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어우리말(68)/ ‘날으는 돼지?’ → ‘나는 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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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어우리말(68)/ ‘날으는 돼지?’ → ‘나는 돼지’
  • 이혜선 편집위원
  • 승인 2018.08.09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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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다르고 ‘어’ 다른 우리말
‘낯설은’ → ‘낯선’, ‘거칠은’ → ‘거친’, ‘날으는’ → ‘나는’

아이를 키우다보면 낯가림할 때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경험하게 된다. 집에서는 가족들 앞에서 잘 웃고 잘 놀다가도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가거나 ‘낯설은 곳’에 가면 울거나 떨어지려고 하지 않는 아이 때문에 간혹 지나치게 걱정하는 부모들도 있지만 아이들이 부모와의 애착 형성 과정에서 나타나는 발달의 한 단계이므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한다.
사실 다 큰 성인이라고 낯가림이 없을 수는 없다. 낯가림이 심한 사람들은 “친한 사람과 있을 땐 안 그러는데 ‘낯설은’ 사람과 만날 땐 안절부절못하게 된다”, “‘낯설은’ 사람 앞에서는 말을 더듬게 돼 발표하기가 두렵다” 등의 고충을 털어놓는다. 전에 본 기억이 없어 익숙하지 않거나 사물 등이 눈에 익지 않을 때 ‘낯설다’는 단어를 사용한다.
그런데 ‘낯설다’를 활용할 때 위 예문에서와 같이 ‘낯설은’이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는 바른말이 아니다. ‘낯설다’에 ‘-은(ㄴ)’이 연결되면 ‘ㄹ’이 탈락해 ‘낯선’이 된다.
실제로 ‘날으는 양탄자’, ‘날으는 돼지’ 등 ‘날으는’을 쓰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나는’이 올바른 표현이다. ‘날다, 놀다, 살다’ 등 어간이 ‘ㄹ’ 받침으로 끝나는 동사나 형용사는 ‘ㄴ’으로 시작하는 어미 앞에서 받침의 ‘ㄹ’이 탈락하는 현상이 일어난다. ‘놀이터에서 놀으는 아이’ 대신 ‘노는 아이’라고 하거나 ‘우리 동네에 살으는 사람’ 대신 ‘사는 사람’이라고 하는 데서 알 수 있다. 속담에 ‘난다 긴다 한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 같은 말들이 있는데, 여기서도 ‘날은다, 날으는’ 대신 ‘난다, 나는’을 쓰고 있다.
또 이와 비슷하게 ‘거칠다’를 활용할 때도 “거칠은 들판으로 달려가자”, “거칠은 땅을 일구어 옥토로 만들었다” 등과 같이 ‘거칠은’을 쓰기 쉽지만 이 역시 잘못된 표현이다. ‘거친’이 맞는 말이다.
쇠붙이가 산화해 빛이 변했을 때 사용하는 ‘녹슬다’ 또한 “녹슬은 못에 찔리지 않게 조심해라”, “바닷속에서 녹슬은 세월호 선체가 떠오르고 있다” 와 같이 ‘녹슬은’으로 쓰곤 하나 ‘녹슨’으로 해야 한다.
처음 ‘낯설은’과 마찬가지로 ‘거칠은’, ‘녹슬은’은 모두 활용을 잘못한 경우다. 맞춤법에 따르면 어간의 끝소리가 ‘ㄹ’일 때 ‘ㄴ, ㄹ, ㅂ, 시, 오’ 앞에서 ‘ㄹ’이 탈락한다. ‘낯설다’의 경우 어간 ‘낯설’이 뒤에 오는 ‘-은(ㄴ)’을 만나 ‘ㄹ’이 탈락해 ‘낯선’이 된다. ‘거칠다’와 ‘녹슬다’도 어간(‘거칠’ ‘녹슬’)이 ‘ㄹ’로 끝나므로 뒤에 오는 ‘-은(ㄴ)’과 결합하면서 ‘ㄹ’이 탈락해 ‘거친’ ‘녹슨’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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