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흔 세 살 , 닥터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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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아흔 세 살 , 닥터 한!
  • 김귀영 독자
  • 승인 2018.11.14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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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영 (순창읍 민속) 전 초등학교 교사

남들은 이미 세상을 떴거나 뒤로 물러나 여생을 흘려보내고 있을 나이. 하지만, 아직도 현역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국내 최고령의 의사가 있다. 바로 남양주에 위치한 요양병원의 닥터, 한원주(93) 선생님. 1949년, 경성의학여자전문학교를 졸업한 후 물리학자였던 남편을 따라 미국에서 내과 전문의를 따고 10년간 내과의로 활동했고,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환자들이 줄을 설만큼 유능한 개업의로서 돈도 벌 만큼 벌었다.
하지만 남편의 뜻하지 않은 죽음을 계기로 잘 나가던 병원을 접고, 어려운 사람의 몸과 마음을 치유한 지도 어언 40년. 그리고 지금은 죽음을 앞둔 동년배들이 있는 요양병원에서 10년째 내과 과장으로 일하고 있다. 아흔이 넘어 무슨 진료냐며 불신의 의혹을 보내는 이들도 있지만, 천만의 말씀. 한원주 선생님은 환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의사다. 아픈 몸만큼 삶의 의욕도 줄어만 가는 고령의 환자들에게 말동무가 되어주고, 위로해주고, 공감해준다. 일평생 '나'보다 남'을 위하는 삶을 사는 그녀. 의사로서의 소명을 넘어 거룩한 봉사 정신을 잇고 있는 이 시대의 진정한 닥터, 한원주를 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생각하게 된다. 오늘 끝난 이번 주 KBS ‘인간극장’!
지하철과 버스를 너덧 번씩 갈아타고, 3시간 가까이 달려야 닿는 그녀의 직장, 경기도 남양주에 위치한 요양병원이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법한 나이이지만, 그녀는 입원실 한쪽을 숙소로 쓰며, 독립적으로 살아가고 있다.  한국에서는 산부인과 자격증을, 미국에서는 내과 전문의 자격증을. 한마디로 금수저 엘리트의 삶을 살며 부족한 것 하나 없는 삶이었다. 그러던 40여 년 전, 그녀의 사회 활동을 지지하고 응원해주던 남편이 세상을 뜨자, 한원주의 삶도 변하기 시작했다. 돈도 명예도 죽으면 그만인 것을…. 한원주는 잘나가던 병원을 접고 어렵고 없는 사람들을 위한 무료 진료소를 차렸다. 병이 있으면 병을 고쳐주고, 마음이 아프면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돈이 없으면 받지 않는…. 그야말로 한 인간의 몸과 마음과 경제적 상황까지 치유해주는 ‘이상한 병원’이었던 셈이다. 월급도 없이, 개인 재산을 들여가며 환자들과 함께 30년을 보낸 후 일하고 있는 요양병원!
숨을 고르며 냉정하게 삶을 생각해보았다. 인생은 길어졌다는 것. 인간의 수명이 길어져 오래 사는 건 물론 몸과 정신도 건강한 상태에서 더 오래 산다는 것이다. 우리의 아버지나 할아버지가 손주 재롱을 보며 살았을 나이의 예전 세대에게 인생 2기는 은퇴해서 뒷방에 눌러앉을 만큼 육체가 약해지는 시기였다면 지금 세대에게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 우리가 보고 자라며 알게 된 은퇴 이후의 삶은 이래야 한다는 관습과 지금 펼쳐지는 사회의 현실이 너무나 달라졌다. 예전에는 누군가 은퇴하면 그들의 2세들이 어느 정도는 노후를 지탱해줬다. 2세들을 어릴 적부터 양육하고 학교에 보내 사회에 잘 적응하도록 보살핀 이유가 노후를 위한 암묵적 계약이었음을 우리네 아버지, 할아버지의 삶을 보며 자연스럽게 배웠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사는 이곳은 이전 세대가 살던 사회와는 다르다. 은퇴하더라도 내가 나를 경제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게 대다수 우리 세대에게 닥친 미래일 것이다. 배우자는 물론 어쩌면 학자금 부채에 시달리며 변변한 직장도 얻지 못하는 자녀들까지. 결혼으로 독립시키기는커녕 자녀와 함께 늙어 갈 수도 있다. 물론 다가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러한 악몽이 당신의 미래에 벌어지지 말란 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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