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어우리말(65)/ 어째서 밤을 새지 않고 밤을 새워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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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어우리말(65)/ 어째서 밤을 새지 않고 밤을 새워야 할까
  • 이혜선 편집위원
  • 승인 2018.06.21 1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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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다르고 ‘어’ 다른 우리말
새다 → 자동사 : 밤(이) 새다
새우다 → 타동사 : 밤(을) 새다

‘뜬눈으로 밤을 새야 맞을까, 새워야 맞을까?’
옛말에 ‘잠이 곧 보약’이라는 말이 있다. 둘 중에 어떤 표현이 옳든지 간에 건강을 위해서라면 되도록 밤을 새거나 새우거나 해서는 안 될 것 같다. 하루 동안 쌓인 피로를 풀고 신체의 건강을 유지하는데 꼭 필요한 인체의 중요 활동이 수면이기 때문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수면의 질이 떨어지면 심장마비나 뇌졸중 등 뇌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6배나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최근 급증하고 있는 우울증 등 정신질환의 발병률이 최대 4배까지 증가된다고 하니 ‘잠이 곧 보약’이 그냥 옛말이 아닌 명언 중의 명언이 아닐까싶다.
우리는 흔히 잠을 잘못 잤을 때 ‘밤을 샜다’라는 표현을 쓰게 된다. “어제 상갓집에서 밤을 샜다”, “밤을 새가며 공부했지만 시험에 떨어졌다”, “피부미인이 되려면 밤을 새지 말라”와 같이 사용하는 사람이 많지만 각각 ‘밤을 새웠다’, ‘밤을 새워가며’, ‘밤을 새우지 말라’로 바로잡아야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새다’는 ‘날이 밝아 오다’는 뜻으로 목적어가 필요 없는 자동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밤을 새다’가 아닌 ‘밤이 새다’처럼 써야 맞다. 반면에 ‘새우다’는 ‘한숨도 안 자고 밤을 지내다’는 뜻을 가진 타동사로서 ‘밤을’이라는 목적어가 필요하다. 때문에 ‘밤을 새우다’처럼 써야 맞다.
‘밤이 새다’, ‘밤을 새우다’ 따위가 줄어 하나의 낱말로 굳어진 ‘밤새다’, ‘밤새우다’에서도 마찬가지다. “허구한 날 밤새 야근에 때마다 회식이니 무쇠도 아니고 몸이 견뎌내겠느냐”, “엎치락뒤치락 화면만 바뀌면 순위가 바뀌는 개표상황에 양쪽 모두가 뜬눈으로 밤샜다”와 같이 쓰는 경우가 많은데, ‘밤새’, ‘밤샜다’는 ‘밤새워’, ‘밤새웠다’로 고쳐야 맞다. 또 귀에 익은 ‘밤샘시위’, ‘밤샘토론’을 ‘밤이 새도록 계속된 시위’, ‘밤이 새도록 그만큼 오래하는 토론’과 같이 풀어서 생각해볼 수도 있다.
또 비슷하게 ‘고스란히 새다’, ‘고스란히 새우다’의 의미를 갖는 ‘지새다’, ‘지새우다’도 있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는 밤이 지새도록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금은 초여름의 짧은 밤을 지새우고 있을 어느 시인을 생각하며 긴긴 사연을 전하고 싶은 밤이다”처럼 사용하는 것이 옳다. 참고로 노래 ‘아침이슬’의 노랫말 ‘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진주보다 더 고운 아침이슬’에서 ‘긴 밤 지새고’가 아니라 ‘긴 밤 지새우고’로 바르게 표현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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