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2018년을 평화군축 원년으로
상태바
[기고] 2018년을 평화군축 원년으로
  • 오은미 전 도의원
  • 승인 2018.07.19 14: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은미 전) 전북도의회 의원

정전이 끝나고 평화가 오면 ‘무기를 녹여 보습’을 만들어야 한다. “만들어진 모든 총과 진수된 모든 전함, 발사된 모든 로켓은 굶주려도 먹지 못하고 헐벗어도 입지 못한 사람들로부터 빼앗은 것이다.”(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
지난 5월 스웨덴의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발표한 <2017년 세계 군사비 지출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군사비 지출 순위에서 세계 10위다. 주목할 것은, 순위도 높지만 절대액의 증가 폭이 크다는 점이다. 2000년 15조 원이던 한국 국방비는 2010년을 전후해 30조 원, 2016년 40조 원을 넘어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방비를 현행 국민총생산(GDP) 대비 2.5%에서 임기 내에 2.9%까지 올리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이 계획을 실행에 옮기려면 올해 43조 4000억 원인 국방비를 매년 8%씩 올려야 한다. 이렇게 되면 5년 후 한국의 국방비는 약 63조 원에 달하게 되고 일본의 국방비마저도 추월하게 될 전망이다.
한국의 국민총생산은 독일의 절반도 안 되지만, 세계 10위의 군사비는 세계 9위인 독일 군사비의 90%나 된다. 한국은 매년 정부 재정의 약 15%을 군사비로 쓰고 있는데, 이는 OECD 회원국 평균 대비 2.5배나 된다. 한국의 인구 1천 명 당 현역 군인 수(14명)는 자국 영토에서 쿠르드 민병대와 싸우는 한편 시리아 내전에도 개입하고 있는 터키(8명)보다 거의 2배 가까이 많다. 한국이 이처럼 많은 군인 수를 보유할 수 있는 비결은 병사들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세계 최고 학력의 청년들을 마구 징병하여 애국심에 기댄 ‘열정페이’를 강요하면서 손쉽게 부려먹을 수 있다. 정부의 계획대로 병장 월급이 40만원까지 올라도 이는 최저임금의 겨우 1/4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남측은 그동안 북측의 국민총생산 규모보다 더 많은 군사비를 지출해왔다. 서로를 겨냥한 끝없는 군비경쟁은 군사적 대립과 갈등을 낳았고, 지난해 한반도에는 전쟁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다. 무력 사용의 배제와 군사력 신뢰 구축을 통한 군축에 합의한 ‘판문점 선언’이 나온 마당에 정부의 방위력 증강 계획은 전면 재검토해야 마땅하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선제적 조치를 능동적으로 취함으로써 우리가 평화시대를 선도해가면서 ‘판문점 선언’ 이전과 이후는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국군기무사령부가 본연의 임무에서 벗어나 온갖 불법 행위를 자행해온 사실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기무사는 대통령령인 국군기무사령부령에 법적 근거를 두고 있는 군 수사·보안 방첩 부대이다. 직무 범위는 군인과 군무원으로 제한되며, 민간인에 대한 정보 수집 및 수사는 명백한 불법이다. 그런데 기무사가 2014년 세월호 가족들의 활동을 사찰한 정황이 담긴 보고서가 발견됐다. 기무사는 지지율이 떨어진 박근혜를 위해 ‘대통령 이미지 제고 방안’이라는 문건도 만들었다. 세월호 사고 관련 대국민 담화 때 감성적인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면서 희생자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할 것을 제안하였는데, 실제 박근혜는 문건 보고 닷새 뒤 담화를 발표할 때 눈물 연기를 했다. 기무사가 2014년 6월 당시 선체 인양에 대한 반대 여론을 조성하고, 희생자들을 수장시키는 방안을 청와대에 제안한 사실도 폭로됐다. 천인공노할 일이다.
또한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탄핵 심판이 임박했던 지난해 3월, 기무사가 위수령 발동 및 계엄 선포를 검토하는 문건을 작성한 사실이 밝혀졌다. 탱크와 장갑차, 특전사를 동원해 시위대를 유혈 진압하고 정부·언론을 장악하는 음모를 꾸민 것이다. 이 문건에 앞서 2016년 10월 박근혜 퇴진 1차 촛불시위 직후에 기무사가 ‘시위대의 청와대 점거 시도’ ‘대통령 유고로 계엄 상황 발생’ 등 시나리오별 대응방안을 담은 대외비 문건(‘현 시국 관련 국면별 고려사항’)을 만들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기무사 문건에는 ‘철저한 보안대책 강구와 임무수행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음’이라고 적혀 있다. 기무사 문건은 시민들의 평화적 촛불집회를 유혈 진압하고 정부·언론을 장악하는 친위 쿠데타 시나리오에 다름 아니다. 5·16 쿠데타부터 시작된 군의 정치개입 흑역사를 떠올리게 한다.
나라를 지켜야 할 군이 민간인을 일상적으로 사찰하고, 선량한 시민들을 적으로 간주하여 온갖 공작과 비밀작전을 수행해온 끝에 급기야 계엄령을 내려 폭도로 몰아 발포할 계획까지 세운 것은 중대한 국가범죄가 아닐 수 없다. 철저한 진상조사가 이뤄지고 책임자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내란죄에 준하는 준엄한 단죄가 내려져야 할 것이다.
기무사 문건은 군대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준다. 남과 북은 ‘4·27 판문점 선언’을 통해 한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에 합의했다. 남과 북은 앞으로 그 어떤 형태의 무력도 서로 사용하지 않을 것에 대한 불가침 합의를 재확인하고, 군사적 긴장이 해소되고 서로의 군사적 신뢰가 실질적으로 구축되는 데 따라 단계적으로 군축을 실현해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한반도가 정전체제에서 평화체제로 이행하는 대전환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이제 한국 군대는 평화시대의 군대로 새롭게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 세금을 군사비에 쏟아 붓는 대신, 요람에서 무덤까지 위태롭게 살아가는 국민의 삶을 향상시키는 데 사용할 때다. 그럴 때 비로소 평화를 노래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순창 농부]순창군창업유통연구회 변수기 회장, 임하수 총무
  • 고창인 조합장 징역 2년 구형
  • 최순삼 순창여중 교장 정년퇴임
  • 순창읍 관북2마을 주민들 티비엔 '웰컴투 불로촌' 촬영
  • 선거구 획정안 확정 남원·순창·임실·장수
  • 순창시니어클럽 이호 관장 “노인 일자리 발굴 적극 노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