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습관이 들면 좀처럼 바꾸기 힘들다. 그 습관이 주는 만족이 크면 더욱 고치기 어렵다. 권한(력)이 클수록 나쁜 버릇을 버리지 않고 ‘갑질’하는 사례는 도처에 즐비하다. 그 연장선에서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은 개인 뿐 아니라 조직에도 해당된다. 공통의 목표와 이해관계로 뭉친 정당이나 조직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잘못된 제도나 관행으로 득을 보고, 그 맛에 길들여지면 기득권을 해칠 가능성이 있는 어떠한 변화에도 저항한다. 한마디로 기득권을 맛본 정치인과 정당의 세 살 적 버릇은 여든까지 갈 수밖에 없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말을 기억하자. 선거에 나선 후보들 주변에 모여 있는 사람들을 살펴보자. 당선이 되면 법과 정책을 만들기 위해 서로 협력하고 함께 움직여야 할 사람과 소속 정당을 보고 지지할 후보를 결정해야 한다. 지방자치에서 정당 공천을 없애야 한다는 일부 주장도 있으나, 정당ㆍ대의 정치하는 현실에서 누구를 찍을 것인가를 결정할 때 정당도 염두에 둬야한다.
선거 때마다 ‘이상’은 “정책과 공약을 꼼꼼히 따져보고 투표해야 한다”인데 ‘실상’은 “알지만 실행하지 않는다”였다. 후보의 정책ㆍ공약을 미리 꼼꼼히 챙겨보지 않고 지지 후보를 정하거나, ‘친구 따라 봄놀이 가듯’ 막연하게 투표소에 나가 지역 대세(?)에 따라 한 표를 행사해왔다. 말로는 “좋은 공약과 정책으로 대결하는 후보자를 만드는 것은 결국 유권자의 몫”이라면서 투표 행위와 결과는 그 밥에 그 나물이었다. 이번에는 꼭 정책과 공약을 보고 투표하자.
유권자가 사적 친소관계만 보고 투표하면 후보자는 악수하는 일에만 몰두한다. 유권자가 정당만 보고 투표하면 후보자는 정당 공천을 받는 일에만 몰두할 것이다. 유권자가 정책과 공약을 보고 투표하면 후보자는 좋은 정책을 만들고 실현하는데 골몰할 것이다. 후보자의 정책과 공약을 비교ㆍ검증 방법은 첫째는 형식이다. 공약의 구체성ㆍ달성정도를 계량적으로 평가하고, 후보자의 비전과 바람직한 미래상을 담고 있는지 소망성을 검토한다. 둘째는 내용이다. 공약이 국가 전체의 이익 및 지역 현안과 연결되는 독창성, 재원 조달 가능성, 시의 적절성을 판단해야 한다. 셋째는 수단이다. 공약의 내용을 보고 비용대비 효과 즉 경제성을 판단해야 한다. 넷째는 자질이다. 후보자 자신에 대한 정보를 성실하게 공개하고 있는지, 공약을 통해 사회 구성원들의 이해관계를 포괄적으로 반영하고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
이러한 요건에 따라 후보자의 공약 및 정책을 비교 검증하여 투표하면 후보자는 실현 가능한 정책공약 수립 및 실천에 더욱 힘쓰게 되고 선거문화는 한 단계 성숙해진다. 당선되기 위해 남발하는 듣기 좋은 아부는 ‘공약’(空約)이다. 거짓말 또는 사탕발림으로 당선되고 나면 “사정을 알고 보니 그렇지 않더라”, “사정이 바뀌었다”, “나는 그런 약속 한 적 없다”면서 제 갈 길만 가는 정치인은 지금도 많다.
사리사욕(私利私慾)에 골몰하는 정치인이 아닌 주민의 마음을 헤아리고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보다 노력하는 정치인을 뽑아야 한다. 이번 선거까지는 좋은 정치인을 감별해 내기 위해 노력하고, 다음 선거에는 ‘밥상에 차려진 후보’ 가운데서 찾으려고 노력하기보다 유권자를 위한 좋은 후보를 만들어 당선시키자. 선거 운동(장)에서 후보자 ‘선수’보다 더 ‘선수’처럼 뛰는 유권자가 되어야 한다. 적극적ㆍ활동적으로 보고, 듣고, 찾아야한다. 어떤 후보에게 한 표를 주어 당선시킬 것인지, 어느 정당을 지지할 것인지, 정책과 공약을 꼼꼼히 따져보고 정당과 후보의 면면을 살피고 비교해야 한다. 내가 바라는 정책을 추진하는 정당ㆍ후보자가 있는지, 후보토론회를 지켜보며 특정 정책ㆍ공약에 대한 후보들의 시각 차이는 어떠한지, 가정으로 배달되는 선거공보도 꼼꼼하게 챙겨보자. 이번 선거에서는 꼭 정책과 공약, 후보자의 면면을 제대로 따져보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