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폭삭 무너진 ‘옥천조씨 정려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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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폭삭 무너진 ‘옥천조씨 정려각’
  • 림양호 기자
  • 승인 2018.06.21 14: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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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년 풍상 이겨온 임금님이 칭송한 일편단심 정절
후손 변변치 못하면 흙더미에 파묻혀 매장돼야 하나

 

비지정문화재라서 방치해 온 ‘옥천조씨 정려각’이 결국 무너져 내렸다.
전주이씨 이한구에 대한 옥천조씨의 정절을 기린 정려각은 1868년(고종 5년)에 세워져 150년 역사를 지닌 문화재다. 그러나 비지정문화재라는 처지와 후손들의 관심 밖 유물이 되어 냉대 받고 고립되고 방치되다가 결국 하루 밤 사이에, 목격자 한사람 없이 폭삭 무너져 한줌 흙더미가 되었다.
<열린순창>은 지난 5월 31일, “비지정문화재 관리 ‘소홀’” 제목으로 간아지 정려비와 옥천조씨 정려각 관리 소홀을 보도했다. 오비이락(烏飛梨落,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인가? 보도하고 보름도 안 돼 옥천조씨 정려각은 무참하게 무너졌다.
당시 군청 담당자는 군이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마을주민과 관광객의 연락이 종종 있었다. 고민하고 있다. 비지정문화재라서 예산문제로 어려움이 있다. 관리도 어렵지만 철거도 쉽지 않다”면서 “옥천조씨 소유자와 연락을 취하고 의견을 취합해서 관리나 철거로 방향을 정하고 조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가 연락해 조치하지는 않았겠지만 정려각은 철거되려는 듯 무너져 버렸다.
군 담당자는 무너진 정려각에 대해 “우리가 진행한 일이 아니다. 겨울 내렸던 눈이 녹아 기와에 스며들면서 결국엔 무너져 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하필 이때 무너졌나. 혹 무너뜨린 것은 아닌가?’ 의구심을 풀어줄 목격자나 증언자를 찾을 수 없어 답답했다. 현장에 가보니 “오라, 이래서 무너졌구나. 정려각은 유배되었다”는 생각에 한참 분한 마음을 달랬다. 2012년 8월경 순창군은 정려각 인근 농지의 개답(개발행위)을 허가했다. 당시 민원이 있었고, 그 결과인지 정려각 둘레 삼면이 콘크리트 옹벽으로 감싸져 있고, 정려각 진출입로가 되어야 할 대모산성 쪽 정려각 정문 앞에는 아예 넘나들지(출입하지) 못하게 할 요량이었는지 깊은 수로를 설치했다. 현장 상황은 정절을 지킨 옥천조씨 할머니를 콘크리트 독방 감옥에 가두고 행여 탈옥할까봐 사면을 막아 놓은 모습이다.
정려각이 내려앉았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옥천조씨 후손은 “할머니 정려각을 할아버지 후손 전주이씨들과 상의하고, 6, 7년전 인근 농지에 흙을 받을 때, 군청에도 말하고, 의원들에게도 부탁했는데… ” 하면서 “들일 돈이 없는 후손이라 안타깝다”고 긴 한숨을 쉬었다.
전주이씨 후손 아무개씨는 “나와는 먼 종친이지만, 군청에 근무하는 전주이씨 종친에게 부탁해보고, 의원들도 만났는데 별 소득이 없다”면서 “결국은 폭삭 내려앉았다니, 정려각 속에 세워둔 비석은 온전한지 그 자리에 복원할 수 는 없는지… 걱정된다. 뾰쪽하게 상의할 사람도 없고 참 답답하다”며 시종 안타까운 표정을 펴지 못했다.
150년 풍상을 이겨내 온 옥천조씨 정려각은 “비지정문화재라 관리책임 없다”는 군청의 야박한 태도가 야속한 듯 허물어졌다. 정려각 기와장과 흙더미에 파묻힌 정려비를 언제 누가 건져낼까? 후손이 변변치 않으면 임금님이 칭송했던 정절까지 흙속에 파묻혀 있다가 쓰레기 더미로 묻혀야 하는가. 충의충절을 자랑하는 순창군청의 조치를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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