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수능일에 배움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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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수능일에 배움을 생각한다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18.11.14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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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일, 하루를 앞두고 모든 매체들이 다루는 뉴스는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 성적 ‘0점 처리’, 선도위원회에서 퇴학 절차 밟고, 쌍둥이 자매 아버지 교무부장은 징계위원회에 파면 건의할 예정”이다. 경찰은 지금까지 확보한 정황 증거들로 혐의를 입증하는 것이 가능하다는데, 쌍둥이 측 변호인은 수사기관이 직접적인 증거 없이 정황만 제시했다고 지적한다.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의혹 사건’은 어떻게 될까 더, 지켜볼 일로 보인다.

고교 내신과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 대한 불신이 크다. 이와 유사한 일들은 이전에도 빈번했기 때문이다. 2016년 인천의 고교 영어교사 시험문제 유출사건, 2018년 6월 부산의 특목고 학생 기말시험지 유출사건과 광주의 고교 행정실장이 학부모에게 시험문제 건넨 사건, 8월 전북의 고교 여학생이 기말고사 시험지 훔친 사건, 10월 전남 목포의 고교 학생이 교사연구실에서 모의고사 변형문제를 출력한 사건 등 기억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사건이 발생했다.

교육 당국의 관리 감독 부실이 한몫했다면 과도한가. 교육부에 따르면 고교 2360개 중 560개교(23.7%)에 해당 학교 교원 자녀가 재학하고 있다. 평가문제 인쇄실, 출입관리대장 등 기본적 원칙도 지켜지지 않은 사례가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들은 내신과 학교생활기록부 중심의 수시모집으로 전체 대학 모집인원의 70% 이상을 뽑고 있다. 뒤늦게 일선 교육청들이 수습에 나섰지만 내신에 대한 불신은 이미 높아졌고, 잠재워져있던 학종에 대한 불만과 정시 선발 비율을 높이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학종은 '부자를 위한 전형'이라는 비판에 이의를 제기하기는 쉽지 않다. ‘명문대 합격자의 생활기록부가 39장’이라는 사실이 입증하기 때문이다. 학종 관리를 위해 수많은 경시대회와 봉사활동에 참여해야 하고, 독서 목록 수십권을 적어내야 한다. 또 하나의 ‘빈익빈 부익부’다. “집안 형편 어려운 아이들은 아르바이트하면서 내신 챙기기도 버거운데 부유한 아이들은 부모들이 차 태워서 봉사활동에 데려다주고 독서목록 쫙 뽑아주고 주요과목은 학원 다니며 관리”하니 부모 재력과 뒷받침 없이 풍부한 학종은 없다.

일찍부터 입시에 정열을 바쳐야 하는 교육열 강한 나라에서 진정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에 물으면 ‘바보’가 된다. 한국에서의 공부는 입시 공부나 취직 공부이고, 교육에 대한 논의는 곧 입시 제도에 대한 논의를 의미한다. 중ㆍ고교는 입시기관이 되었고 대학은 취업준비기관으로 변질되었다. 대학은 진리 추구보다 졸업생 취업률과 출세(엘리트) 통계를 앞세운다. 취업을 위한 높은 학점과 스펙을 위해 방학이 되면 유복한 집 자녀들은 해외로 나가고, 가난한 집 학생들은 동네 레스토랑에서 단무지를 썬다. 부모의 경제력 순으로 학점이 나온다고 믿게 된 이들이 공부에 흥미를 갖고 성실한 시민이 되기 위해서만 노력할 수 있을까?

교육에 대한 논의가 배움 자체의 가치를 부정한 채 이루어지는 사회(나라)에서는 학교는 일종의 사다리로 간주된다. 시험은 학생들을 줄 세우는 도구이고, 대학 진학에 실패해서 치러야 할 사회적 대가는 혹독하다. 삶의 노역이 대물림되는 상태가 될 수 있다. 교육이 계층 간 이동을 촉진하기보다 고착시킨다는 공포를 떨쳐버리지 못하는 부모들은 자녀들을 경쟁의 한복판으로 밀어 넣는 ‘아픔’을 인내한다. “너는 나처럼 살지 말라”며 그러나 개인의 노력으로 모두 함께 행복한 참 좋은 나라를 만들 수 없다.

자치단체까지 나서 일류대학 합격 통계를 자랑하는 나라에서 수능 시험을 얼마나 잘 보았나, 얼마나 명문대학에 입학했는가를 치적 삼는 것을 ‘흉’ 볼 수 없어 안타깝지만 ‘배움, 그 자체로 소중하다’는 진리를 부정할 수 없다. 제대로 공부해야 생각할 수 있는 근력이 생긴다. 대중이 생각하는 근력을 갖지 못하면 사이비 지식인과 독재자가 번성한다. 오늘, 무성한 대학입시 논의만큼이나 대학에 가서는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성숙한 시민으로서는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 다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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