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강좌(1)/ 시는 대체 왜 쓰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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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강좌(1)/ 시는 대체 왜 쓰는 거야?
  • 김재석 귀농작가
  • 승인 2018.10.04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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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글쓰기 강좌 1

“E=mC²”
저는 대학교 때 아인슈타인이 발견한 이 수식을 보면서 한 편의 시(詩)를 대하는 듯 했습니다. 시가 가져야 할 덕목인 간결함, 아름다음, 숨겨진 주제까지 다 들어있었죠. 이 세상의 물질은 에너지로 바꿀 수 있다니! 그 변환식이 이렇게 간결하다니, 하면서 말입니다. 이 시를 2500년 전에 태어난 부처는 어떻게 알았는지 이렇게 주석을 달아놓았죠. 너무나 시적으로 말입니다.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 물질은 곧 허공이고, 허공은 곧 물질이다. 옛날에는 에너지란 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허공(텅 빈)으로 표현했다고 봅니다.
물론 뭔 수식이 시야, 하며 공감이 안 될 수도 있겠죠. 그럼 다음 시를 볼까요.
 
질량의 크기는 부피와 비례하지 않는다

제비꽃같이 조그마한 그 계집애가
꽃잎같이 하늘거리는 그 계집애가
지구보다 더 큰 질량으로 나를 끌어당긴다.

순간, 나는
뉴턴의 사과처럼
사정없이 그녀에게로 굴러 떨어졌다
쿵 소리를 내며, 쿵쿵 소리를 내며

심장이
하늘에서 땅까지
아찔한 진자운동을 계속하였다

첫사랑이었다.
- 김인욱 시 <사랑의 물리학>

티브이(TV) 드라마 ‘도깨비’에 이 시가 소개되면서 유명세를 타게 되었죠. 물리학 법칙을 사랑에 비유한 시인데 드라마에 나오는 주인공의 심정을 잘 전달해 주었죠. 주인공 공유는 ‘천 년을 산 도깨비’란 설정으로 나옵니다. 질량의 크기는 부피와 비례하지 않듯, 사랑도 세월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죠.
이 시 한편은 단지 시로써의 가치뿐만 아니라, 이 드라마에서 주인공의 상황설정이나 심정을 잘 대변해 줍니다. 이런 경우를 하나 더 살펴봅시다. 지금은 시를 왜 쓰는 거야? 할 정도로 시에 무관심한 사람이 많지만,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우리는 시(조)의 시대를 살았습니다. 옛 시조를 한 번 보겠습니다. 이방원은 망해가는 고려의 충신 정몽주를 새로운 조선 건국의 일꾼으로 기용하고 싶어 찾아갑니다. 아니면 고려를 배신하고 자기 쪽으로 붙으라고 은근슬쩍 협박하러 찾아갔겠죠.

<이방원>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링칡이 얽혀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하여 백년까지 누리리라

<정몽주>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임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

두 사람이 한 시조 읊으면서 대화를 나눕니다. 그런데 이 시조를 그냥 대사로 써 보면 이렇습니다.

<이방원> 여보게 포은! 고려도 망해가니 우리 조선 건국에 힘을 보태는 게 어떻겠나? 그래야 같이 오래 편히 살 수 있지 않겠는가?

<정몽주> 내 비록 죽는 한이 있더라도 고려를 배신할 수 없소!

만약, 두 사람이 위의 대사처럼 말했다면, 과연 오늘날까지 이 이야기가 전해 올까요?

시를 왜 쓰는 거야? 시 쓴다고 돈 되는 것도 아니고, 심심풀이용인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바로 생각이나 발상의 전환을 위해서고, 도깨비 공유처럼 자신의 심정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은유가 필요할 때)가 있을 때, 정몽주 처럼 시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 이지요. ‘나는 고려를 배신할 수 없어’라고 말하는 정몽주보다 ‘백골이 진토 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라고 말하는 정몽주가 더 ‘뇌섹남’으로 보이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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