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보물여행(42) 소나무 숲 헤치며 만난 귀래정 ‘편액’(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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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보물여행(42) 소나무 숲 헤치며 만난 귀래정 ‘편액’(4)
  • 김태현 해설사
  • 승인 2018.06.27 15: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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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해설사와 함께 떠나는 ‘순창보물여행’

 

▲귀래정 편액. 위부터 열두번째 편액부터 열아홉번째 편액까지의 모습.

 

<열린순창> 397호 8~11번째 편액에 이어

12. 열두 번째 편액은 십속계시입니다. 십속계시(十續契詩)는 속(續)이 의미하듯이 이후 후손들이 십로계를 본따 만든 후세 사람들의 계모임에 대한 내용으로 자세한 내용은 생략합니다.

13. 열세 번째 편액도 십속계서(十續契書)라는 제목으로 십로계 인물들의 후손들이 십로계를 본따 만든 계모임에 대한 내용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생략합니다.

14. 열네 번째 편액은 후손들의 귀래정중건기입니다. 1935년 귀래정 중건에 맞춰 14세 손 익구가 작성한 것으로 자세한 내용은 생략합니다.

15. 열다섯 번째 편액도 위와 동일한 시점인 1935년 중건에 맞춰 16세 손 신영우가 쓴 귀래정중수사실기이며 자세한 내용은 생략합니다. 

16. 열여섯 번째 편액은 다음과 같은데 이 또한 11대 손 종권이 작성한 귀래정중수기이기에 자세한 내용은 생략합니다.

17. 17번째 편액은 근차판상십로시로서 후손 헌구가 지은 시라고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생략합니다.

18. 열여덟 번째 편액
열여덟 번째 편액이 신말주가 쓴 십로계서입니다. 십로계는 신말주가 지역의 70세 이상의 장수하는 노인들과 결성하였던 일종의 친목계입니다. 이 십로계서에는 십로계를 조직한 취지와 경위, 의의 등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1499년도에 쓰인 글임을 감안하며 아래의 내용을 살펴보면, 예나 지금이나 과음의 폐해는 똑같고 이를 경계하는 마음도 비슷함을 볼 수 있고, 허례허식을 배척하는 귀래정공의 수 세기 시대를 앞선 실사구시 정신을 엿볼 수 있습니다. 또 남자 평균수명이 77세에 달하는 현대를 귀래정공이 보신다면 얼마나 놀라워하실지와 열 어르신들의 뜻대로 후세에 많은 십로계를 본딴 모임들이 생긴 것을 아시면 매우 흐뭇해하실 것 같기도 합니다. 

