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속시한줄(18) 진달래 꽃 김소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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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속시한줄(18) 진달래 꽃 김소월
  • 조경훈 시인
  • 승인 2018.10.11 14: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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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그림 : 조경훈 시인ㆍ한국화가
 풍산 안곡 출신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의 약산
진달래 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1925년 시집 <진달래 꽃>에 수록된 이 시는 이별의 정한을 우리 심성으로 노래한 너무나도 유명한 시이다. 우리 시문학은 예로부터 한자로 시를 썼고 그 한자 시를 시조로 풀이한 예가 있었으나, 소월은 그 틀을 깨고 한자 없는 순수한 우리말로 그것도 우리 가락인 민요로 썼다. 이는 한국 서정시의 전통을 현대시에 이어주는 중요한 다리 역할을 해주어서 1920년대를 대표한 서정시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이 시의 주제는 이별이다. 정든 임과 이별하면서 가시는 걸음마다 꽃을 뿌리겠느니 그 꽃을 즈려밟고 가시라는 것이다. 요즈음 세상에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겠으나, 그때 시인의 마음으로는 떠나는 임이 잘되라는 축원의 마음이 꽃으로 놓여 진다는 것은 슬픔을 오히려 사랑으로 승화시키는 고도의 시적 정수다.
고려 속요에 나오는 ‘가시리 가시리있고 / 날 버리고 가시리 있고’ 보다도 한층 깊은 차원의 사랑의 경지가 아닐까 싶다. 이러한 심상은 우리 겨레의 표상이기도 하지만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에서는 의식적인 부정 속에 다시 만날 것을 소망하면서 시는 다시 다른 시로 이어진다. ‘그립다 / 말을 할까 / 하니 그리워 / 그냥 갈까 / 그래도 다시 한 번 / …’(〈가는 길> 일부) ‘산산히 부서진 이름이여! /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 내가 부르다가 죽을 이름이여!’ (〈초혼> 일부) 그러면서 소월은 모든 것을 버리고 오로지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 (〈엄마야 누나야〉) 소월의 시는 지금도 우리 마음속에 강물이 되어 도도히 흐르고 있다.
※김소월(1902-1934) 본명 정식, 평북정주 출생 33세에 요절.
※유고시집〈소월시초〉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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