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어우리말(60)/ 띄어쓰기에 따라 의미 달라지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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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어우리말(60)/ 띄어쓰기에 따라 의미 달라지는 말
  • 이혜선 편집위원
  • 승인 2018.04.11 16: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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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다르고 ‘어’ 다른 우리말
첫날밤→초야(初夜
첫날 밤→첫날의 밤
다음날→나중에
다음 날→특정일 다음 날짜

“불면의 첫날밤을 보낸 엠비(MB), 첫 끼니는 모닝빵에 두유”
이명박 전 대통령이 뇌물과 횡령 등 16가지의 혐의로 구속 수감된 이튿날, 관련된 수많은 기사들 가운데 가장 인상 깊었던 글귀다. 잘 잤는지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에 대한 관심보다는 바로 ‘첫날밤’에 관한 표현 때문이다.
우리말은 띄어쓰기에 따라 그 의미가 완전히 달라지는 경우가 있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첫날밤’이다. “첫날밤(첫날 밤)을 뜬눈으로 지새우다”의 경우 ‘첫날밤’과 같이 붙여 쓰면 신랑과 신부가 결혼 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초야(初夜)’를 의미하게 된다. “기억에 남는 첫날밤은커녕 결혼식 후 긴장이 풀려 초저녁부터 곯아떨어지고 말았다” 등처럼 쓸 수 있다. 반면에 ‘첫날 밤’과 같이 띄어 쓰면 말 그대로 ‘첫날의 밤’을 의미하게 된다. “장시간 비행으로 매우 피곤했지만 여행 첫날 밤을 그냥 보낼 수는 없었다”, “이사 온 첫날 밤은 너무 기뻐서 잠이 오지 않았다”와 같이 쓰인다.
당연히 서두의 예문은 “불면의 첫날 밤을 보낸 MB, 첫 끼니는 모닝빵에 두유”와 같이 고쳐 써야겠다.
이와 비슷하게 ‘다음 날’과 ‘다음날’도 띄어쓰기에 따라 뜻이 완전히 달라진다. “혹시 다음날 보게 되면 안부나 전해 주세요”에서와 같이 막연한 미래를 가리킬 때에는 ‘다음’과 ‘날’이 만나 만들어진 합성어 ‘다음날’을 써야 한다. 흔히 그냥 인사치례로 “다음에 술이나 한 잔 하자”라거나 “담에 밥이나 먹자”라고들 하는데 비슷한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참고로 ‘다음에’를 ‘담에’라고 하는 것처럼 ‘다음날’을 줄여서 ‘담날’이라고 쓰기도 한다. “담날 다시 뵐 때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등과 같이 사용된다.
그렇지만 ‘다음’과 ‘날’을 띄어 쓸 경우에는 전혀 다른 뜻이 된다. “대통령의 공약대로 어버이날이 법정공휴일로 지정된다면 어린이날이 토요일, 일요일, 어린이날 대체휴일인 월요일, 그 다음 날 어버이날까지 4일 동안의 황금연휴가 이어지게 된다”에서와 같이 말하고 있는 날의 바로 다음의 날을 의미하게 된다.
동일한 철자를 쓰는데도 이렇게 띄어쓰기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 이유는 무얼까. ‘다음날’과 ‘첫날밤’ 모두 원래 지니고 있던 의미가 완전히 변해 버렸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독립된 하나의 단어로 인정됐으므로 붙여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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