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중학생이 되는 우리 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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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중학생이 되는 우리 딸에게
  • 이재룡 독자
  • 승인 2011.02.18 10: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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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룡 구림 월정, 구림초 6년 이송은 아빠

하루하루 너를 보고 있으면 시간이 화살처럼 빠르게 지나는 것 같다.

‘코파’ 공주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아무렇지 않게 코딱지를 후비던 네가 이젠 어엿한 숙녀 티가 나는 중학생이 되다니.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네 모습을 지켜보는 아빠의 마음 한켠에서는 대견함이, 그리고 다른 한켠에서는 불안한 마음이 자리 잡고 있단다.

이제 어엿한 중학생이 된 너를 보는 대견함과 더불어 세상일이 갈수록 시끌어져만 가는데  네가 얼마나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을지. 그리고 아빠는 너에게 어떤 지혜의 씨앗을 물려주어야 할지.

이런 저런 일로 바빠 대화를 나눌 시간조차도 없이 그저 아침에 일어나면 어서 밥 먹어라. 학교 갔다 오면 어서 숙제해라…. 너에게 힘을 실어줄만한 말 한마디도 제대로 나누지 못한 채 14년의 시간이 흘러갔다. 다행히도 인생의 한 마디 맺는 마당에서 너에게 아빠의 마음을 전해줄 좋은 기회를 맞았구나.

잘난 오빠를 둔 덕에 항상 비교되는 네 모습. 잘 하고 있음에도 부모와 주위의 욕심은 늘 너를 같은 선상에 올려놓고 너에게 더 노력할 것을 주문하곤 했지. 그럴 때마다 너는 그랬다. 오빠는 오빠니까 잘 해야 되고 나는 나니까 나만큼만 하면 된다고.

나는 그 말이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오빠는 오빠고 너는 너니까. 다만 네가 너 자신이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을 미루고 있는 것은 아닌지 늘 걱정이 됐다. 그림도 잘 그리고 가끔 백일장에서 상도 타오고. 언젠가 아빠 차 안에서 처음 듣는 음악을 핸드폰으로 재현하던 너의 그 놀라운 음악적 감수성을 발견하고 얼마나 감탄하고 가슴이 뛰었었는지 아마 너는 모를게다. 아빠는 그렇게 네가 갖고 태어난 것들을 향기롭게 펼쳐가도록 도와주는 네 멘토이고 싶다. 그래서 늘 부지런하게 네가 가야할 목표를 위해 항상 노력하는 딸이기를 바란다.

그리고 또 하나.

집에서 부르는 네 별명중의 하나가 작은 깡패였었지. 할머니 어린 시절을 그대로 재현하듯 아이들에게 군림하는 너를 보며 그렇게 달갑지만은 않았단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한단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 관계를 맺고 그 속에서 더 나은 삶을 위하여 스스로를 낮추기도 하고 노력하며 다른 사람과 나란히 걷는 연습을 하면서 사는 거란다. 그런데 네가 보인 그런 행동은 친구들을 배려하거나 약한 사람들 돕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너를 기준으로 한 아주 단순한 잣대였다는 생각을 한다. 진정 남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은 많은 지식을 가진 사람도, 권력을 가진 사람도 아니란다. 그렇다고 돈이 많은 사람도 더더욱 아니지. 그런 힘을 가진 사람은 바로 마음이 넓은 사람이란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 주고 배려해주고. 나 자신을 내세우기보다 다른 사람을 먼저 챙겨주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 상대의 행동을 비난하기보다는 상대방의 생각과 행동을 이해하려는 사람. 그리고 내 말을 앞세우기 보다는 다른 사람의 말을 먼저 들어주려고 노력하는 사람. 항상 나보다 더 어려운 친구들과 이웃을 생각하는 사람.

나는 우리 딸이 능력이 뛰어난 사람보다 존경을 받는 사람이 되어주었으면 좋겠다.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세상의 순리와 하나가 되고 그러면서 다른 사람의 존경을 받는 사람.

지금 너는 주위 사람들이 챙겨주던 초등학교에서 이제는 네가 다른 사람을 챙겨주고 배려해주어야 하는 단계로 접어든다. 이 단계에서도 예쁘고 착한 우리 딸이 모두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어엿한 숙녀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기를 다시 한 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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