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어우리말(72)/탄생 100주기일까? 탄생 100주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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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어우리말(72)/탄생 100주기일까? 탄생 100주년일까?
  • 이혜선 편집위원
  • 승인 2018.10.11 14: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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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다르고 ‘어’ 다른 우리말
주기→사람의 사후 해마다 돌아오는 제삿날
주년→1년 단위로 돌아오는 날을 세는 단위

“‘압록강은 흐른다’의 저자 이미륵 박사의 탄생 100주기를 맞아 이 박사가 일제를 피해 망명, 생의 대부분을 보냈던 독일 뮌헨에서 기념강연회와 전시회 등 다양한 기념사업이 개최된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7주기, 탄생 70주기를 맞아 제작된 노무현을 다룬 최초의 다큐멘터리다.”
신문과 방송사 뉴스에서 발췌한 예문들인데, 흔히 사건이나 인물을 기억하고 기념할 때 쓰는 ‘주년’, ‘주기’를 잘못 사용한 경우다. 결론적으로 ‘탄생 100주기’, ‘탄생 70주기’를 각각 ‘탄생 100주년’, ‘탄생 70주년’으로 고쳐 써야 맞다. 
‘주기(周忌)'는 ’사람의 사후 해마다 돌아오는 그 죽은 날' 즉 ‘제삿날'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2018년 5월 23일 경남 봉하묘역에서 노무현 대통령 서거 9주기 추도식이 진행되었다”처럼 한정해서 써야하는 단어다.
반면 ‘주년(周年)'은 ’1년(돌)을 단위로 돌아오는 그날을 세는 단위'라는 의미만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결혼 50주년’, ‘윤동주 서거 70주년 추모행사’ 등과 같이 조금 더 폭넓게 쓸 수 있다. 참고로 ‘주년’, ‘주기’와 관련해 과거 작은 소동도 있었다. 한 유명 연예인이 사회관계서비스망(SNS)에 올린 “세월호 1주년을 추모합니다”라는 글에 수많은 네티즌들이 “세월호 1주년이라니요? 1주기에요!”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갑작스런 ‘국어논란’의 핵심은 ‘주년’은 기쁜 일, ‘주기’는 슬픈 일이므로 구분해서 써야 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국립국어연구원까지 나서서 “(세월호는) ‘세월호 참사 사건’을 의미하므로 ‘세월호 1주년’으로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겠다”며 “‘주년’은 ‘일 년을 단위로 돌아오는 돌을 세는 단위’를, ‘주기’는 ‘사람이 죽은 뒤 그 날짜가 해마다 돌아오는 횟수를 나타내는 말’을 뜻한다”고 설명함으로써 논란에 종지부를 찍게 됐다.
“나라 말씀이 중국과 달라 서로 통하지 아니하므로, 일반 백성이 말하고자 하나 제 뜻을 능히 펴지 못할 자가 많은 지라, 내 이를 불쌍히 여겨 새로 28자를 만드나니 사람마다 쉽게 학습하여 사용하는 데 편케 하고자 할 따름이다.”
세종대왕께서 직접 서술한 훈민정음 서문의 첫머리다. 백성들이 문맹의 고통과 서러움에서 벗어나 세상을 밝게 보고 또 세상을 밝히기를 바라는 그의 염원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대목이다.
한글날 572돌을 맞았다. 한글이 자타공인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언어로 인정받는 바탕에는 ‘가장 과학적이며 독보적으로 풍부한 표현력에 무엇보다 배우고 쓰기 쉽다’는 데 있다고 한다. 이 위대한 문자를 마음껏 풍부하게 향유하되, 되도록 바르게 표현하려는 우리의 작은 노력들이야말로 자긍심에 대한 큰 화답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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