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거양득/ 한 번에 두 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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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거양득/ 한 번에 두 개를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8.04.26 13: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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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일 一 들 거 擧 두 량 兩 얻을 득 得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176

《사기》 장의열전에 나온다. 한 번 들어 둘을 얻는다. 한 가지 일을 해서 두 가지 이익을 보는 것을 말한다.

전화 벨소리에 잠이 깼다. 누가 이 새벽에…. 매우 반듯한 목소리다. 
“여보세요. 정○○씨죠?”
“네, 그렇소만, 거기는 누굽니까?”
“네, 여기는 금감원 사이버 조사대 k부장입니다. 선생님의 농협계좌가 해킹당할 우려가 있어 급히 전화를 드렸습니다. 계좌가 356-098-85이고 예금액이 오천이 넘네요. 정 선생님의 이름으로 된 대포통장입니다.”
“네? 거기서 어떻게 그걸 다 아시나요?”
“우리가 누굽니까? 우리 금감원은 모든 예금계좌를 파악하고 있습니다. 대포통장도 포함된답니다. 오늘 새벽에 정 선생님의 대포통장에 대하여 해킹이 시도되고 있어 새벽이지만 급히 전화 드린 것입니다.”
“아, 네, 감사합니다. 그럼 어찌하면 좋지요?”
“우선 선생님의 주민번호를 주시면 우리가 대포통장의 돈 오천이백을 찾아서 정선생님의 계좌에 바로 넣어드릴 터이니 계좌번호를 주세요. 우리는 범행을 막고 선생님은 공돈 챙기고 나라를 위해 한 건…”
“네. 참으로 고마운 일을 하시는 군요. 511200-1300083이고요. 잠깐만요. 제 통장을 찾아봐야 하는데…”
소란에 잠이 깬 마누라에게 ‘보이스 피싱, 경찰에 빨리 신고’ 메모지를 주었다. 우리 경찰, 대단하다. 세 시간도 안 되어 바로 범인들을 잡았다. 경찰서에서 표창을 주겠다며 찾아왔다. 포상금이 제법 두둑하다. 모 TV 방송기자가 ‘지금 기분이 어떤가?’하고 물었다.
“기분 나이스죠. 머리 한 번 잘 써서 돈 안 잃고 포상금도 받고 방송에도 나오고, 아하, 일거삼득! 만세!” 번쩍 팔을 올렸다.
“여봇! 자다가 왜 내 머리를 치고 그래? 아이고 머리야!”
∼꿈? 허 참!

전국시대 후반, 진진(陳軫)은 진에서 장의와 임금의 총애를 다투었다. 진의 혜왕이 장의를 재상으로 중용 하자 진진이 초나라로 도망쳤다. 나중에 우여곡절 끝에 진진이 다시 혜왕 곁으로 왔을 때 혜왕이 물었다.
“한과 위가 싸운 지 1년이 지났건만 해결이 나지 않고 있소. 어떤 자는 구해주는 게 좋다하고 어떤 이는 구해주지 않는 게 이익이라 하는데 그대는 어찌 생각하오?”
진진이 일어나 이렇게 말했다.
“일찍이 왕께 변장자(卞莊子)가 호랑이를 찔러 죽인 일을 말씀드린 사람이 없었습니까? 변장자가 호랑이를 찔러 죽이려고 하자 여관의 심부름하는 아이가 말리면서 ‘호랑이 두 마리가 소를 잡아먹으려 합니다. 먹은 다음에 맛이 좋으면 분명히 서로 다툴 것이고, 다투게 되면 반드시 싸울 것이며, 서로 싸우면 큰 놈은 상처를 입고 작은 놈은 죽게 되겠지요. 이때 상처 입은 놈을 찔러 죽이면 한꺼번에 호랑이 두 마리를 잡았다는 명성을 얻을 것입니다’라고 하였습니다. 변장자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고 서서 기다렸습니다. 조금 있으니 과연 두 호랑이가 싸워서 큰 놈은 상처를 입고 작은 놈은 죽었습니다. 이때 변장자가 상처 입은 놈을 찔러 죽여 한꺼번에 호랑이 두 마리를 잡는 효과를 올린 것입니다. 지금 한과 위가 싸움을 벌인 지 한 해가 넘도록 해결이 나지 않았다면 결국 큰 나라는 상처를 입고 작은 나라는 멸망할 것입니다. 타격을 입은 나라를 치면 한꺼번에 둘을 얻는 이득이 있을 것입니다. 이는 변장자가 호랑이를 찔러 죽인 것과 같은 일입니다.”
혜왕이 옳다고 말하고 결국 화해시키지 않았다. 과연 큰 나라는 타격을 입고 작은 나라는 멸망하고 말았다. 이에 진나라가 군사를 일으켜 크게 쳐부쉈다.
훗날 사람들은 한 가지 일로 두 가지 이익을 얻는다는 뜻으로 이 성어를 썼다. 비슷한 의미로 돌 하나로 새 두 마리를 잡는다는 ‘일석이조(一石二鳥)’와 도요새와 조개가 싸우다가 둘 다 어부에게 잡힌다는 ‘휼반상쟁(鷸蚌相爭)’ 즉, ‘어부지리(漁夫之利)’가 있다. 우리 속담에 ‘도랑 치고 가재 잡고, ‘꿩 먹고 알 먹고’와 뜻이 통한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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