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강좌(4)/ 시는 입체적 이미지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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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강좌(4)/ 시는 입체적 이미지다-1
  • 김재석 귀농작가
  • 승인 2018.11.29 12: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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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글쓰기강좌 4

시에서는 입체적 이미지가 살아있어야 좋은 시라고 말합니다. 그럼 어떤 입체적 이미지가 있을까요? 아니면 어떻게 표현하면 더 입체적으로 느껴질까요?

콩타작을 하였다 / 콩들이 마당으로 콩콩 뛰어나와 / 또르르또르르 굴러간다 / 콩 잡아라 콩 잡아라 / 굴러가는 저 콩 잡아라 / 콩 잡으로 가는데 / 어, 어, 저 콩 좀 봐라 / 쥐구멍으로 쑥 들어가네 // 콩, 너는 죽었다           
<김용택, ‘콩, 너는 죽었다’ 전문>

시는 입체적인 건축물과 달라서 우리의 심상을 자극해야 입체적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흔히 오감(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을 자극하면 살아있는 느낌, 즉 입체적인 이미지를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왜 요즘 4D영화라는 말을 쓰잖아요. 마치 손에 잡힐 듯 화면을 튀어나온 입체적인 영상과 의자를 흔들고, 냄새까지 맡을 수 있는 극장 있잖아요. 위의 시에서도 콩이 ‘또르르또르르’ 굴러가는 소리와 ‘콩 잡아라’, ‘콩, 너 죽었다’ 와 같은 소리 말이 생생하게 마당에서 들려오려 느낌이 드네요. 청각적 이미지가 마치 시각적으로 느껴지면서 마당에서 노는 아이가 보이네요.
다른 한 편의 시를 통해서 입체적 표현이란 이렇게 하는 것이다, 란 명작 한 편을 감상해 봅시다.

아무도 그에게 수심(水深)을 일러준 일이 없기에 
흰 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청(靑)무우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
공주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삼월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글픈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승달이 시리다.
 <김기림의 바다와 나비>

 이 시는 특히 주목해서 봐야 할 부분은 장소의 은유적 전환입니다. 나비가 노는 청보리밭을 바다로 바꿔놓았습니다. ‘청보리밭은 바다다.’ 쯤 되는 은유 표현입니다. 왠 청보리밭을 바다로 바꿔 놓았을까요? 나비가 보기에 청보리밭과 바다는 공통분모가 있습니다. 청색(푸른색)이라는 이미지가 비슷하네요. 나비가 노는 곳을 확 바꿔놓으니(아주 낯선 세계로, 아니면 낯설게 하기) 나비도 어쩔 줄을 모르네요. 나비를 청무우밭이 아닌 바다에서 놀게 하다니.  그리고 청색의 바다와 흰 나비의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강렬하게 대비시키네요. 그냥 청보리밭에 나비가 앉았다면 시각적으로 대비가 잘 이뤄지지 않았을 건데 푸른 바다에 앉히니 뚜렷하게 보이네요. 이런 시는 시의 은유적 표현을 장소적 은유(청보리밭에서 바다)로 바꿔놓고 강렬한 시각적 대비 효과를 주네요.
여러분도 시를 조금 더 능숙하게 쓸 수 있다면 이런 이미지 묘사도 가능하겠죠. 내가 사용하고 싶은 이미지(오감)가 있는데 도무지 그런 장소에서는 느낌이 잘 오지 않는다고 생각되면 과감하게 장소적 은유(장소를 A에서B로 바꾸고, 비슷한 이미지를 찾는 것)를 통해 바꾸고, 뚜렷한 대비를 이루도록 인위적으로 만드는 것이죠.
오감 중에 한 가지라도 잘 드러내면 좋은 시라는 소리를 듣고, 여기에 더해서 오감을 서로 교차시키면(공감각 이미지) 더 좋은 시라는 소리를 듣겠죠. 청각을 시각적으로 표현해 본다든지, 시각을 청각적으로 표현해 본다든지 하면 말이죠.

자욱한 풀벌레 소리 발길로 차며 ― 김광균, <추일서정>
꽃처럼 붉은 울음을 밤새 울었다. ― 서정주, <문둥이>
이것(깃발)은 소리 없는 아우성 ― 유치환, <깃발>
분수처럼 흩어지는 푸른 종소리- 김광균, <외인촌>

흔히, 2개 이상의 감각(오감)이 결합하면 시에서 공감각적 표현이라고 하는데, 이런 표현은 현대시를 더욱 현대시답게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여러분도 도전해 봅시다. 공감각 이미지!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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