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보여행가 서보연 기자의 지리산 산청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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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보여행가 서보연 기자의 지리산 산청 여행
  • 서보연 기자
  • 승인 2018.06.21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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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한 공기, 가슴 속까지 ‘뻥’ / 편안한 시천마을 ‘마리의 부엌’ / 순창에 있으면 좋을 ‘원지마트’

버스 3번 타고 산청 갔다

길 양쪽에 도열한 벚나무 가지가 손을 잡고 터널을 만들었다. 지난 봄, 화사한 연분홍 벚꽃으로 눈부셨을 아름다운 풍경이 그려진다. 싱그러운 초록 벚나무 잎도 마음과 눈을 시원하게 만들어 준다. 길옆으로 시천천이 고요하게 흐른다.
오늘 내가 가는 곳은 산청군 시천마을. 순창에서 승용차로는 1시간 40분 거리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무려 세 번, 버스를 갈아타야 한다. 순창에서 남원, 남원에서 원지, 원지에서 시천. 버스 타기위해 기다리는 시간까지 3~4시간가량 소요된다. 바쁜 월화수목금을 보내면 주말에는 쉬어야 한다. 방전되기 전에 충전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 것도 안 하고 싶다’는 어느 광고 문구처럼,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쉬어야 할 토요일에 버스를 세 번 갈아타는 여행을 했다.

▲지리산 마리의 부엌 모습. 물건들이 “어서와”라고 인사하는 것 같다.
시천마을 ‘마리의 부엌’ 

들어서자마자 맑고 시원한 공기가 내 몸을 감싸 안아준다. 경남 산청 시천마을에 자리한 ‘마리의 부엌’ 자연을 닮은 아름다운 부부가 이곳 주인이다. 오른 쪽으로 있는 큰 자두나무 옆으로 지리산 천왕봉이 보이고, 크고 풍성한 작약, 빨간 장미, 하얀 마가렛… 형형색색 꽃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 ‘마리의 부엌’에서는 한 달에 한 번 이벤트를 연다. 숙박하며 저녁식사, 아침식사 그리고 공연 관람까지 5만원이다. 밥은 그냥 밥이 아니다. 보자마자 행복해지는 마법가루가 뿌려진 밥상이다. 보라색 엉겅퀴 꽃과 나뭇잎 수저받침이 음식들을 더 빛낸다. 구운 방울토마토, 리코타치즈 모양 두부, 묵은지, 치자가루 뿌린 밥, 연근조림, 죽순조림, 깻잎장아찌까지 하나하나 자연의 맛을 낸다. 공연은 그때그때 다른데 지난 5월에는 ‘바람커피로드’ 다큐멘터리 주인공인 바리스타 이담 씨의 다큐멘터리 영상과 커피 여행이었다. 인도네시아, 르완다, 에티오피아, 케냐. 네 나라의 원두의 특성을 듣고 그 자리에서 직접 갈아 내린 커피를 마셨다. 세상에! 맛있는 밥상과 향기로운 커피로 행복이 물씬 느껴진다. 6월에는 150년 된 문화공간 ‘학이재’ 공연이다. 남강을 향해 서있는 세 그루 소나무 옆에 설치한 작은 무대에서 바이올린과 첼로, 피아노 선율이 울려 퍼진다. 무대 옆으로 가득 심어놓은 보라색 잉글리시 라벤더 향기에 취한 건 지, 차이코프스키의 ‘오직 그리움을 아는 자만이’ 연주에 취한 건지 마음이 울긋불긋 해졌다.
맛있는 밥상, 향기로운 커피, 아름다운 공연 그리고 처음 만나서 반갑고 다시 만나 더 반가운 사람들. ‘아 행복하다’는 감정을 절로 느낀다. 5월에 이어 한 달 만에 다시 방문한 ‘마리의 부엌’에서 5월에 만난 사람들 가운데 다섯 명을 6월에 또 만났다. 아무 말 안 해도 편안하고, 아무 말을 해도 편안한 곳. 마음이 복잡하고 어지러울 때, 외롭고 우울할 때,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그리고 가까이 있는 행복을 다시 발견하고 싶을 때 그 언제라도 훌쩍 갈 수 있는 마리의 부엌이다.

원지마을 원지마트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느끼고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오는 길. 두 번째 버스를 타는 원지마을에서, 버스 기다리는 한 시간 동안 골목을 조금 걸었다. 내가 좋아하는 요거트 아이스크림 가게,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에서 간접광고했던 국수가게도 있다. 그리고 원지마트에 들어서니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복숭아, 미니수박, 파파야, 산딸기 알록달록한 과일이 100그램당 980원, 또는 10개 9800원 숫자 98로 구성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었다. ‘스테이크와 함께’ 라는 상품은 양송이버섯과 아스파라거스 몇 개를 담아 2980원, 파란색 큰 비닐봉지에 가득 담긴 작은 옥수수는 4980원. 향신료인 고수, 월남쌈 재료, 세계 각국의 소스까지. 다양한 식재료들을 종류별로, 크기별, 가격별로 판매하고 있다. 수산물 코너에는 큰 방어가 가운데 자리하고 있고, 빵 코너에서는 노릇노릇한 빵 냄새가 풍긴다. 반찬 코너에서는 직접 조리하며 포장하고 있다.
지역 생산물, 싱싱한 재료, 저렴한 가격, 1인용ㆍ2인용 소량 판매, 스테이크와 양송이, 아스파라가스의 조합 묶음판매, 세계 다양한 소스와 수산물 등 소비자의 취향을 감안한 맞춤 판매. 이런 마트가 순창에도 있으면 참 좋겠다.
한 시간이 후딱 지나갔다. 버스 정류장 가는 길에 아파트가 보인다. ‘시골순두부(?)’ 아파트 이름이 설마 시골순두부? 자세히 보니 ‘서전골든뷰’다.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었더니 아파트 이름도 이렇게 보인다. 저녁 식사 메뉴는 ‘순두부’로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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