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 위에 내린 벚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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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 위에 내린 벚꽃
  • 서보연 기자
  • 승인 2018.04.11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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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흘만 있으면 4ㆍ16 세월호 추모 4주기가 돌아온다. 벚꽃과 라일락 핀 아름다운 봄날과 더 선명하게 대비되는 아픈 기억...
지난 9일 순창교육청 안에 있는 북카페에서 세월호 추모 영상을 보았다. 이날 상영한 다큐 중 <어른이 되어>는 세월호 생존학생인 애진과 맞닿은 시간을 살아온 동갑내기 지수가 얘기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다큐 중반에는 장애진 씨가 촛불집회에 참여했던 대한민국 천만 국민이 독일 ‘에버트 인권상’ 수상을 하게 됐을 때 시민대표로 참석해 연설문을 읽는 장면이 들어있다. 그 소리를 함께 나누고 싶다.
<안녕하세요. 저는 2014년 4월 16일 대한민국 진도앞바다에서 침몰한 세월호에서 탈출하여 살아남은 당시 단원고등학교 2학년 1반이었던 지금은 대한민국 대학에 재학중인 장애진이라고 합니다. 갑자기 배가 기울었습니다. 저흰 당황하였지만 그 당시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그러는 도중 한 친구가 인터넷을 보다가 우리가 뉴스속보에 떴다고 말해주어 상황의 심각성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침착을 유지하려 하였고 배운 대로 안내방송을 잘 따랐습니다. 혹시나 사고가 나면 ‘안내방송을 잘 듣고 어른들 말씀을 잘 들어라’라는 항상 들었던 이 말처럼 우리는 정말 잘 듣기만 하였습니다. 하지만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세월호 청문회 열렸을 때 누군가 ‘아이들이 철이 없어서 못나온다’라고 말했지만 우리가 정말 철이 없었으면 더욱더 그 배안에 있지 않고 밖으로 나왔을 겁니다. 친구들이 모두 철이 없었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그랬다면 다 살아 나왔을 텐데 말이지요. 저는 항상 부모님에게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다른 사람들보다는 트라우마가 없다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다른 친구들은 약을 먹기도 하고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하고 트라우마로 인해 자살을 시도하는 친구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친구들 생각에 눈물이 날 때가 있습니다. 그 친구가 살아있었을 때 함께 걷던 길이나 그 친구 집 근처를 지나갈 때는 너무 마음이 아파옵니다. 꿈을 꾸기도 합니다. 배가 침몰하는 꿈도 꾸고, 큰 배를 타고 친구들과 같이 이야기를 하고 생일날 제 꿈에 친구가 나타나서 그 친구랑 말하는 꿈도 꿉니다. 꿈에서 깨어나면 ‘아 꿈꾼 거구나’ 라는 허무감이 듭니다. 이런 것도 다 트라우마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저는 트라우마가 없을 거라고 믿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저는 그 당시 어쩌다가 방안에 혼자 남겨졌는지 그 상황이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제가 방에서 나와 복도가 아닌 벽을 짚고 비상구를 향해 걸어갔는데 뒤를 한 번만 돌아보았다면 친구들을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과 제가 빨리 나오라고 소리를 질렀더라면 친구들이 탈출할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죄책감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이 죄책감은 평생 가지고 갈 것 같습니다. 아마 이 죄책감은 저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 겁니다.>
없다고 생각했지만 존재했던 트라우마를 끄집어내어 동갑내기 친구 지수에게 털어놓고, 촛불집회 때는 광화문 광장에서 연설을 하고, 독일 에버트 인권상 수상때 시민대표로 연설을 한 장애진 씨의 마음위에, 세월호 생존자 친구들과 피해자 가족들 마음 위에 벚꽃이 내리고 내려지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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