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순 시인의 속삭임 '잊지 못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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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순 시인의 속삭임 '잊지 못하리'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18.07.05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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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5.17. 남원 출생 1943년 광산사립학교를 졸업 1944년 3월 2일에 결혼했다. 2000년대 들어와 문학동아리 활동을 하고, 2014년 11월 <월간 문학공간> 신인문학상을 수상하여 등단했다.” 15살에 사립 ‘소학교’를 마치고 16살에 시집와서, 남편의 작업공간 읍내 남원삼거리 신흥공업사에서 살림하며 남편의 일도 돕고 마을 일도 보다, 남편을 여윈 ‘꽃바구니’ 할머니가 십 수년 써둔 시를 모아 지난 6월 30일 시집 <잊지 못하리>를 내고 문우들이 마련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정봉애 시인의 대부분 시들에서 만나는 이 그리움, 이 안쓰러움, 이 슬픔이 늘 독자들에게 아리게 다가온다. 혼자 된 인생, 90세를 넘기는 시인의 인생에서 밀려오는 외로움이 어찌나 절절한지, 이 감성을 만나는 순간 물안개 속으로 빨려드는 먹먹함을 체험하지 않을 수 없다.”
“눈부시게 고왔던 노란 비단옷(은행잎)이 된서리를 맞아 하나둘 떨어진다. 앙상한 가지에 두세 이파리만 남아 있다. 그 이파리는 가는 세월 아쉬운 듯 모진 바람을 맞으면서도 차마 떨어지지 못한다. 오돌 오돌 떨며 소곤거리며 마지막 삶의 의미를 붙들고 있다. 마치 90세를 넘긴 시인 자신의 처지를 얘기하고 있는 듯하여, 읽어 가는 독자의 마음이 울컥해진다. 그 어떤 현란한 꾸밈도 없이, 그저 진솔한 내면을 이미지 위에 실어 놓는 시인의 시 창작이 어찌 이리 고울 수 있단 말인가.” (시인의 ‘시 선생님’ 박덕은 교수의 시평 가운데서)
“글은 ‘짓는’ 것이 아니라 ‘쓰는’ 것”이라며 “관념적인 이야기를 지어내지 말고 자기 삶에 근거한 살아있는 이야기를 쓰라”고 한다.(이오덕 우리말 연구가) 글짓기든 글쓰기든 자신의 고민과 생각, 주장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바르게 전달하려는 심정은 같다. 그런데 ‘좋은 글’이라는 평가(칭찬)를 얻기는 어렵다. 아무리 글쓰기 교본대로 따라하고 노력해도 자기심정을 제대로 표현하고, 자기주장을 명확히 밝히는 길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내 심정을 잘 표현해 상대의 공감을 얻는 일이 어찌 쉬운 일일까. 그런데 시집 <잊지 못하리>에는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시인의 심정이, 생각이 무엇인지 연상케 하는 시가 많다. 당연히 시인이 노력한 결실이지만, 시인이 구십 성상 본 것, 느낀 것, 생각한 것을 꾸밈없이 가꿈없이 확 쏟아 부은 결과이자 ‘시인 천연 그대로의 심성’이라는 내 느낌을 더 강조하고 싶다.
“글을 쓴다는 것은 아프고 속상한 마음을 형상화하는 행위다. 이른바 분한 일을 당하고 나서 그것을 글로써 풀어내는 것이다.(연암 박지원의 글 짓는 목적) 주장할 것이 없는 사람, 주장이 없어도 되는 사람은 글을 쓸 필요가 없다. 안주 상태에서는 참된 문학이 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남을 아프게 하지도 가렵게 하지도 못하고 구절마다 범범하고 데면데면해서 우유부단하기만 한 글을 어디다 쓰겠는가.” 그렇다. 시집 <잊지 못하리>에 실린 “시들은 꾸밈이 없는 듯하지만, 낯설게 하기, 이미지 구현, 입체적 시적 형상화, 자연스런 시상의 흐름 등이 골고루 갖춰져 있”다. “낭군이 없이 혼자 남은 인생, 그 여생의 길을 외롭게 걸어가야 하는 여성스러움, 정갈한 그리움, 애틋한 보고픔, 그러면서도 올곧게 살아가는 의지, 해맑은 시선, 그렇다고 어둡게 침몰하지 않겠다는 심성, 튼실해 보이는 성실성 등이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한마디로 천연 그대로의 순수시인, 그리움과 삶의 진수를 터득한 멋쟁이 할머니 시인”이 많이 배우지 못한 서운함, 사랑을 듬뿍 안겨주고 먼저 떠난 남편을 그리는 애달픈 마음, 앞서 보낸 자식을 생각하는 아픔, 곱던 얼굴에 가득한 주름만큼 흐른 세월에 대한 허전함을 담고 풀어쓴 시다.
<잊지 못하리>에 실린 시는 지당한 말씀으로 포장된, 무난한 글이 아니다. ‘책 보따리 허리춤에 맨 짝꿍을 그리워하고, ‘애태우는 아림, 기다리는 시림’ 달래며 망부석을 다짐하는 시인 아픔이다. 소녀 때 짝꿍, 세상 떠난 짝꿍 들을 다시 꼭 만나고 싶다는 나지막한 절규에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구순 할머니, 정봉애 시인은 “아주 간결하고도 선명하고도 손쉽게, 시의 매력, 시의 무섭도록 강렬한 공감력”을 전한다. <열린순창>의 격을 높이며 독자들의 ‘심금’을 울린 시인의 시가 오래도록 <열린순창>에 연재되기 기원한다. 그리고 제2, 제3의 ‘정봉애’… 일상의 고민과 생각, 주장을 주저 없이 기고하는 주민과 독자가 넘쳐 <열린순창> 지면을 가득 채워주시기를 간곡하게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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