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쟁깃날 세워 갈아엎는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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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쟁깃날 세워 갈아엎는 봄이다
  • 오은미 전 도의원
  • 승인 2018.04.11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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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미 전) 전라북도의회 의원

정부가 올해부터 2년 동안 쌀 생산량을 줄이겠다며 논에 타작물을 심는 사업을 시행한다고 한다. 이 계획은 처음이 아니고 2005년 쌀 생산조정제, 2011년 타작물 재배 사업에 이어 세 번째다. 쌀 생산량을 줄이려는 목적으로 시작된 사업이었으나 생산된 타작물의 가격폭락과 태풍으로 실패하였던 경험을 또 되풀이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쌀 생산량 과잉에 따른 수급 불안을 역대 정권으로부터 일관되게 실행하였던 양곡정책의 실패를 덮으려는 술수일 뿐 근본적인 문제 해결의 의지도, 능력도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2016년 기준 쌀 재고의 30%는 수입쌀이다. 쌀값 하락의 원인은 과도한 가공용 쌀과 밥쌀용 쌀 수입 때문임에도 양곡정책 실패를 농민과 경지면적에 돌리며 생산조정제를 밀어 붙이고 있는 정부는 과연 누구를 위해 일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2018년 타작물 재배사업 신청률(4월 초)은 목표달성률 대비 30%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예전의 경우, 논에 타작물을 심으면 지원한다는 지원금도 턱없이 낮고, 콩과 옥수수가 과잉 생산되어 생산비를 건지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또한 밭작물의 경우 농기계화율이 낮아 인건비가 과도하게 들며 습기가 많은 논의 경우 한 해 농사를 망치는 경우도 허다했다.
문재인 대통령 후보 시절의 쌀값 대책의 핵심공약이었고 현재 대통령의 핵심사업이라는 이유로 농식품부에서는 타작물 재배 예산 1800억을 따내는 데 운명을 걸다시피 하였고 쌀 생산조정제가 실패하면 안 되기에 농식품부가 필사적으로 나서고 있다.
일선 지자체에겐 신청 면적 할당량을 주고 실적에 따라 국비사업을 차등 지원한다느니 하며 지자체간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또한 대농에게 공문을 보내 일방적으로 타작물 재배 사업에 참여하라고 강요하며 일부에선 농업보조금과 연계하다는 망발을 일삼고 있다. 심지어 타작물 재배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전업농에겐 공공비축미 배정에 불이익을 주겠다고 엄포를 놓으며 협박하고 있다. 농민의 고유권한인 경작권리 조차 정부가 강제로 앗아 간다면 이 또한 구태 중의 구태요, 적폐, 독재가 아니고 무엇인가?
촛불에 대한 기대와 달리 문재인 정부 출범과 동시에 보여줬던 농업농민을 대하는 태도가 지금도 변하지 않고 있다. 한미 FTA 협상 대표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을 임명한 것 · 2018년 대통령의 신년사, 국정연설에서 농업, 농촌, 농민 중 단 한글자도 언급되지 않았던 것 · 우량농지에 대규모 태양광 시설을 지어 농지를 훼손한 것 · 최근 쌀값 안정세를 틈타 다시 정부곡을 방출해 쌀값을 하락시킨 것 · 불법 축사 합법화를 요구하는 축산 농민들의 요구를 묵살한 결과 축산 농가의 50%가 범법자로 전락할 처지에 놓이게 된 것 · 박근혜 정권에서 설정한 2022년 식량자급률 달성 목표치를 슬그머니 24%로 축소한다고 발표, 타작물 재배 사업으로 축소된 생산량이 식량자급률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 · 현 정권의 농업정책을 이끌어갈  핵심인 장관과 농업비서관, 농업행정관이 지자체 선거에 출마한다고 사퇴하여 농업 정책의 실종을 가져온 것 등등등...
바뀌었다는 세상의 변화와는 달리 농업정책은 여전히 캄캄한 밤중이고 추운 겨울이다. 국가의 근본인 농업에 대한 대통령의 농정 철학 부재로 기인한 것인지, 청와대 주인만 바뀌었을 뿐 요지부동 자리만 지키고 있는 농업관료(농민들은 이들을 농업적폐라 읽는다)들이 더 큰 원인인지 알 수가 없다.
꽃 잔치 흥겨운 춘사월에 난데없는 눈과 강풍으로 여러모로 피해를 주고 간 겨울의 뒤끝을 보며 농민들에게 상처만 남기는 농업정책이 겹쳐졌다.
바야흐로 쟁깃날 세워 깊이 갈아엎는 봄이다. 아직도 갈아엎을 구태와 적폐들이 널려있지만 생명의 싹을 틔워 키우고 가꾸는 그을린 농민의 얼굴에 수확의 기쁨을 보장받는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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