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판소리 본향’의 부활을 소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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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판소리 본향’의 부활을 소망하며
  • 림재호 편집위원
  • 승인 2018.11.29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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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후반부터 등장한 판소리가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지역에 따라 동편제ㆍ서편제와 같은 유파가 형성된 19세기는 판소리가 대중들에게 가장 사랑 받았던 판소리의 전성기였다. 그 19세기 후반의 8명창 중에 김세종(동계면 가작리 쑥대미 출신), 박유전(복흥면 서마리 마재 출신), 장재백(적성면 운림리 매미터 출신) 세 명의 명창이 순창 출신이다.
김세종(1825-1898) 명창은 신재효의 지도를 받아 판소리 이론에 밝은 동편제 명창이었다. 1863년 경회루 낙성연에 최초의 여성명창이었던 어린 제자 진채선을 데려가 흥선 대원군에게 소개해 최초의 여성명창의 출현을 알렸다. 박유전(1834-1904) 명창은 서편제의 창시자이자 수령격이다. 복흥에서 판소리를 하다가 전남 보성에 자리 잡은 보성 판소리의 시조격으로 흥선대원군의 총애를 받고 강산(江山)이라는 아호를 하사 받았다. 장재백(1849-1906) 명창은 김세종 명창의 직계로 고종 임금에게 ‘쟁인들도 죽은 후에 봉분(封墳)을 지을 수 있게 해 달라’는 허락을 얻어 소리꾼들의 신분을 천민에서 평민으로 해방시킨 중대한 일을 하였다. 남원에서 판소리 일가를 이루면서 오늘날 남원 판소리가 있게 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전반기에 주목할 만한 활약을 한 장판개(1885-1937) 명창은 금과면 연화리 삿갓데 출신이다. 남원 출신 송만갑의 제자로 스승에 못지않은 기량을 가졌고 조부와 부친이 모두 판소리의 명인이었다. 이화중선이 출현하기 전까지 최고의 여자 명창이었던 부인 배설향을 비롯해 아들 장영찬, 조카 장월중선 등이 그의 제자이다.
판소리 최고 인기곡이었던 ‘추월만정’(秋月滿庭, 뜰에 가을 달빛이 가득하다는 뜻으로, <심청가>에서 황후가 된 심청이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탄식하는 대목)으로 일제시대 ‘우리 국악계의 이미자(李美子)’로 통했던 이화중선(1898~1943년) 명창은 남원 출신이지만 적성면 임동마을 매미터에서 장득진(장재백의 조카)에게 소리를 배웠다.
이처럼 수많은 명창들을 배출하였고, 판소리 동편제의 발생ㆍ발전과 서편제의 창제에 동시에 기여한 유일한 지역인 순창은 판소리의 산실이자 판소리의 본향(本鄕)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런데 현재 판소리와 관련된 것이라고는 순창군 홍보 안내책자와 일부 명창들의 생가 안내판이 고작이다. 판소리에 대한 전시관이나 기념물 하나 없고 명창의 생가 복원이나 기념사업도 없는 현실이다. 타도에서 찾아오는 판소리 문화유적 현장답사 모임이나 판소리 전공자들이 명창들의 생가를 보며 초라한 현실에 놀라는 모습을 보고 군내에 거주하는 국악 관계자들은 죄인이 된 기분이 든다고 한다.
순창 판소리의 부활을 위해 군에서는 이제라도 전담팀을 구성하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실행해야 한다. 김세종, 박유전, 장재백(이화중선 포함), 장판개 명창들의 생가 터를 매입하여 생가를 복원하고 기념관을 만들어야 한다. 판소리 전시관이나 전수관, 체험관, 기념동산 등도 갖추어야 한다. 더불어 진정한 판소리의 부활 및 계승을 위해서는 명창을 길러내야 한다. 전승 예술인 판소리는 그 전승의 요체가 명창에 있기 때문이다. 남원의 경우, 판소리 계승이 잘되고 있고 오늘날 남원 판소리가 있게 된 것은 장재백 명창이 남원에서 판소리의 일가를 이루면서 그와 직간접적으로 인연을 맺은 유명한 명창이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문화(예술)산업은 오래전부터 21세기를 이끌어 갈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주목 받아 왔다. 문화산업은 제조업에 비해 기반 형성이 용이하여 경제적으로도 효율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분야다. 문화산업은 지역의 경쟁력 강화, 일자리 창출, 문화 향유 확대 등에 기여하고 설비나 대형자본을 필요로 하지 않으면서도 지역에 대한 마케팅 효과를 발휘하여 관광 및 연관 사업과 지역 이미지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한다.
이웃 담양은 대나무와 가사문학의 보고(寶庫)라는 ‘문화상품’으로 성공했으며, 남원도 판소리 속의 가공인물인 춘향 관련 문화상품을 관광자원화 하고 있는데, 우리(순창)은 많은 역사적인 인물과 자원이 잠자고 있다. 판소리 유적지 및 기념관 등의 자원을 발굴ㆍ개발하고, 임병찬ㆍ최익현ㆍ양춘영 의병장 등의 항일의병 유적지와 한국전쟁 등 근현대사 유적지를 성역화하고 문화산업화 해서 기존 관광지와 종합적으로 연계한다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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