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평생 단 한 번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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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평생 단 한 번의 만남
  • 서보연 기자
  • 승인 2018.09.06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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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객’에서 정현종 시인은 이렇게 말했다.

사람이 온다는 건 /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 그는 / 그의 과거와 / 현재와 / 그리고 /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 부서지기 쉬운 /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 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 /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  마음, /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우리가 지구에서, 대한민국에서, 순창에서 이 시간 만날 확률은 얼마일까? 세계 최고 생명보험 전문가로 구성된 백만불 원탁회의(MDRT) 회원인 임한기 작가는 그의 책 <평생 단 한 번의 만남>에서 ‘이치고 이치에(いちご いちえ)’를 이야기 한다. ‘이치고 이치에’는 일본의 다도 명인 센노 리큐우의 제자 소오지가 한 말 ‘이치고니 이치도노 에(一期に一度の会)’에서 비롯됐다. 일생 단 한 번밖에 없는 기회로 차를 대접할 때 최선을 다한다는 뜻이다. 여기에서 파생된 ‘이치고 이치에’는 ‘일생에 단 한 번밖에 없는 만남’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임한기 작가는 우리 모두의 만남이 ‘평생 단 한 번의 만남’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내일 만날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을뿐더러, 내일 만난다고 해도 오늘의 나와 너는 달라져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불교 용어에는 ‘시절인연(時節因緣)’이라는 말이 있다. 모든 인연에는 오고 가는 시기가 있다는 말이다. 만나고 싶어도 익지 않으면 옆에 두고도 못 만나고, 만나고 싶지 않아도 시절의 때를 만나면 기어코 만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굳이 애쓰지 않아도 만나게 될 인연은 만나게 되어 있고, 애를 써도 만나지 못할 인연은 만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헤어지는 것은 인연이 끝났기 때문이고 사람이든 재물이든 내 품안에 내 손안에서 영원히 머무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시절인연’은 모든 만남이 영원하지 않다는 점에서 이치고 이치에와 뜻이 상통한다. 그렇게 따지면 만남의 가치는 상당히 올라간다. 단 한번뿐인 시절만남은 삶의 방향을 조금씩 바꾸어 놓는다. 그 정도가 미미해서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부터 너무나 확연해서 모든 사람이 다 알 수 있을 정도 크기까지 우리 삶을 다르게 만들어 놓는다. 좋은 만남도 있고 안 좋은 만남도 있다. 소크라테스는 악처를 만났고, 헬렌켈러는 헌신적인 가정교사 설리번을 만났다. 박지성 축구선수는 히딩크 감독을 만나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 주인공이 되었다.
요즘 사람을 만나고 있다. 얼굴만 알았던 사람, 몇 마디 얘기만 나눠본 사람, 일적인 이야기만 한 사람들을 한 달에 한 번 사람책 도서관에서 만나고 있다. 사람책 한 권을 읽을 때마다 깜짝 깜짝 놀라곤 한다. 내용이 너무 재밌어서, 감동적이어서, 생각이 비슷해서, 그 슬픔이 조금이나마 느껴져서 깜짝 깜짝 놀란다. 그전까지 내가 알고 있던 사람이 아니다. 얼굴과 몸, 목소리 등 단순한 외형으로 가둘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우주가 들어있고, 기쁨과 슬픔, 외로움과 분노, 꿈과 좌절, 도전이 들어있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사람이다. 책을 읽을 때마다 내 삶은 방향을 수정했을 것이다. 그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내게 온 것이다. 다음 사람책 모임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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