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불’ 보다 ‘잿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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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불’ 보다 ‘잿밥’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18.06.21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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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경비원으로 20년간 일해 온 강석주 더불어민주당 통영시장 당선인의 아버지가 아들의 당선 뒤에도 경비 일을 그만두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화제다. 강 당선인 지지자 모임인 ‘강석주의 통하는 통영만들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통영시장 아버님이 우리 아파트를 관리하시는데 선거일에도 열심히 일하셨다”며 “많은 사람이 인사 와서 ‘아들이 시장 됐는데 그만둬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묻자 ‘아들이 시장이지 내가 시장이냐’고 하며 하던 일이니 계속하겠다고 하신다”는 글과 사진이 올라왔다고 한다. 이 게시글에 대해 “사진의 어르신이 아버지가 맞다”고 밝힌 강 당선인은 “일을 하시는 게 건강에 좋다며 굳이 안 하셔도 되는데 퇴직 뒤 줄곧 경비 일을 하셨다”며 “말린다고 그만 둘 분이 아니며 무심한 듯 보이나 저를 향한 아버지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신선하다.
순창군의회가 20일, 제8대 순창군의회 오리엔테이션을 가졌다. 당선자 8명인데 참석자는 7명이었다. 당선자와 의회사무과 직원 상견례, 의회 구성(의장단 선출) 일정을 합의하고, 의회사무과로부터 개략적인 올해 의사일정에 대한 설명 등을 들었다고 한다. 8대 의원 당선인 8명은 3선 2명, 재선 4명, 2명이 초선이다. 당선 횟수가 그만그만하니 의장과 부의장을 놓고 경쟁이 꽤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흘리는 말 가운데는 벌써부터 의장 자리를 놓고 생각이 다르고 셈법도 어수선해진 것 같아 보기 썩 유쾌하지 않다. ‘염불보다 잿밥’이라는 격언은 목적이 다른 곳에 있으면 욕심이 생기는 것을 경계하는 말이다. 스님이 어찌 부처를 단단히 기억하여 잊지 않기 위해 불경 외는 일보다 부처 앞에 놓인 잿밥을 넘볼까? 행여 중생은 스님의 사악한 눈초리를 알지 못할 거라 생각하면 큰 잘못이다.
지방정부(자치단체) 의원도 정치인이니, 의장단 구성을 놓고 셈법이 다르고 갈등이 존재하는 것은 마냥 마뜩하지 않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공정하고 깨끗한 경쟁을 통해 솔선수범을 보여야 할 사람들이 자리싸움이 먼저고 당선증의 잉크도 마르지 않은 시점에서 주민에게 한 약속을 뒷전으로 여기면 비판받아 마땅하다. 더구나 관행을 깨고 적폐를 청산하라고 뽑힌 선량들이 관행에 맞춰 적폐를 감싸면 비판 넘어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제8대 의회는 더불어민주당 일색이다. 제7대 이은 당선인이 5명이다. 의회에서 이들이 입이나 배를 맞추면 못할 일이 없다. 그런데 지난 4년이 밋밋해 관행개혁ㆍ적폐청산 실적이 급상승할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고 밀실에서 자리를 나누면 안 된다. 의원을 대표할 의장은 군정 견제 전술과 전략을 분명하게 밝혀 의원들의 지지를 얻어 책임 의정을 수행해야 한다.
자치단체장이 바뀌면 흔히 해왔던 정책을 부정하면서 앞에서 열심히 일한 이들이(직업공무원 포함) 비난을 받거나 심지어 불이익 받기도 한다. 순창은 연승한 당선인이 많아 정책 수행과 관련한 단절이나 갈등은 없을 것임으로 다행이다. 그러나 꼭 ‘구관이 명관’일 수는 없다. 벌써 논공행상을 셈하고, 선거 때 서 있던 줄의 순서를 앞당기려는 시도가 보이고 있다. 이런 현상이 되풀이되면 성공보다 실패 확률이 높아진다. 선거를 도왔다며 그 때 줄이 달랐던 주민을 무참하게 공격하고 곤경에 빠뜨리려는 언행을 경계해야 한다. 권력에 기생하려는 아부를 사전 봉쇄하는 과단성을 원천적으로 확립해야 한다. 그래야 주민 갈등을 예방하고 조기 해소할 수 있다. 3선에 성공한 군수로서 지역 발전 토대를 다져 다음 지방정부에 넘겨주는 일보다 의미 있는 일은 없다. 또한 지방정부 최초의 큰 정치인으로 기록될 기회다.
군수는 선거를 통해 선출된 지방권력을 감싸고 있는 지역 기득권층과 직업공무원들이 원칙을 져버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일방적이고 정치적인 지시와 복종 관계가 만연하면 성공할 수 없다. 측근의 사익을 단호하게 배제하는 일도, 우호적인 집단의 과도한 이익을 구분하는 일도 쉽지 않다. 공무원의 중립성과 책임성을 강조하는 교육 훈련을 상시적으로 실시하여 공무원 권한남용을 억제하고, 반대로 인사권을 무기로 ‘영혼 없는 공무원’을 만들려는 시도를 버려야 치우치지 않는 군정, 보통사람들이 피해의식을 느끼지 않는 행복한 군정을 이룰 수 있다. ‘염불보다 잿밥’ 아닌 의정과 군정으로 순창사람 모두 행복한 시대가 실현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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