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보다 ‘행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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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보다 ‘행실’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18.05.10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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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선거 이야기가 쏠쏠하다.
“65세 넘은 노인들은 선거 못하게 해야 한다. 세금은 한 푼도 안내면서 조금만 아파도 부리나케 병원엘 가서 국가의료보험 축내는 주제에, 투표 엉뚱하게 해서 제 자식 손주들 앞길 막는 짓만 한다.” 이명박근혜 당선을 놓고 한 말이지만 어디 어르신들만의 잘못인가. 요즘 선거판에서 젊은이들도 눈에 보이는 이득만 계산하며 물불 가리지 않는 모습에 깜짝 놀란다.

얼마 전까지, 북에 퍼준 돈으로 핵무기, 미사일 만든다며 햇볕정책을 나무라는 이들이 많았다. 모두, 정치인들 말장난 탓이지만 ‘햇볕’ 때문에 핵 개발하는 게 아니라, 햇볕을 없애서 미사일을 쏘았다는 말에 절로 수긍하게 하는 ‘판문점선언’을 보며 마냥 행복하다. ‘적대시 정책이 철회’되면 전 세계적 정치ㆍ경제 제재를 무릅쓰고 핵무기 개발에 나설 이유가 없다는 북측 입장을 티브이로 보며, ‘북풍한설 몰아치면 나그네는 당연히 옷깃을 단단히 동여매지만 햇볕이 따스하게 내리쬐면 외투를 훌훌 벗어젖힌다’는 이솝우화를 기억해내며 고개를 끄덕인다.

30여일 앞둔 지방선거에 나서는 선량(?)들 모습이 분주하다. 본선 경기를 치룰 체급별 선수들이 거의 정해지고 있다. 군수 선거와 도의원 선거는 각 3명, 확정적이다. 군의원은 선거구별로 약간의 변수는 있어 보인다. 순창-유등은 4명, 인계-적성-동계도 4명, 풍산-금과-팔덕-복흥-쌍치-구림은 7명이 예비후보에 등록했는데 그대로 본선에 갈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요즘 후보들은 큼직하게 자신의 이름과 기호, 소속정당을 새긴 색깔 화려한(정당별로 정해진 색깔 포함) 속칭 ‘바람막이’ 웃옷을 입고 거리를 활보한다. 대개 기름 진 얼굴에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지며 화려한 언변으로 지지를 호소한다. 그런데 60년 넘게, 매번 번드르한 말에 속아 온 어르신들까지 “선거 때면 으레 하는 말” 정도로 치부하며 관심이 많이 수그러져 보인다. 다수 젊은이들은 아예 신경조차 쓰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
선거가 반복될수록 정치인들의 ‘말’이 믿겨지지 않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도, 내 일 남의 일 아닌 다반사가 된 지 오래다. 어디 정치인뿐 인가. 목사ㆍ신부들이 고상한 천사의 말씀을 전해도, 도 닦는 스님들이 무슨 깨달음을 설파해도 귀에 쏙 박히지 않는다. ‘시절이 하 수상’하여 말씀이나 깨달음 보다, 그 자의 행실과 그가 걸어온 삶의 행적이 더 궁금하다. 삶의 경험으로 행동, 행실, 행적을 확인하고 곁을 주어야 한다는 진리를 깨달았다.

말로는 열렬히 받들어 모셨던 유대교 수석 사제와 율법학자들도, 예수가 당신 스스로를 하느님의 아들이라 말했다는 이유로 십자가에 못 박았고, ‘말’(말씀)을 둘러싸고 천주교, 동방정교, 무수한 개신교 종파로 분열하며 서로 죽이고 죽는 일까지 서슴지 않았다. 불교도 경전 속 ‘말’ 때문에 ‘소승ㆍ대승’으로 나누어 엎치락뒤치락 싸움질에, 서로 책(경전)을 불사르며 죽이기까지 했다. 신앙인, 성인까지 그러하니 “‘범인’들이야 어쩔 수 없다”고 자포하기에는 문명 발달이 너무 찬란하다.

“말은 우리의 소통 수단이요, 우리가 본디 하나로 묶여 있음을 보여 주는 징표”다. 보통사람들은 가르치는 교육자, 거느리는 종교인, 이끄는 정치인들의 ‘말’에 귀 기울인다. 더욱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가와 민족을 위하고, 주민과 지역을 위한다”는 정치인들의 ‘아름다운 말로 꾸민 듣기 좋은 말씀’이 온 나라에 가득하다. 하지만 ‘말’이 곧 ‘행’은 아니다. 그들의 말보다 행실을 보고 선택해야 후회가 적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 있다.” 헌법 1조에 적혀 있지만 국민은 투표권을 행사하는 3분 정도만 권력이 있을 뿐이다. 선거가 끝나고 나면 4년 내내 대의제 민주주의라는 허울 아래 군수ㆍ군의원, 도지사ㆍ도의원, 대통령ㆍ국회의원에게 사정없이 휘둘릴 수 있음을 각성해야 한다. “또 속지 않게 잘 뽑고, 뽑아 놓고 잘 감시”하는 주민이 되기 위해 ‘말’보다 ‘행실’을 톺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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