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속시한줄(19) 이니스프리의 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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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속시한줄(19) 이니스프리의 호도
  • 조경훈 시인
  • 승인 2018.10.25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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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그림 : 조경훈 시인ㆍ한국화가
풍산 안곡 출신

 

-예이츠

나 이제 가련다, 이니스프리로 가련다.
진흙과 나뭇가지로 작은 집 짓과
아홉 이랑 콩밭 갈고 꿀벌도 치며
벌이 노래하는 숲 속에서 홀로 살련다.

 

그러면 내 마음 평화로우리.
안개 낀 아침부터 귀뚜라미 우는 저녁때까지
그곳은 밤중조차 훤하고 낮은 보랏빛
저녁에는 홍방울새 가득히 날고
나는 이제 가련다. 밤이나 낮이나
기슭에 나지막이 호숫물 찰싹이는 소리.
가로(街路)에서나 잿빛 포도(鋪道)에서나
가슴속 깊이 그 소리만 들리나니.

고향을 떠나온 사람이 이 시를 만나면 한번쯤 내가 태어났던 곳을 뒤돌아보게 될 것이다. 그래! 내 고향, 내가 어릴 때 뛰어 놀던 그곳! 친구들이 있었고, 마을 앞에는 멋진 큰 나무가 있었고, 집 앞에는 시내물이 흐르고 있었어! 나 언젠가는 가야해! 그곳으로 가야해… 이런 생각을 갖게 하는 이유를 미국의 교육심리학자 블름(Bloom)이 오랜 실험 연구결과에서 밝혔다. 인간이 평생 살아가는 지적 능력의 70%는 아동ㆍ유아기 때 겪는 경험과 환경에 의해 성격이 형성되고 이를 뇌에 각인시켜 평생을 살아가는데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 아동ㆍ유아기의 교육과 환경이 중요하다고 발표하였는데 이를 뒷받침 하듯, 세상이 아무리 크고 넓어도 내가 어릴 때 뛰어 놀던 앞마당 보다 작다는 생각을 들게 했고, 또 일찍이 동양에서는 ‘여우는 죽을 때 머리를 자기가 살던 곳으로 향한다(首丘初心)’했다. 이와 같은 심성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온 인류가 같다 할 것인데, 어느 날 ‘예이츠’가 런던의 플리트가를 걷고 있을 때 어떤 가게 장식 창문 안에 분수장치가 되어 있고, 그 물기둥 끝에 작은 공이 춤추는 것을 보는 순간 고향 호수 섬의 물을 연상하면서 쓴 시가 오늘의 명작이 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마음의 춤이다. 이제라도 가보면 모두 변하거나 사라지고 없다.
다만 시인의 마음과 동경하면서 사는 사람의 마음속에만 있다. 세계인이 애송하고 있는 이 ‘이니스프리 호도’ 역시 실제로 찾아가보면 아홉이랑 밭 갈고, 꿀벌 지고 흙집 짓고는 살 수 없는 작은 섬 동산이다. 다만 시인의 무한한 상상 속에 떠있는 소망은 모든 것을 가능케 생각하는 것이니 이에 공감하는 사람과의 행복한 나눔이다. 도시의 피니시앙들은 고향을 그리워하는 사람을 두고 주둥이가 노란 병아리라고 한다. 그러나 자기가 태어난 모천을 한사코 찾아가 죽는 연어나 은어를 보면 도시는 영원한 안식처는 아닐 듯싶다.

※예이츠(1865~1939) 아일랜드 출신 시인
시집 갈대사이로 부는 바람, 탑등이 있고, 노벨문학상을 받음(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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