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농정 부재가 불러온 ‘스마트팜 혁신밸트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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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농정 부재가 불러온 ‘스마트팜 혁신밸트 사업’
  • 김효진 이장
  • 승인 2018.08.16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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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풍산 두지마을 이장

사상 유례 없는 폭염 속에서 농민들이 서울에 모였다. 일명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조성하겠다는 정부 발표에 농민들이 화가 났기 때문이다. 내용인즉, 총 4개소에 3만평 이상의 대형 유리온실 단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한 곳에 최소 3000억원을 쏟아 부을 예정이다.
정부는 이 사업을 통해서 세련되고 보기 좋은 토마토, 딸기, 파프리카를 생산해서 소비자 욕구를 충족시키겠다고 한다. 또한 신규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주어 농업인으로 육성시킨다고 한다.
소설 쓰는 얘기다. 도시평균 연봉조차 보장되지 않는 신규 일자리에 하던 일 내려놓고 뛰어들 사람이 있겠으며, 그 시설과 관리를 추후에 개인이 어떻게 감당하란 말인가. 생산물 역시 수출하겠다고는 하지만, 수출길이 막혔을 때 국내시장에서 또 하나의 출혈경쟁을 자초할 것이 자명하다. 무엇보다 이 막대한 예산을 농민들과 소통과 협의조차 하지 않은 채 허튼 곳에 쏟아 붓겠다니, 이것이야 말로 ‘농업판 4대강 사업’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건설사업자만 배불리며 소규모 농가에게 골고루 나눠야할 보조사업은 이곳에 집중될 것이고, 종국엔 그 막대한 시설과 인프라는 대기업이 인수받아 농업분야에 자연스레 진출하리라는 것쯤은 농민들도 알고 있다. 이 사업의 정책 설계 과정에서부터 이미 대기업이 관여했다는 소문은 파다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국가 농정의 기본 틀부터 바꾸겠다’, ‘농민이 안심하고 농사짓는 나라’, ‘여성농업인의 위상을 제고하고 미래농업인력 육성’, ‘먹거리가 안전한, 건강한 대한민국’, ‘살맛나는 농어촌’, ‘지역일자리와 소득을 늘려 미래농업 대비’, ‘수산업을 살리고 어업인의 권익 제고’라는 7대 공약을 발표했다. 세부적이진 못해도 개혁의 기운은 감지할 수 있었다. 또한 농민들은 “대통령이 농정을 직접 챙기기 위해 대통령 직속 농어업특별기구를 설치하여, 농어업인의 현장 목소리를 반영하고 소비자와 국민이 참여하도록 하겠다”는 약속에 커다란 기대를 걸었다. 촛불혁명으로 태어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 1년 하고도 3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농업계는 미풍 같은 변화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다. 변화의 바람은 고사하고, 대통령의 무관심 속에서 이전 정권에서 농정을 주관했던 농림부 고위 관료들에 의해 철저히, 계획적으로 적폐가 쌓여가고 있는 실정이다.
밥쌀용 쌀을 외국에서 수입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한 문재인 후보자가 대통령이 되기 하루 전 날(대선 전 날), 농림부가 밥쌀용 수입 공고를 낸 사건은 상징적이다 못해 너무도 속보이는 짓이었다. 최근에는 신정훈 청와대 농업비서관과 이재수 행정관(‘농산물 제값받기 프로젝트 티에프팀장), 그리고 김영록 농림부장관이 지방선거에 나가면서 농정의 방향을 결정할 수장이 사라진 틈을 이용해서 ‘스마트팜 혁신밸리’단지를 선정해버렸다. 신임 청와대 비서관과 농림부 장관이 손 써볼 틈도 주지 않으려는 듯이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무관심 속에서 농정은 이미 이전 정권 못지않게 망가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 때보다 식량자급률 목표치는 후퇴했다. 국가예산대비 농업예산 비율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현장에선 마늘, 양파, 대파뿐만 아니라 강원도 애호박까지 수확을 포기하고 밭에서 갈아엎어졌다.
농지규제를 완화해 농민을 농촌에서 밀어내고 있으며, 준비 안 된 농약허용물질 목록 관리제도(PLS)를 마른 하늘의 날벼락처럼 농민들에게 감당하라 하고 있다. 종자산업법을 개정해 농민들이 채종과 육묘할 권리를 박탈해 농민을 잠재적 범법자로 만들고 있다.
대체 언제까지 농정을 방치하고 망가뜨릴 작정인가. 개혁의 골든타임이 지나가는 이 시점에서 농업분야에서는 적폐청산 구호조차도 사치다. 눈을 돌려 농업과 농촌, 농민을 보라, 제발 보기만이라도 하라. 농민들의 기다림도 이젠 한계에 다다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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