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리 주민들, 반입 반대하며 이틀째 농성
“누가 라돈 반입된 곳 해산물 먹겠느냐” 불만
“침대 쓴 도시 사람 목숨은 중하고 시골 사람들은 죽어도 되는 거유?”
정부가 전국에서 회수한 라돈침대를 충남 당진에서 몰래 처리하려다 이를 뒤늦게 안 주민들의 반대로 반입이 중단됐다. 정부는 반입한 침대만이라도 당진 현지에서 처리하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주민 반발이 커지고 있다.
충남 당진시 송악읍 고대1리 주민들은 18일 당진항의 옛 동부제강 열연공장 앞 고철야적장 입구에서 이틀째 라돈침대 반입에 반대하는 농성을 계속했다. 김아무개(78)씨는 “폐암을 일으키는 라돈 침대를 회수한다는 뉴스는 봤지만, 그 침대들이 우리 동네로 들어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선거 끝난 주말에 몰래 라돈침대를 당진에 버리고서는 우리에게는 (라돈침대가) 안전하니 믿고 받으라고 한다. 우리가 바보냐”라며 불끈 쥔 주먹을 흔들었다. 최아무개(73)씨는 “그 좋던 바다를 대기업에 다 내주고 바지락 양식장과 횟집 몇집 남은 게 전부인데 라돈침대가 들어왔으니 누가 이곳 해산물을 먹겠느냐”고 가슴을 쳤다.
고철야적장은 6만6천여㎡ 규모로, 입구에서 오른쪽은 고철 더미가, 왼쪽은 약 200m 길이에 5~6단씩 라돈침대가 야적돼 있었다. 눈 덮인 야산 같았다. 바닷바람은 연신 찢긴 비닐에 덮인 침대 더미를 타고 야적장 너머 고대리 안섬마을로 불었다. 이 침대들은 지난 16일 이곳으로 반입됐으며 전국에서 수거한 라돈침대 2만4천여개 가운데 일부다. 정부는 회수한 침대를 이곳에서 해체해 스프링 등 고철은 제철공장에서 처리하고 라돈 성분은 경주 방사성폐기물처분장으로 보낼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홍장 당진시장은 “라돈침대 추가 반입에 반대하고 반입한 라돈침대를 회수해 갈 것을 정부에 거듭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