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80이 넘은 나이에, 한라산 정상 등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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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80이 넘은 나이에, 한라산 정상 등반
  • 설균태 향우
  • 승인 2018.11.01 1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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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설균태 민주평통 중앙상임위원)

 

젊은 시절에 한라산 정상까지 3번인가 다녀온 기억이 있다. 최근에는 6년 전쯤 겨울철에 정상 정복을 시도했지만 실패한 경험이 있다. 날씨도 춥고 눈이 많이 쌓였을 뿐 아니라 겨울철 해가 짧아 늦게 출발한 바람에 입산통제시간이 초과되어 결국 정상등반은 포기하고 할 수 없이 윗세오름 전망대까지만 다녀온 추억이 있다. 그래서 언젠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명산(해발1950m)이니 산악인으로서 내 인생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 정상등반 도전을 꼭 실행하고 싶은 야망(?)이 있었다. 다행히 10월초에는 특별하게 바쁜 일정도 없고 그 무섭던 폭염도 한풀 꺾이어 선선한 날씨로 등산하기에 가장 알맞은 계절 같아 10월 2일부터 10월5일까지 3박4일간 제주도 여행계획을 잡았다. 물론 이번 여행의 핵심은 한라산 등반에 방점을 두었다. 그런데 제주도 기후가 변덕이 심한데 그 가운데서도 한라산 특히 백록담은 제대로 볼 수 있는 날이 별로 많지 않다는 것이다. 제주도의 주간 날씨예보를 검색해보니 10월3일 개천절이 ‘맑음’으로 나왔다. 따라서 산행일은 10월3일로 정하였다. 산행코스는 등산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성판악 코스를 택하기로 하였다.
아침 일찍 숙소에서 가까운 해장국집에서 제주도의 유명한 오분작이 뚝배기로 아침식사를 단단히 하고 성판악 탐방로 입구로 8시50분경에 도착했으나 벌써 일직 서두른 등산객의 차들로 주차장은 물론이고 양측 도로변에도 상당히 먼 거리까지 주차가 즐비하게 되어 있어서 주차 공간 찾기가 쉽지 안했다. 그러던 중 천만다행으로 입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차 한 대가 빠져 날렵하게 그곳에다 주차를 할 수 있었다. 정보에 따르면 전에는 중간휴게소에 간단한 식 음료 판매소가 있었으나 지금 없어져서 반드시 간식거리와 음료를 입구에서 준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어 입구 매점에서 김밥과 생수를 구입하였다. 날씨는 예상대로 쾌청하고 바람도 별로 없고 등산하는 일기로는 최상이었다.
몇 가지 등산준비를 하고 9시 20분쯤 성판악관리사무소를 출발해서 등산로로 진입하였다. 몸 컨디션은 괜찮은 것 같았으나 산행길이 왕복 거의 20km(정확히는 19.2km)에 가깝고 8시간 이상을 걸어야 하니 이 나이에 완주를 할 수 있을까 다소 불안감도 있었다. 지금까지 단련한 산행능력(?)을 최대한 발휘 하리라 다짐하였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속보로 걷는 것도 안될 것 같고 평소 내가 터득한 보폭으로 꾸준히 걸었다.
첫 번째 휴게소인 속밭 휴게소까지는 돌밭, 나무 데크로 걷기가 다소 불편하지만 험한 길이라 할 수는 없었다. 관리사무소에서 속밭 휴게소까지 4.1km이며 이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 하였다. 이곳에서 진달래 밭 대피소까지는 3.2km로 첫 번째 구간보다는 다소 가파르고 험한 편이지만 그다지 힘든 코스라 할 수는 없었다. 따라서 몸에도 그다지 무리하다고 느낄 수는 없었다. 이곳까지 오는 데는 각양각색의 나무와 숲길사이로 오기 때문에 별다른 전망을 감상할 수는 없었다. 진달래 휴게소에 도착한 것이 11시 40분경, 나머지 정상까지 오르기 위해서는 에너지를 충전(?)할 필요가 있었다. 다른 등산객들도 이곳 휴게소에서 가져온 음식으로 점심식사를 하는 모습이 여기저기서 볼 수 있었다. 나도 가져온 김밥과 과일로 허기를 채우고 마지막 정상을 향해 힘을 축적 하였다. 이곳 진달래 통제소를 12시30분전에 통과하지 않으면 정상 등반이 허용되지 않는 안전 수칙이 있었다.  통제시간보다는 다소 여유를 두고 12시 5분경에 진달래 밭 통제소를 통과했다. 앞으로 정상까지는 2.3km,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등산이 시작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여기서 부터는 산세가 상당히 가파르고 키 큰 나무들이 줄어들면서 자외선도 따갑게 느껴졌다. 나무와 숲이 줄어들면서 뒤쪽으로 드넓은 산야의 전경이 시야에 들어오면서 속이 확 트이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정상을 정복하겠다는 일념으로 정상을 향해 한발 한발 앞으로 내 딛지만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조금씩 무거워 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때 “아이 캔 두 잇(I can do It, 나는 할 수 있다)” 입속으로 반복해서 읊조리며 걷고 또 걸었다.
드디어 오후 1시 15분에 정상 ‘한라산 백록담’ 표지석(해발 1950m) 앞에 설 수 있었다. 다행히 다소 힘들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쳐서 기진맥진한 상태는 아니었다. 날씨가 청명해서 전후좌우로 전개되는 풍경을 만끽할 수 있었고 백록담도 바로 눈앞에서 볼 수가 있었다. 이렇게 청명한날 정상에 오른 것만 해도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다만 백록담에는 백두산 천지와 달리 물이 많이 고여 있지 안했다. 그리고 한라산 정상에는 이미 헬기장이 설치되어 있어 북측 김 위원장이 온다면 한라산 정상에 오른 데는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였다. 정상에도 진달래 밭 통제소처럼 또 하나의 하산통제수칙이 있었다. 모든 등산객은 안전한 하산을 위해 오후 2시 이전까지는 정상에서 하산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최종 하산시간보다 다소 빠른 오후1시40분에 한라산 정상에서 다시 성판악을 향해서 하산 길로 발길을 옮겼다. 하산 길 9.6km도 만만치 안했다. 올라갈 때는 정상정복이라는 절실한 사명감(?)으로 힘들어도 기를 쓰고 올랐지만 내려 올 때는 그렇게 절박감도 없고 다소 해이해져 하산 길 9.6km가 무척 멀게 느껴졌다. 드디어 성판악 관리사무소를 출발, 등산을 시작한지 정확히 8시간이 되는 오후 5시 15분에 무사히 산행을 마칠 수 있었다. 몸에 별다른 불편 없이 한국에서 가장 높은 한라산 도전에 성공했다는 성취감에 나름 마음이 뿌듯했다. 아무튼 한라산보다 높은 백두산은 편리한 교통시설로  접근성이 용이해 아무나 오를 수 있지만  한라산정상 정복은 체력이 필수적이란 걸 실감하게 되었다.  그런데 지난 9월20일경 치악산 비로봉 정상에도 올라봤는데 거리는 짧아도 산이 험한 탓인지 한라산 등반 때 보다 치악산이 더욱 힘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80이 넘은 이 나이에 이만큼 산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순창, 산이 많은 고장에서 태어나서 어려서부터 나무를 하러 설산과 강천산을 오르내리며 닦은 저력 덕분이라 생각하고 다시 한 번 산세가 아름다운 순창에서 태어난 것을 자랑스럽게 마음에 새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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