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춘향의 신분 상승 의지
상태바
[시론] 춘향의 신분 상승 의지
  • 림재호 편집위원
  • 승인 2018.08.22 13: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판소리 『춘향가』 또는 고대소설 『춘향전』은 1923년 영화로 처음 제작된 이래 영화 제작 때마다 최고 인기 여배우들이 춘향 역을 탐냈다. 오늘날 여자배우들에게 화장품 모델이 되는 것이 최고 미인임을 입증하는 기준인 것처럼 특히 6, 70년대 영화계에서는 어떤 배우가 춘향 역을 맡는지가 그 기준이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흥미를 끌었던 것 중의 하나는 1960년 당대 최고의 여배우 최은희와 김지미가 『성춘향』과 『춘향전』으로‘세기의 춘향 대결’을 벌인 것이었다. 흥행 결과는 최은희 주연 『성춘향』의 승리였다. 그리고 또 한 번의 흥미로운 대결은 1971년에 제작된 『춘향전』의 춘향 역을 맡기 위해 당시 한국영화의 트로이카 문희, 남정임, 윤정희가 벌인 경쟁이었다. 결국 춘향 역에 낙점된 배우는 청초하고 순수한 이미지의 문희였다. 다양한 소재의 영화들과 텔레비전 드라마의 영향 때문에 대중들은 이제 더 이상 춘향과 몽룡의 러브스토리에 열광하지 않는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도 『춘향전』은 시, 소설, 드라마, 영화, 마당극 등 장르를 초월하여 재생산되어 오고 있다.
유럽에서 지중해무역으로 큰돈을 번 거상들이 르네상스 예술의 후원자 역할을 했던 것처럼 조선후기에 신흥부호나 중인계급, 일부 양반들이 판소리 공연의 후원자 역할을 하게 된다. 판소리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터에서 공연되기도 했지만 양반들이나 신흥부호들의 회갑잔치 등의 집안 행사에서 공연되기도 했다. 우리 전통가옥은 마당이 있는 개방적인 공간이어서 잔칫날 판소리 공연은  초대받은 사람들만 누리는 것이 아니라 집안으로 입장하지 못하고 담 밖에서 구경하는 사람들도 함께 공연을 볼 수 있었다. 이처럼 판소리는 천민인 공연자 소리꾼, 구경꾼인 상민(평민), 후원자이자 조력자인 양반과 중인 모든 계층이 참여하는 공동작의 성격을 띠고 있다.
그래서 판소리는 모든 계층의 이해관계와 이데올로기가 반영되었다. 특히 사회 주도층인 양반의 이데올로기를 반영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다른 판소리와 마찬가지로 『춘향전』에서 겉으로 드러나는(표면적인) 주제의식은 유교적 가치인 열녀의식과 남녀 간의 헌신적 사랑이었다. 물론 『춘향전』은 아름다운 청춘남녀의 사랑이야기이다. 그러나 『춘향전』은 단순한 사랑이야기만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두 사람의 사랑을 방해하는 조선시대의 신분제도를 비판하고 있고, 흡혈귀 같은 탐관오리들을 응징해야 한다는 대다수 민중들의 간절한 소망이 담겨있다. 그리고 민중들의 가장 큰 소망인 양반이 되고 싶은, 즉 ‘신분 상승의 의지’가 담겨 있다. 이런 복합적인 요소 때문에 잔칫날 마당 안팎에 모인 수많은 민중들은 춘향을 응원하며 열광했던 것이다.
춘향은 도덕적인 면과 관능적인 면, 연약한 순종성과 의지적 저항성 등의 양면성을 동시에 지닌 인물이다. 즉, 다른 고전소설의 수동적인 인물들과는 달리 춘향은 매우 강렬한 자의식의 소유자이자 적극적인 성격이었다. 춘향은 양반인 아버지 성 참판과 기생인 어머니 관기(官妓) 월매 사이에 태어난 양반의 서녀(庶女)이자 천민이라 할 수 있다. 춘향은 양반의 노리개가 되어 결국 버림받고 마는 자신의 어머니와 같은 삶을 살기를 거부했다. 그래서 그녀는 남원 고을의 수많은 양반 자제들의 유혹을 거절했다. 양반가의 정실부인이 되어 양반으로의 신분상승을 꿈꾸었던 그런 춘향 앞에 나타난 이몽룡은 춘향에게 그 꿈을 실현시켜줄 구세주처럼 생각되었을 것이고 그래서 변 사또의 수청 요구를 거절하면서부터 겪게 되는 모든 고난을 헤쳐 나가게 된다.
관료사회의 부패가 극에 달하고 민중들이 각성하기 시작하던 조선후기 전국 장터에서 또는 양반과 신흥부호들의 집 마당에서 공연되는 『춘향전(춘향가)>』 공연을 함께 하면서, ‘폭군’변학도에 맞서 열녀의식을 표방하며 신분 상승을 성취해내는 춘향의 모습에서 민중들은 춘향을 통해 대리만족의 기쁨을 누리며 춘향을 응원했던 것이다. 『춘향전』은 고난을 감내하는 지고지순한 사랑과 더불어 신분 상승의 기적을 고난 극복의 유일한 출구로 여겼던 조선후기 민중들의 소망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금과초등학교 100주년 기념식 4월 21일 개최
  • 우영자-피터 오-풍산초 학생들 이색 미술 수업
  • “조합장 해임 징계 의결” 촉구, 순정축협 대의원 성명
  • 순창군청 여자 소프트테니스팀 ‘리코’, 회장기 단식 우승
  • [열린순창 보도 후]'6시 내고향', '아침마당' 출연
  • 재경순창군향우회 총무단 정기총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