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어우리말(62)/ 부술 것은 ‘부숴’버려야지 ‘부셔’버리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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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어우리말(62)/ 부술 것은 ‘부숴’버려야지 ‘부셔’버리지 마세요
  • 이혜선 편집위원
  • 승인 2018.05.10 1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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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다르고 ‘어’ 다른 우리말
부수다 → (물건 등)을 부숴버리다
부시다 → (햇빛 때문에) 눈부시다

“갑질은 이렇게 하는 거야” 최근 갑질의 대명사로 떠오르고 있는 대한항공 세 모녀의 행태가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폭언은 기본이고 괴성과 폭력이 담긴 녹음과 영상이 잇따라 공개되면서 이 기회에 갑질문화가 더 이상 발붙일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다 부셔버릴 거야!” 오래전 인기리에 방영됐던 한 드라마의 대사다. 마치 다 부숴버리겠다는 듯 회의실을 날았을 그녀의 유리잔의 위세 앞에 진짜 깨져버린 것이 다름 아닌 우리사회의 존엄은 아닌지 씁쓸하기만 하다.
우리는 어떤 물건을 두드리거나 깨뜨려 못 쓰게 만들 때 ‘부수다’를 쓴다. 이를 활용하면 ‘부수어’, 줄여 쓰면 ‘부숴’가 된다. 따라서 위의 “다 부셔버릴 거야!”는 “다 부숴버릴 거야!”로 고쳐 써야 맞다.
이런 실수는 신문이나 텔레비전 자막에서도 허다하다.
“OO씨는 최근 이용 차량을 바꾸면서 병원에 주차 등록 갱신을 몇 차례 요청했는데도 일 처리가 제대로 돼 있지 않은 데 화가 나 노트북을 부셨다고 진술했다”, “OOO교수는 피해자를 괴롭혀 온 증거를 없애기 위해 자신과 직원들의 휴대전화를 모두 부셔버렸다”, “업소 내부에 있던 스피커와 선풍기, 테이블 등을 부셔 1000만원 상당의 재산피해가 난 것으로 조사됐다” 등 사례가 많다.
이처럼 ‘부셔’라고 잘못 쓰는 까닭은 ‘부수다’와 ‘부시다’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고 사용하기 때문이다. ‘부시다’는 그릇 등을 씻어 깨끗하게 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또 “햇빛에 눈이 부셨다”처럼 빛이나 색채가 강렬해 마주 보기 어려운 상태에 있다는 뜻으로 쓰이는 ‘부시다’도 있다. ‘부시다’에 ‘-어’를 붙여 활용하면 ‘부시어’, 이를 줄여 쓰면 ‘부셔’가 된다.
참고로 ‘부수다’를 피동으로 만들면 어떻게 될까? ‘-어지다’를 붙여 ‘부숴지다’로 하면 될까? ‘부수+어지다’ 형태인 ‘부수어지다’나 준말인 ‘부숴지다’로 쓰면 될 것 같지만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부숴지다’를 찾아보면 ‘부서지다’의 잘못으로 나와 있다.
규칙대로라면 ‘부수어지다/부숴지다’가 돼야겠지만,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과거부터 어원적으로 이미 ‘부서지다(←븟어디다)’가 ‘부수다’에 대한 피동의 의미를 나타내는 말로 존재했고 지금도 그렇게 쓰이고 있으며, 또한 일상에서 실제 그렇게 발음하고 있는 것을 존중해 ‘부서지다’만 표준어로 인정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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