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도ㆍ선거법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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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도ㆍ선거법 바꿔야 한다.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18.07.25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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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자금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정치가 가능할까?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회찬 의원의 서울 빈소에 수천명 조문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40도 가까운 폭염 속에서도 시민들 발길로 장사진을 이뤘다니, 그에 대한 대중의 사랑을 가늠할 수 있다. 대학생, 아이의 손을 잡은 가족, 작업복 입은 직장인 등 줄지어 선 시민들은 노 의원에 대한 다양한 기억을 떠올리며 “몰염치한 정치 현실 속에서 ‘정의로웠던’ 정치인 노회찬이 죽음을 선택한 데 대해 입을 모아 안타까움을 전했다”고 한다.
고교생이던 1973년 유신반대, 대학생이던 1980년대 초 노동현장(용접공)에 뛰어들었던 노회찬의 정치인 등장은 화려했다. 최초로 비례대표 정당투표를 했던 2004년 4월 15일, 17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8번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10선에 도전한 자민련(최종 득표율 2.82%) 비례대표 1번 김종필은 떨어져 정계 은퇴하고, ‘50년 동안 삼겹살 굽던 불판을 바꿔야 한다’며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민주노동당(최종득표율 13.03%) 비례대표 8번 노회찬은 대한민국 국회에 입성했다.
노회찬 의원은 3선이다. 17대(2004년 5월~2008년 5월), 18대 낙선, 19대 당선 - ‘삼성엑스파일’ ‘떡값검사’ 명단공개 여파로 의원직 상실(2012년 5월~2013년 2월, 9개월), 20대 당선 -지난 23일까지(2016년 5월~2018년 7월). 7년 남짓 국회의원이었다. 7년간 법률안 945건을 포함, 모두 1029건의 의안을 발의했다. 호주제 폐지, 장애인차별금지법 등 굵직한 진보적 의제들이 그의 손을 거쳐 입법되었다. 삼성에스디아이(SDI) 불법위치추적 특검법, 하도급거래 공정화 관련 법률 개정안 등 비정규직 차별을 개선하고 취약계층 노동자를 보호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들을 대표 발의했다.
정치인에게는 뻔히 알면서도 피하지 못하는 두개의 함정이 있다. 금품 비리와 부적절한 남녀 관계다. 동서고금 보수진보 별 차이가 없다. 노 의원은 유서에서 “2016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경공모(경제적공진화모임)로부터 모두 4000만원을 받았다. 어떤 청탁도 없었고 대가를 약속한 바도 없다”면서 “다수 회원들의 자발적 모금이었기에 마땅히 정상적 후원 절차를 밟아야 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어리석은 선택이었고 부끄러운 판단이었다”며 정의당 당원들에게 ‘죄송하다’고 적었다. 노 의원이 돈을 받은 시점은 총선 직전인 2016년 3월이다.
“선거를 하려면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는 공식 정치자금 이외에 돈이 더 들어간다.” “정치인들이 자기 돈을 쓰거나, 지인들이 ‘대가성 없다’며 주는 돈을 ‘눈 가리고 아웅’ 하며 받을 수밖에 없다.” 공공연하게 회자되는 우리 사회 정치 현실을 아무도 부정하지 못한다. 현역 국회의원들은 그나마 임기 내내 후원금을 모아 선거비용을 마련할 수 있다. 정치자금법상 후원금을 모집할 수 있는 자격은 국회의원이나 국회의원 예비후보, 지방자치단체장 후보, 대통령 후보 및 예비후보 등이다. 정치후원금은 정상적인 후원 절차를 통해야 하고 선관위에 신고해야 한다. 지방의원이나 지방의원 후보자들은 후원회를 둘 수 없어 후원금을 모을 수 없다. 그래서 “현역 국회의원에게만 유리한 법”이라는 비판이 높다. 국회의원이 아닌 정치 지망생과 지방의원에게도 후원금 창구를 열어줘야 한다. 아울러 예비후보 등록기간(현행 선거 120일전)을 넓혀 정치 지망생이 활발하게 지역주민을 접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진(自盡)한 노 의원에 대해 “누구보다 깨끗하고 정의로운 정치를 해왔다고 자부했던 그를 불법의 사슬로 묶어버린 게 바로 한국 정치의 현실”이라는 평가와 “그보다 훨씬 큰 비리를 저지른 정치인들은 무죄를 주장하며 여의도를 활보하는 마당에, 선거를 앞두고 몇천만원 받은 게 뭐가 대수냐”는 ‘의분강개(義憤慷慨)’도 있다. 어떤 평가 어떤 동정(同情)에도 가슴 먹먹할 뿐,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 참으로 착잡하다.
우리 주변에 도덕성과 청렴성을 무난히 실천하는 정치인이 많아지려면 현행 선거제도를, 정치자금법을 고쳐야 한다. 현행법은 ‘현역 의원, 거대 정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조다. 소수 정당, 정치 신인들, 원외 인사들의 정치권 진입을 가로막는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 정치의 비극’을 되뇌지 않도록 선거제도와 법을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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