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속시한줄(8) 신록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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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속시한줄(8) 신록예찬
  • 조경훈 시인
  • 승인 2018.05.03 13: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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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그림 : 조경훈 시인 한국화가, 풍산 안곡 출신

 

신록예찬 新綠禮讚

눈을 들어 하늘을 보고 먼 산을 바라보라.
나날이 푸르러가는 이산 저산, 하늘을 달리고 녹음을 스쳐오는 맑고 향기로운 바람, 우리가 비록 빈한하여 가진 것이 없다 할지라도 우리는 이러한 때 모든 것을 가진듯하고, 우리의 마음이 비록 가난하여 바라는바 기대하는 바가 없다 할지라도 하늘을 달리어 녹음을 스쳐 오는 바람은 다음 순간에라도 곧 모든 것을 가져올 듯 하지 않는가?                                         <수필집 : 신록예찬에서>

 

시련의 계절 지난겨울은 몹시 추웠다. 새하얀 눈이 온천지를 덮고 찬바람 불어 옷깃을 여미게 했다. 이 시기의 나무들은 가진 것을 모두 내려놓고 제 몸에 수분을 덜어내면서 그 혹한을 이겨낸다. 그러나 모든 만물은 그 시련 속에서도 봄이 올 것을 믿고 참았다.
봄은 더디게 왔다. 올 듯 말 듯 기웃거리다가 잠든 봄을 급히 달려가 깨우는 바람 소리를 듣고, 그때야 일어나 우리에게 왔다. 그리고 차례차례 피워오는 꽃들, 오래보면 어느 꽃인들 눈물이 나지 않겠는가. 그러나 그 꽃들도 가을을 위해 떠나야 한다. 그 다음의 차례가 있기 때문이다. 꽃이 떠난 자리에 새 잎이 돋아나 온천지는 초록세상이 된다. 이 초록의 세상을 보면, 가진 것이 없어도 모든 것을 가진 듯하고, 몸이 아플지라도 녹음을 스쳐오는 바람을 맞으면 온몸이 낫는 듯 산뜻해질 것이다. 이런 때 그 누구나 “나 여기 있다” 소리치면 곧 푸르른 산이 대답할 것이다. “나 여기 있다”라고… 곧 신록의 계절 속에 푸르름이 겹겹이 쌓여 올 것인 즉, 그 푸르름 속에 있는 나를 찾아 소리 한번 쳐보고 그 속으로 들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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