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순창농협은 조합장의 구멍가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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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순창농협은 조합장의 구멍가게인가
  • 김효진 이장
  • 승인 2018.11.22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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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풍산 두지마을 이장

‘순창농협 양수기 사건’으로 말들이 많다. 읍내에 현수막까지 나붙으며 속사정을 묻는 이들도 부쩍 늘었다. 도 일간지에 기사가 나간 이후 제보자 확인과정에서 현직 이사와 감사 간에 고성과 몸싸움이 있었다는 소식, 양수기를 지원받은 조합원 중에 전 현직 임원, 전직 지점장과 면장까지 포함되었다는 소문까지 다양하다. 우리 면에서는 누가 양수기를 받았을까 점치는 말들이 나오고 마치 양수기를 받은 조합원이 뇌물이라도 받은 냥 시선이 곱지 않다. 양수기를 받지 못한 ‘나름의 지역 유지’들은 조합장한테 밉보인 거 아니냐며 자조 섞인 푸념과 농을 주고받는다. 창피하고 볼썽사나운 광경이다.
사정은 이렇다. 농협중앙회는 지역농협의 균형 발전과 사업 활성화를 목적으로 매년 ‘무이자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물론 명목과 달리, 전국 1,100여개 회원조합을 효율적으로 통제 관리할 목적의 당근책으로 악용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아무튼 말 그대로 무이자로 자금을 지원하며 지원 목적에 맞게 써야 한다. 경제사업 활성화(벼 매입자금 등)나 재해지원을 비롯해 각종 사업들이 있지만, 올해는 가뭄피해 대책마련을 위한 재해지원 성격으로 이차보전금액 23,100,000원(순창농협 11억 배정, 2.1%이자 적용)을 지원받았다. 관수장비(양수기 펌프) 및 영농자재(영양제, 방제비) 지원으로 사업목적이 한정된 지원금이다.
문제는 이 자금을 사업목적에 맞게 어떻게 쓸 것이며, 지원자는 어떻게 선정할 것인지 논의를 거치면 될 일을 조합장 혼자 처리했다는 것이다. 순창농협 이사와 지점장들 중 누구 하나 들은 바가 없단다. 농협중앙회로부터 자금이 내려와 회계상 교육지원사업비-재해지원비에서 사용하게 되어 있는 자금을 이사회의 조차 거치지 않았다는 것은 심각한 운영 농단이라 아니할 수 없다. 하물며 지원자 선정과 관련해서도 지점장이나 영농회에 묻지도 않은 채 지원했다는 사실은 공적 자금을 조합장이 개인 쌈짓돈 마냥 사용했다는 점에서 법적 다툼을 고려할 사안이다. 또한 마을 단위 영농회별로 지원한 동계농협이나 서순창농협과 달리 순창농협은 조합장 단독으로 수혜자를 선정했다는 점에서, 내년에 있을 조합장선거에 맞춰 이대식 조합장이 측근 관리에 농협 자금을 유용했다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게 됐다.
순창농협은 전국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자산 규모를 자랑하는 광역 조합이자, 순창의 맏형격의 농협이다.
하지만 안일한 운영으로 지역 내 다른 농협과 비교 대상에 오르며 맏형 노릇은커녕 조롱거리가 된 지 오래다. 덩치만 컸지 헛방이라고 말이다. 하물며 운영방식에서조차 협동조합의 생명이랄 수 있는 투명성, 민주성이 심각히 훼손된 이번 사건은 어물쩍 넘어갈 일이 결코 아니다.
조합장 자리는 농민조합원을 주인으로 모시는 경제공동체의 운영 관리자이다. 능력과 책임도 요구되지만, 협동조합의 공동체성을 누구보다 체화하고 드높이는데 진력해야 할 활동가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개인 돈벌이를 목적으로 협동조합을 활용하려 선거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조합장 자리에 앉는 순간, 조합장의 구멍가게일 뿐 그 농협이 어디 협동조합이겠는가.
이대식 조합장은 순창농협 전체 조합원을 능멸하고 임원 및 직원들의 자부심을 짓밟았다. 하루빨리 공식 사과하고 지원자 명단을 공개해야 옳다. 그리고 임원들은 중앙회의 감사를 시급히 요청해서 진상을 밝혀야 한다.
이번 사건이 어디 조합장만 탓할 일이겠는가. 허울만 주인인 농민조합원, 그리고 대의원, 임직원 등 순창농협 가족 모두 부끄러움도, 반성도 우리 몫이 되었다. 다가오는 11월 30일 대의원 총회는 또 한 번 시끄러워질 듯하다. 이제 순창농협에서 연출하는 우스꽝스런 희극을 더는 보고 싶지 않다. 두고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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