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보물여행(48) 강천산 용머리폭포…“용이 꼬리치며 승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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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보물여행(48) 강천산 용머리폭포…“용이 꼬리치며 승천한다”
  • 전예라 해설사
  • 승인 2018.10.04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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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해설사와 함께 떠나는 ‘순창보물여행’

 

암용 싸움과 경천에 얽힌 ‘전설’
자연재해 없는 천혜 고장 ‘순창’

 

전국 최초 군립공원으로 알려진 강천산 이름은 원래 광덕산이다. 용이 꼬리를 치며 승천하는 형상이라 해서 용천산(龍天山)이라 불리기도 했다.
강천산에 들어서면 장엄한 병풍폭포가 눈길을 끈다. 2.5km 지점에 위치한 구장군폭포에 이르기까지 계곡 좌우로 천우, 비룡, 약수, 용머리 폭포 등 폭포 6개를 만나게 된다. 폭포마다 전설이 있는데 오늘은 이 중 하나인 용머리폭포에 대해 알아볼까 한다.
강천사를 지나 비룡교 아래로 용이 꼬리를 치며 휘돌아나간 듯 시원하게 패인 계곡을 볼 수 있다. 비룡교를 지나면서 올려다보면 현수교 맞은편에 암용 머리에서 흐른 핏자국이라는 얼룩진 바위를 볼 수 있다.
전설에 의하면 강천사를 중심으로 숫용과 암용의 용소가 양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섬진강 향가에는 첩용의 용소가 있다고 한다. 천년 수를 다한 암용과 첩용이 승천한 남편을 따라갈 때가 되자 싸움이 붙어 본처인 암용이 피를 토하며 쓰러져 바위로 변했다는 얘기. 지금도 비 오면 암용의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는 전설 속, 그 눈물로 이루어졌다는 자그마한 연못을 볼 수 있는 곳이다.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쯤, 숫용(청룡)이 살았다는 윗 용소는 신선들이 내려와 목욕을 했던 곳이라 해서 선담(仙潭), 암용(황룡)이 살았다는 아랫 용소는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을 했다고 해서 옥녀담(玉女潭)이라고도 한다.
오늘날 순창이 천연재해 없는 천혜의 고장으로 알려져 있다하는 거짓말 아닌 사실도 이 용소의 사연과 무관한 것 같지는 않다. 이를 근거로 전해지는 그럴듯한 사연 한 소절 귓불 쫑긋 세우고 담아와 풀어본다.
강천산 입구에 들어서면 만학천봉의 봉우리 사이로 흘러나오는 계곡물이 암반수 위로 사시사철 명경의 빛깔을 띠고 촬촬촬 흘러내린다. 이 흘러내린 계곡물이 팔덕, 유등, 풍산 쪽을 향해 흐르는 경천인데, 호랑이 담배 먹던 그 시절에는 지금과는 반대로 구림 쪽으로 흘렀다는 얘기, 천우(天雨)에만 의존해 농사를 짓던 당시 순창은 농사철이 되면 가뭄으로 힘들었다고 한다.
당시 농사를 짓던 한 노총각이 심한 가뭄으로 인해 수심에 잠겨 있었을 때 아리따운 한 여인이 그 총각 앞을 지나갔다. 여인의 유혹에 정신을 뺏긴 노총각이 그 여인의 뒤를 따르고, 얼마쯤 말없이 걷던 여인이 강천산 입구에 이르자 “이 산에는 숫용과 암용이 살고 있는데 숫용은 내 남편이고 나는 그의 소첩용이다. 우리가 천년이 되어 이미 승천한 남편을 따라가야 하는데 암용과 소첩용인 나, 둘 중 하나만 올라가야 한다. 그래서 나를 도와 줄 사람이 필요한데 그 사람이 바로 당신이다. 내 소원을 들어주면 내가 반드시 당신에게 보답을 할 것이다.”
여인의 말에 기겁을 한 총각은 달달 벌벌 떨었다. 고개만 끄덕거리는 노총각 손에 칼을 쥐어 주며, 자기랑 암용이 싸우게 될 텐데 신호를 보이면 이 칼을 휘둘러 암용을 찌르라는 것이다. 엉겁결에 칼을 받아든 총각은 아래쪽 바위에 앉아 벌벌 떨며 때를 기다렸다. 얼마 후 천지를 진동하는 뇌성벽력이 일고 두 마리 용이 얽혀 물 위로 불쑥불쑥 솟구치기를 반복했다. 용 한 마리가 총각 곁으로 밀리던 그때 바로 용을 찔러야 할 순간이었지만 노총각은 겁에 질려 두 눈을 꼭 감아 버리고 말았다.
아이고머니. 살며시 눈을 뜨니 또 다시 뇌성벽력과 함께 용 두 마리가 허공으로 솟구치고 서로 밀어붙이기를 반복했다. 아무 정신도 없는 총각은 마침 용 한 마리가 자기 쪽으로 밀리고 있을 때 겁에 질린 상태로 이래저래 죽기는 매 일반이라는 생각을 하며 ‘에라 모르겠다’ 칼을 내찌른 후 정신을 잃고 말았다.
얼마 후 정신을 차려보니 그 무섭던 여인이 빙그레 웃음을 짓고 있었다.
“애썼다. 네가 나를 도왔으니 나도 너를 도와주겠다. 집에 돌아가면 아름다운 여인이 너를 맞이할 것이다.”
말을 마친 여인은 사라져버렸다.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노총각은 한편으론 흐뭇했다.
주변은 노을로 붉게 물들고 있었다. 노총각은 흥얼거리며 한 아름 꺾은 나뭇가지를 가슴에 안고 바닥에 그 나뭇가지를 꽂으며 집을 향해 걸었다. 과연 꿈에도 보지 못한 여인이 어머니와 함께 기다리고 있었다. 그 여인은 총각을 보자, ‘갈 곳이 없으니 저를 거두어 주시겠습니까?’ 했다고 한다.
그날 저녁 그 여인과 꿈같은 밤을 보낸 총각이 아침 일찍 일어나 밖으로 나와 보니 어제까지 없었던 냇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 냇물은 총각이 흥얼흥얼 나뭇가지를 꽂으며 걸어왔던 그 길로 지금의 경천이다는 전설이다.
강천산과 순창의 산세, 그 사이로 흐르는 경천 물줄기로 인해 순창이 오늘날 극심한 가뭄도 자연재해도 없는 천혜의 고장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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