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산곡 소설 ‘제비초리’ 신인상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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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산곡 소설 ‘제비초리’ 신인상 당선
  • 림양호 기자
  • 승인 2018.04.18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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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문예종합지 <표현> 봄호에 실려

작가 산곡의 소설 ‘제비초리’가 <표현> 2018 신인상을 수상하고 계간 문예종합지 <표현> 봄호에 실렸다. 정말 오랜 기간 기다려온 소설이다.
작가는 당선 소감에서 “오래 전 써 놓았던 소설이 몇 편 있었다. 컴퓨터가 바뀔 때마다 그대로 옮겨졌던 파일 이름이 <소설 습작실>. 그 중 한 편을 불러오기로 했다. 286 컴퓨터가 처음 나왔을 때 고통스런 시간을 보내며 썼던 글이었다. 오랜 만에 200자 원고로 환산을 해보니 138매, 물론 미완성이며 초고였다. 그 글을 잠깐 읽어보다가 도트 프린터로 찍어봤던 년도를 기억해냈다. 마지막 마침표를 찍은 뒤로 단 한 줄 더 잇지 못한 채 27년의 세월이 흘러 있었다. 거짓말 같았다. 나는 소설을 쓸 수 없었구나, 한계에 지쳐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부질없다. 속으로 부르짖으며 글을 닫고 파일에 델(Delete, 삭제하다) 키를 눌렀다. 문학에 대한 회의, 소설에 대한 높디높은 벽, 소비한 세월에 대한 생각들이 짧은 순간 내 심사를 뒤흔들어 놓고 있었다. 컴퓨터는 ‘지울까요, 말까요’를 묻고 있었다. 장난을 치는 것 같았다. 엔터만 치면 소설이랍시고 써두었던 그 글들은 영원히 사라지고 말 순간이었다. 눈을 감았다”고 밝혔다.
기자의 기억에 산곡은 학창시절부터 소설을 썼다. 꽤 무덥던 1970년대 초 어느 여름, 산곡의 집 대청마루는 책 냄새로 가득했다. 그 대청마루 한쪽에 색 바랜 듯 보이는 노란 갱지를 아이 손가락 길이보다 더 두껍게 가지런히 정렬해 한쪽 면에 풀을 칠하고 습자지를 붙여 말린 글쓰기공책이 여러 권 보였다. 그 공책 안에는 가지런하게 그러나 정연(井然)한 펜글씨가 가득했다. 친구 이야기가 있었고, 아직 동정을 잃지 않은 청년과 여자의 사랑이야기도 있었다.
그때 그 소설가적 능력을 이제야 보게 되어 정말 고맙고 반갑다.
산곡의 소설을 심사한 김한창, 김상휘, 노령 심사위원들은 “본래 수필가로 오랜 기간 작품 창작의 기량을 높이 다듬어왔으며 묘사와 서사를 적절히 구사하는 필법이 이미 범상을 넘었다. 소설의 구조에서부터 주제나 문장에 이르기까지 제반 문예적 본질을 잘 갖추었으며 장차 큰 작품을 빚을 것으로 많은 기대를 모은다” 했다. 산곡은 “문학이 주는 엄살 같은 고통, 그것을 회피하느라 정말 게으른 글쓰기를 해온지 수십 년이었다. 나는 소설을 쓸 수 있을까. 글쓰기를 처음 시작하면서부터 내 가슴에 자리하고 있었던 숙제이기도 했다. 그 숙제를 드디어 해냈다는 기쁨을 솔직히 감추고 싶지 않다. 진정한 고통이 새로운 창을 열면서부터 시작되리라는 것 또한 잊지 않을 것이다. 낯선 문 앞에 서있는 기분은 떨칠 수 없지만 엔터를 치지 않았던 그 순간의 각오는 잊지 않기로 했다. 그러면서 외치고 싶은 말이 있다. 자 이제 시작이다!”라고 했다. 기대된다.
이제 소설가, 산곡은 전주, 진안을 오가며 음악과 미술, 글쓰기와 판소리에 ‘빠져’산다. 요즘은 고향 순창에 자주 온다. 우선은 <열린순창>에 연재하는 ‘길 위에 서서’에 옥고와 삽화를 매월 두 차례 보내며 벌써 일 년을 넘겼다. 최근에는 고향 산천 그 중 ‘어머니의 강’ 섬진강을 소개하는 글을 쓰려고 옛 추억 담긴 장군목 등을 다녀갔다. 그의 글과 그림은 산곡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추억을 회상하게 한다. 소시적 감회를 떠올리게 하고, 노년 된 오랜 친구들을 옛 생각에 젖게 하는 글과 그림이 참 좋다.
작가 산곡은 1950년 순창읍 남계리에서 선석열(전 순창농림고 교장)ㆍ나분순 사이 5남2녀, 칠남매의 막내로 태어났다. 순창ㆍ남원ㆍ전주 소재 중등학교 미술교사로 재직하다 정년퇴임했다. 1994년 <문예연구>에 수필로 등단하고 전북수필문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전북지회 지회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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