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열사, 분노와 슬픔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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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열사, 분노와 슬픔의 정치학'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18.08.30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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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임미리, 출판사 오월의봄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공감하고 연대해야 한다

5ㆍ18 민주화운동 희생자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이 알츠하이머를 이유로 광주지법 형사재판에 불출석했다는 뉴스가 개운치 않다.
문재인 대통령은 제37주년 5ㆍ18 민주화운동 기념사 연설에서 ‘광주 열사’ 4명의 이름을 불러 감동을 주었다. ‘열사’라는 호칭은 집회ㆍ시위 현장에서 사람들의 가슴을 뜨겁게 달군다. 1970년 노동자 전태일이 제 몸을 불사른 이래 이 땅에는 숱한 ‘열사’들이 이어졌다.
이 책은 추모연대 합동 추모 열사 중 자살자 133명을 분석 대상으로 한다. ‘왜 특정한 죽음들만 열사로 호명되었는지’ ‘열사로 호명된 죽음들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열사 호명의 배경과 원인은 무엇인지’, 질문들을 풀어가기 위해 저항적 자살의 유형 분류에 기초하여 공시적 작업과 통시적 작업을 동시에 수행한다.
저자는 저항운동의 기폭제 역할을 한 열사의 죽음 자체를 면밀히 들여다보는 시도는 거의 없었다며, 열사들의 죽음을 삶의 한 방식으로, 그 중에서도 자살을 스스로의 생을 마감하는 실존적 결단으로 바라본다. 죽음은 자살자가 살아온 삶과 무관하지 않으며 세상과 관계하는 한 방식이라며, 열사들이 죽음을 감행하면서 말하려고 한 것이 무엇이지,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열사들의 메시지가 어떻게 읽히는지를 살펴본다.
저자는 개인이 지배세력과 충돌하는 과정에서 왜, 어떻게 저항적 자살을 결심하는지 유서, 서신, 증언, 신문기사 등을 통해 재구성한다. 자살자의 메시지가 사회적으로 수용되는 양상도 분석했다.
저자는 저항적 자살을 ‘당위형’과 ‘실존형’으로 분류하고 각 시기마다 어떤 양상으로 출현했는지 분석한다. ‘열사의 기원’ 시기(전두환 정권, 1980~1987), ‘열사의 의례화’ 시기(노태우ㆍ김영삼 정권, 1988~1997), ‘열사의 해체’ 시기(김대중ㆍ노무현ㆍ이명박 정권, 1998~2012)에 ‘당위형’과 ‘실존형’ 자살은 각각 다른 흐름을 보이며, 열사 호명구조도 상이한 형태로 나타난다고 분석한다.
저자는 압도적인 지배폭력이 사라진 시대에 오히려 더 많은 죽음(저항적 자살)들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 주목한다. 죽음으로써만 살인정권을 고발할 수 있었던 상황과 사뭇 다른데, 죽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 더 많은 이들이 죽음을 택하는 현실을 고발한다. 죽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란 폭력이 사라졌다는 의미가 아니라 폭력의 형식이 달라졌다고 주장한다. 노골적인 폭력은 사라졌을지 모르지만 치밀하게 구성된 제도적ㆍ이념적 장치 속에서 지배세력은 폭력을 한층 더 첨예하게 발전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온갖 제도(비정규직제, 타임오프제, 파견제 등)로 외피를 장식한 눈에 보이지 않는 폭력은 죽음까지도 투쟁의 정당한 방법으로 수용되지 못한다며, 군사정권의 물리적인 폭력보다 훨씬 더 무자비하고 절망적인 상황이라고 분석한다.
저자는 열사와 열사 호명에 기대지 않고 살아 있는 자들이 존엄한 인간으로서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게 하는 투쟁이 되어야 하고, 고통 받는 사람들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공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각각 실존과 목표가 일치하는 무수한 정치공동체를 꾸리고 고유한 적대와 전선을 가져야 하며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공감하고 연대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무수한 적대는 공감으로 힘을 얻고 공감은 연대와 실천을 통해 본질적인 적대로 발전할 수 있다. 적대가 아닌 공감으로 연대하되 근원적 분노로 이어져야 한다. 새로운 전선은 공감과 공감이 교차하고 연대와 연대가 접합되는 지점에서 만들어져야 한다. 그 새로운 전선에서 죽음을 요구하는 정치는 살아 싸우는 정치로 바뀔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적대가 아닌 공감으로, 전선이 아니라 연대에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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