생각이었을까. 많은 사람들이 예수와 게바라를 비교하는 시선에 나는 놀랐다.
<꿈을 꾼 후에>
가브리엘 포레가 로메인 뷔신(Romain Bussine)의 시에 붙인 짧은 가곡. 소프라노  바바라 헨드릭스 버전에 잠시 눈을 감는다. 미국 메부리코 가수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와 소프라노 마리 데니스 펠티에, 신영옥, 리처드 용제오닐의 비올라 연주도 있다. 누구의 버전이 되었던지 이 곡을 만나면 무조건 두 번씩 듣는다. 짧아서가 아니고 꿈을 깨기 싫은 탓도 아니다. 그냥 습관일 뿐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것, 장자의 꿈도 프로이드의 거창한 분석도 아니다. 다만 자다 꾸는 꿈에 불과한 인생의 길은 어디까지일까. 굳이 생각하자면 망각을 동행한 길일뿐이다. 그 많은 인생의 꿈을 꾸었지만 자다 꾼 꿈처럼 기억에서 지워낸 것들도 많았으니 꿈도 망각도 그리 먼 곳에 있는 것은 아니다. 
‘돌아와요, 밤이여.’
헨드릭스가 마지막 흐느끼는 소리다. 꿈을 꾸었던 그 밤의 기억이 도대체 무엇이었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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