<십로계서> 
내가 나이 늙었음을 이유로 관직을 사퇴하고 고향으로 돌아온 그 이듬해 봄 어느 날, 같은 고을에 사는 전 부장 이공 윤철이 술병을 들고 나를 찾아왔다. 그래서 우리 두 사람은 귀래정 위에 앉아 서로 한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이 때 나는 옛사람들이 고향이 서로 같다는 사실을 중하에 여겼던 이유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우선 유구한 우주의 역사 속에서 서로가 같은 한 시대에 태어났다는 것은 그 사실만으로도 다행이 아닐 수 없소. 그러나 이 우주에는 또 동서남북 사방이 각각 멀리 떨어진 곳이 많아 비록 같은 한 시대에 태어난 사람들이라 하더라도 그들이 서로 만난다는 것을 기약하기란 참으로 어렵소. 그런데, 서로가 고향이 같다는 것은 한 시대에 태어난 데에다 또 태어난 나라가 같고 거기에 또 태어난 고을이 같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니 이보다 더 큰 다행이 어디에 있겠소. 옛 사람들이 향당이라고 하는 것을 중히 여긴 이유가 이러한 데에 있소. 옛 사람은 ‘우주 내의 모든 사람은 다 형제’라고 말하였는데, 항차 그 우주 속에서도 또 같은 한 나라, 같은 한 고을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서로의 정분이 어떻겠소. 더구나, 우리들로 말할 것 같으면 모두 70세가 넘어 앞으로 살 날이 많지도 않은 처지가 아니오. 그러니 좋을 날을 택하여 우리 모두가 한 자리에 모여 즐거운 하루를 보내는 일을 서둘러 강구하여야하지 않겠소.”
이상과 같이 말하자 이공이 자리에서 일어나 절하며 말하기를 “말씀을 듣고 보니 참으로 그렇습니다. 그러나 우리 고을에 70이 넘은 사람이 어찌 우리 두 사람뿐이겠습니까? 다만, 그들이 과연 우리와 뜻을 같이 할는지 아직은 모르오니 먼저 그들에게 우리의 뜻을 알려 동참을 원하는 사람을 모아야 하겠습니다.”
위와 같은 일이 있은지 얼마 후에 들으니 우리 고을에는 70이 넘은 노인으로 동에 김박과 한승유가, 남에는 안정, 오유경, 설산옥, 설존의 및 장조평이, 그리고 서에는 조윤옥 등이 있어 이들 모두가 우리와 뜻을 같이 한다고 하였다. 결국 우리 두 사람까지 합하여 모두 열 사람이 된 것이다.
그래서 서로 의논하여, 생년월일 순으로 서열을 정하고 나이 많은 사람으로부터 시작하여 차례로 돌아가면서 모임을 주관하고 한 바퀴가 끝나면 다시 또 처음부터 시작하기로 결정을 보았다. 그리고 이 모임의 성격은 저 당나라 때의 유명한 시인 백거이가 그의 만년에 자신의 거처인 낙양의 향산에서 구로의 모임을 갖고 술과 노래로써 즐기던 그 전통과 송대의 유명한 학자이자 정치가인 문언박이 역시 만년에 위 백거이의 구로회를 본따 이미 노경에 이른 당대 제일급의 학자이자 정치가인 부필 사마광 등 10여 인과 함께 낙양 기영회의 모임을 갖고 여생을 즐기던 그 전통을 이어 받기로 하였다.
그러하니 이는 참으로 뜻있고 자랑스러운 일이로되, 그러나, 서로 만나서 술자리를 벌일 때에는 그 예절은 되도록 간략하게 하고 술을 주고받음에 있어서도 주인이라고 해서 덮어놓고 권만할 것이 아니요, 또 객이라고 해서 덮어놓고 사양만 할 것이 아니며, 각자 자기 앞에 놓인 술과 과일을 들어가며 술 한 잔에 시 한 수씩을 읊는 즐거움을 나누기로 하였다. 사실 이러한 자리는 그것이 꼭 술과 음식이 상에 가득 차도록 차려지고 술잔과 술상이 낭자한 지경에 이르도록 먹고 마셔야만 된다는 그러한 이치는 있을 수 없다. 그렇게 한다는 것은 경비의 낭비가 될 뿐만 아니라 결국은 넘어지고 토하고 예를 더럽히는 결과가 된다. 더구나 우리들의 경우는 그것이 노기를 손상시킬 것이니 말한 나위가 있겠는가?
그러하니 우리들은 마땅히 옛 사람들이 지켰던 그 예정을 따라 모든 것을 간략하게 하여 반찬은 한 두 그릇을 넘지 않게 하고 술도 있는 그래도 쓰기로 한다. 이렇게 하면 준비도 쉽고 해서 누구나 다 그 차례를 감당할 수가 있고 따라서 자주 모임을 갖는다 하더라도 병폐가 될 것이 없으니 이는 옛 성현들이 “사치스러운 것보다는 검소한 것이 오히려 낫다”라고 말씀하신(이는 공자에 나오는 말이다.) 그 취지에도 어긋나지 않는 일이다.
다만, 이상과 같은 내용은 구두로만 약속을 하면 오래 가지 못할 염려가 있으므로 우리의 모임을 그림에 담고 거기에 또 각자가 지은 시 한 수씩을 적어 넣기로 한다. 그렇게 하면 우리의 기쁘고 즐거운 뜻을 담는 일도 되고 또 한편으로는 우리의 경계가 되기도 할 것이니 이를 즉 그림과 시와 설명이 쓰인 십로도를 각각 한 벌씩 나누어 가져 앞으로도 이 모임이 우리가 모두 죽는 그날까지 길이길이 지속되도록 할 것이다. 그렇게 하면 후일 우리의 자손들이 이 십로도록을 보고 조상들의 그 두터웠던 뜻을 알아 다시 이 모임을 계승할 수도 있을 것이니 어찌 이것이 아름다운 일이 아니겠는가. 홍치 기미년(1499년) 봄에 남산노은 신말주씀

19. 열아홉 번째 마지막 편액은 귀래정중수상량문이며 월성 김재홍(1855~)이 1880면(고종 17년) 작성한 글로 추정됩니다. 내용은 생략합니다. 

이상으로 귀래정 편액이야기를 마칩니다. 필자가 고서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어 그 내용을 더 자세하고 친절히 싣지 못한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제 귀래정에 오르면 편액을 자세히 살펴보고 그 뜻과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계기가 되시기 바랍니다. 자료를 제공해주신 강신영 학예사와 순창문화원, 신렬호 해설사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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