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국외 연수는 ‘외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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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국외 연수는 ‘외유’?
  • 조재웅 기자
  • 승인 2018.08.16 15: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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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보고서 베끼고, 시중 도서 복사하기

▲장류사업소가 제출한 연수보고서 2쪽에 게재된 이금기 소스 회사 방문 사진.
세금 수백만원 들여 관광… 연수는 ‘뒷전’ 

군정에 접목할 사업 발굴 등을 목적으로 개인당 예산 수백만원을 들여 시행하고 있는 공무원 국외연수 보고서가 보기 민망하다.
<열린순창>은 최근 군 누리집에 공개된 공무원 국외연수 보고서 일부를 확인했다. 그 중 일부는 다른 연수팀의 보고서를 그대로 베끼거나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책 내용을 그대로 옮겨다 적은 내용으로 드러났다. 소문으로만 알려진 해외연수보고서 베끼기가 사실로 드러나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16년 5월 15일, 당시 퇴직을 앞두고 있던 공무원 12명은 10박 12일 일정으로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에스토니아, 러시아 연수를 다녀왔다. 목적은 “장기간 근무 후 퇴직 예정공무원에 대하여 사회적응 연수”와 “세계 최고 복지국가인 선진지역의 관광문화체험을 통한 벤치마킹으로 장수 고을인 순창 군정에 접목”이다.
이들은 연수보고서 소감에 “북유럽을 다녀와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자연환경이 깨끗하다는 것이다. 보통 잘 사는 나라는 자연환경을 훼손되기 마련인데 이번 연수를 다녀온 북유럽 4개국은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자연과 더불어 살면서 잘 사는 법을 터득한 듯 보였다”고 적었다.
이어 “대표적인 예로 노르웨이의 터널을 들 수 있다. 노르웨이는 우리나라와 같은 산악 국가로 도로를 만들 때 불가피하게 산을 훼손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들은 산을 깎아 도로를 내기보다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 터널을 뚫어 도로를 연결하는 것을 선택했다. 우리 일행은 송네 피요로드를 가는 길에 세계에서 가장 긴 터널 지날 수 있었는데 무려 24.5km에 달한다고 한다. 긴 터널이 답답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들의 노력이 경이롭기까지 했다”고 적었다. 소감은 에이포(A4) 한 장을 가득 채웠다.
2017년 5월 14일, 역시 퇴직을 앞둔 공무원 11명이 7박 9일 일정으로 러시아,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를 다녀왔다. 이 연수도 목적은 “퇴직예정공무원의 사회적응을 위한 연수 및 선진 관광문화 시찰”과 “선진지역의 관광문화체험을 통한 벤치마킹으로 순창 군정에 접목”이다. 이들이 제출한 연수보고서 시사점 및 특이사항에는 “북유럽을 다녀와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자연환경이 깨끗하다는 것이다. 보통 잘 사는 나라는 자연환경을 훼손하기 마련인데…”라고 적혀 있었다. 2016년에 연수를 다녀온 공무원들의 연수보고서와 2017년에 다녀온 공무원들의 연수보고서의 내용은 글자 하나 다르지 않았다.
2016년 7월 19일, 당시 장류사업소 직원 4명은 “국외 소스산업과 문화관광 선진지 견학을 통한 군정 접목 시책 발굴”과 “산업관광 활성화 아이템 개발을 통한 500만 관광객 유치 조기 달성”을 목적으로 홍콩, 중국, 마카오를 4박 5일 일정으로 다녀왔다.
이들이 제출한 연수보고서에는 이금기 소스 회사 및 공장을 견학하고 ‘진정기 한국 마케팅 팀장’과 질의 답변한 내용이 실려 있었다.
“품질 관리를 위해선 어떤 노력을 하나요?”라는 질문에 진정기 팀장은 “‘100-1=0’이 저희의 모토입니다. ‘100개가 괜찮아도 불량품 한 개 나오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뜻이죠. 저희는 다른 회사와 달리 주식이나 부동산에는 일절 투자를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소스 맛과 품질 향상을 위해서만 재투자합니다”라고 답변한 것처럼 적었다. 이외에도 여러 질문과 팀장의 답변이 적혀있다.
그런데 이 인터뷰 내용은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더 인터뷰 : 세계를 뒤흔든 30인의 리더에게 인생과 성공을 묻다>라는 책의 내용과 똑같다. 그리고 이 책에서 인터뷰 대상자는 진정기 팀장이 아닌 이금기 회사 명예회장 ‘리맛탄’이다.
‘리맛탄’ 명예회장 인터뷰는 이 연수보고서 말미 연수 시사점 및 특이사항. 즉, 연수를 다녀온 공무원들의 주관이 담긴 내용이 들어가야 하는 곳에도 그대로 쓰였다.
공무원 한 사람당 수백만원을 들여 군정 발전에 접목하기 위해 시행하는 국외연수가 일부 공무원에게는 ‘해외여행’으로 전락한 것이다. 결국 ‘출장이라 쓰고 외유로 읽는다’는 세간의 비판은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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