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교가 기교를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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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교가 기교를 낳는다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18.12.06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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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시험 채점 결과가 발표됐다. 언론에서는 정시 모집에서 수험생들이 어떤 전략으로 접근할지, 입시 전문가들의 입시설명회가 예고되고 수험생과 수험생을 둔 부모, 교사들의 관심이 뜨겁다고 전한다. “대학마다 수능 영역별 점수를 반영하는 비율과 방식이 다양한 만큼 표준점수와 백분위, 가중치, 가산점 등을 최대로 활용해야 한다. 또, 수시에서 정시로 이월되는 인원 확인도 필수다.” 용어도 생소하고 복잡한 대학입시를 잘 모르니 이해가 쉽지 않다.
수능채점결과 발표 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수능 국어 영역 등 난이도 조절 실패’에 대해 사과했다. 그는 “특히 국어 영역의 경우 질문과 문항의 길이가 너무 길고 내용이 어렵다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됐다”며 “지문의 길이, 고난도 문항의 수준 등을 더 면밀히 검토해 교육적으로 타당성이 높은 문항을 출제”하고, 국어 영역 31번 문항과 관련해서는 “이 같은 초고난도 문항의 출제를 지양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단다.
다수 국민들이 ‘수능시험을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평가방법으로 용인’하는 현실이지만, 올 수능과 관련해 ‘정작 어떤 국어능력을 평가하려고 했고,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국어사용능력이 무엇인지를 고려”했는지 의문이다. 지난해 국회 교문위(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한글 단어를 읽지 못하거나 철자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난독증 초등학생이 전국에 2만명 이상 있다”는 국회의원의 지적이 떠올라 더욱 착잡하다.
난독증은 지능이나 사회성에 문제가 없지만 단어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철자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학습장애를 뜻한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2016년 9월 전국 5641개 학교에서 읽기학습 특성검사를 실시했는데 강원도, 충북, 제주, 전북(1.5%, 1456명) 순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교육정책이라고는 입시정책뿐인 나라에서 난독증 초등학생과 애초에 입시정책에 들어 있지 않은 청소년들에 대한 교육정책은 얼마나 있고, 도움이 될까?
청소년 70%가 대학에 진학한다는 시대에 청소년들 앞에는 장벽 투성이다. 학교 안팎 온갖 규율 속에서 하는 척이라도 해야 하는 학습은 장시간 강제노동이고, 학생들 간의 계급은 학생 탓 아닌 ‘가정환경’의 차이와 학생 탓이라고 몰아붙이는 ‘성적’ 차이에서 형성된다. 교사와 학생 간에 권력, ‘간부’학생과 아닌 학생간의 권력에 까지 찌들고 치인 경험이 학교 밖 사회에서 어떻게 이어지게 될지 어른들이 가르쳐주지 않아도 그들은 안다.
학교에서도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말로는 “그렇지 않다”면서 학업성적이 좋은 아이들을 위한 정책에 치중한다. 엄청난 돈을 쏟아 붓는 기숙학원 운영은 말할 것도 없고, 꽤 많은 돈을 쓰는 무슨 아카데미, 무슨 캠프가 다 그런 식이다. 툭하면 인구가 줄어서 걱정이라면서 결과적으로 이 지역을 떠날 아이들만 지원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 아이들이 ‘자연에서 뛰놀고 마을에서 함께 일하면서 놀이와 노동과 배움이 어우러지는 교육’을 꿈꾸면 안 되는 걸까?
인구 늘리기 정책을 앞세우고, 읊조리는 공무원들조차 도시에 거주하면서 ‘순창이 참 좋다’고 홍보하고, 광고하는 희ㆍ비극은 도처에 현란하다. 교사들은 이미 거의 지역에 거주하지 않는 직장인이다. 지역에 ‘청년이 없다’ ‘아이들이 없다’고 외치면서 자신의 아이들 먼저 도시로 빼돌리고, 서울로 진학하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는 모순된 정책이 당연해진지 오래다. 공부 안 해서 대학 안가도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책이 필요하다.
‘없이 사는’ 사람들은 이 악물고 견디면서 눌러 사는데, ‘있는 사람’들은 영민하게 머리 굴리며 재빠르게 갈아탄다. 문제는 생각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데 있다. 공부 잘하는 학생에게는 후하고 공부 안하는 학생에게는 짜고 쫀쫀하다. 순창군은 더 한다. 옥천인재숙 관련 14억5000만원, 순창군 대표 홈페이지 개편 2억7380만원, 순창군 공무원 휴양시설 임차료 5000만원을 쓴다면서 고등학교 해외역사탐방지원에 1억5000만원, 마을학교 교육공동체 운영지원에는 3000만원을 세운다. 그나마 마을학교 예산은 ‘문제예산’이니 통과될 지 의문이다. 인구 늘리기도 교육 지원도 숫자에만 집착한다. 기교가 기교를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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