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생각, 어른 가치로 ‘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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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생각, 어른 가치로 ‘재단’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18.11.29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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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숙주 군수와 중ㆍ고 학생들의 간담회가 화제란다. 군은 “청소년들이 미처 생각지 못한 다양한 의견들을 제시해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고, 톡톡 튀는 제안과 진지한 건의사항으로 순창 청소년들의 밝은 미래를 보여줬다”면서 “이날 제안된 25건의 건의사항은 각 실무부서의 논의를 거쳐 최종 반영될 수 있도록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알렸다.
이번 간담회가 문재인 정부가 지난 1월, 국정과제로 내놓은 ‘민주시민교육 활성화’의 일환까지로 보이지는 않지만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아직 중·고교생인데… 별 일 있겠어?”나 “아직 중·고교생인데… 맡겨도 되겠어?” 등 ‘흔한 편견’으로 접근했다면 얻은 것보다 잃은 게 많을 것이다. 학생들도 “어른들 하는 일인데… 달라지겠어?”로 치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아마, “군수님께 드릴 말씀”을 꽤 정성스럽게 준비했을 터인데, 행여 기대를 저버리는 답변과 대응이라고 느꼈다면 실망이 더 커졌겠다.
실제로 순창여중생이 “학교에 삼층석탑과 체육시설이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데 음침한 곳이 있어서 가로등과 같은 시설 등을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는데 학교 위치도 잘못 알고 있고…, “그건 학교 측에서 해결해야 하는 일인 듯싶다”는 요지로 답변하자, 그 학생은 “근데 운동시설을 이용하거나 문화재를 보러 오는 사람들은 여중생만 있는 것이 아니라 순창군민 또는 다른 지역 사람들도 오기 때문에 군에서 일을 해결해주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재차 요청했다고 한다. 학생의 인식과 연거푸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모습을 상상하며 희망을 느낀다. 다음 답변이야 “협의해서 또는 검토해서 조치하겠다”고 했으리라.
순창고 한 학생은 ‘청소년모형자동차’ 활동 지원을 요청했고, 또 한 학생은 ‘옥천인재숙에 다니지 않는 학생들의 교과수업’을 지원해달라고 했단다. 이 두 학생들의 질의에 대한 군과 관련 단체 관계자들의 답변이 많은 학생들에게 상처를 주었다고 전해진다. 동아리 지원과 관련해 청소년수련관 관계자는 “좋은(?) 학생들을 인재숙이 다 데려가 기관 활동(사업)이 어렵다”는 요지로 발언했다하니, 인재숙에 다니는 좋은 학생과 아닌 학생으로 구분하는 인식이 매우 실망을 느끼게 했다. 또 인재숙에 다니지 않는 학생에 대한 교과수업 지원을 요구하자, 인재숙 인원을 더 늘릴 수 없냐는 군수와 더 늘릴 수도 없지만 늘리면 학원이 반발한다는 원장의 인식도 안타깝다. 인재숙에 안 들어가도 공부 잘하는 학생이 있고, 인재숙이 앞세우는 ‘일류대학’에 진학하는 학생이 있다. 마찬가지로 인재숙에서 학교 다녀도 말썽부리는 학생 있고, 자기 집에서 학교 다녀도 ‘좋은’학생이 훨씬 많다.
말꼬리 잡자는 것 아니다. 매년 십 수억원 넘는 세금으로 지원해주는 학생들만 ‘좋은’ 학생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으려는 것이다. ‘일반 학생들 교과수업을 지원해주는 방법’이 어디 옥천인재숙 아니 옥천장학재단의 일인가. 중학교 의무교육을 넘어 고교 무상급식ㆍ무상교육을 공약하고 실천을 준비하는 자치단체가 속출하고 있다. 학생들에 대한 지원 방법과 내용이 공부 잘하고 안 하는 것이나, 어느 시설에 다니고 안 다니고를 기준할 수 없다. 남 꽁무니만 따르기보다는 ‘참 좋은 순창’의 미래를 위해 먼저 검토해서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학생다운 학생’ 보다 ‘학생이자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생활기록부에 쓸 경력만 잘 쌓아야 바른 시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 한국사회에서의 공부는 입시ㆍ입사(취직)를 의미한다. 서울로 진학하는 학생만 쳐주는 사회를 은근 조장하는 풍토를 자치단체와 행정과 유력인사들이 단합하면, 당장은 그럴 듯 보이지만 다수의 희망을 짓밟는 잔인한 행위다. 공부보다 소통ㆍ나눔ㆍ배려하는 법을 배우는 일이 중요하다.
학생들 스스로 학교 울타리 안팎의 문제를 찾아내고 고민해서 어렵게 밝혔는데 “애들이 뭘 알아?” 무시ㆍ묵살하면서 미래를, 지역 발전을 말할 수 없다. “학생들이 이렇게 많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몰랐다. 심도 있게 논의해 꼭 필요한 정책을 수립하도록 하겠다.” 학생들의 생각을 어른들의 가치로 재단하지 말고, 공염불이 아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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