偏聽生姦(편청생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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偏聽生姦(편청생간)
  • 정문섭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 승인 2018.12.06 14: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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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말만 듣고 있다간

偏 치우칠 편
聽 들을   청
生 날     생
姦 간사할 간

《사기》의 노중련·추양열전(魯仲連·鄒陽列傳)에 나온다. 한쪽으로 치우쳐 들으면 간사함을 낳는다는 뜻으로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불공정한 경우를 비유하고 있다.

“야! 네가 지금도 나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줄 몰랐다. 나 그런 사람 아니야. 너 내 얘기 좀 들어 봐.“
어릴 적, 같은 동네에 살던 친구 K로부터 온 전화였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사소한 일로 다툰 후 난 K를 미워하고 멀리했다. 그래서 그에 대한 소식은 친구 B로부터 들은 것 말고는 거의 없었다.
그러던 지난 해 겨울, 동창모임에 갔다가 K와 마주치게 되었다. 헤어지게 될 무렵 그가 내 손을 잡으며 옆 술집으로 끌고 갔다.
“야, 너 말이야. 이 동창모임에 올 때마다 느끼는 건데, 넌 나를 꼭 닭 쳐다보듯 하드라. 그 이유가 뭐냐?”
뜻밖이었다. 그가 눈치를 채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그간 그에게 그저 데면데면하게 굴었던 것을…. 아, 벌써 5-60년이 지난 일을…, 순간 이제는 솔직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난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
“너 3학년 때 나와 싸운 일 기억나니? 나 그때부터 너 싫어했어. 그래서 너에 대한 나쁜 얘기를 들을 때면, 좀 미안한 말이지만 고소해 했었던 것 같아. 그러다 보니 너하고 말 섞는 게 줄어들 수밖에 없었지.”
그리고 술기운을 빌려 B로 들어왔던 그에 대한 나쁜 얘기들을 마구 쏟아 놓았다. 술에 취한 그였지만 나의 말에 충격을 많이 받은 듯 보였다.
이튿날 오후 그에게서 전화가 온 것이다. 그리고 거의 한 시간도 넘게 우리는 대화를 나누었다. 처음에는 그의 말이 변명으로 들렸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서 그의 진정성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에 대하여 내가 가졌던 오해가 점점 풀려 나갔다. 그러니까 결국 난 듣고 싶은, 즉, 나쁜 소식만 들으려 하며 그렇게∼ 오래도록 미워했던 것이다.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니었던 그를 말이다.
 
중국 전국시대 제나라 사람 추양(鄒陽)은 양(梁)나라에서 유세하다가 효왕(孝王)의 문객이 되었다. 그러나 양승(羊勝)의 무리가 추양을 시기하여 왕에게 참언하자. 왕이 노하여 옥리에게 넘겨 죽이려고 했다. 추양은 남의 나라에서 유세하다가 중상모략을 받아 죽은 후에까지도 오명을 쓰게 될 것을 두려워하여 옥중에서 왕에게 장문의 글을 올렸다.
“충성된 자는 보답을 받지 못하는 일이 없고 진실한 자는 의심을 받는 일이 없습니다. -중략- 옛날 백리해(百里奚)는 길에서 밥을 빌어먹었지만 진 목공은 그에게 정치를 맡겼고, 영척(甯戚)은 수레 아래에서 소를 치고 있었으나 제 환공은 그에게 나라를 맡겼습니다. 이 두 사람이 조정에서 벼슬하면서 주위 사람들의 칭찬에 힘입어 등용되었습니까?
마음이 서로 통하고 행동이 일치하면 아교나 옻으로 칠한 것보다 더 친밀해져 형제라도 그들 사이를 갈라놓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 어찌 다른 사람들의 말에 현혹될 리 있겠습니까? -중략-
따라서 한쪽 말만 들으면, 간사한 일이 생기고 한 사람에게 모든 것을 맡기면 혼란이 일어납니다(편청생간 독임성란, 偏聽生姦 獨任成亂). 옛날 노(魯)는 계손(季孫)의 말을 듣고 공자(孔子)를 내쫓았고, 송(宋)은 자한(子罕)의 계책만 믿고 묵적(墨翟)을 가두었습니다. 공자와 묵적도 말재주로 참소하고 아첨하는 사람들의 피해에 벗어나지 못하였던 것입니다. 왜냐하면, 뭇 사람 입은 무쇠라도 녹일 수 있고 헐뜯는 말이 쌓이고 쌓이면 뼈라도 녹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중구삭금 적훼쇄골, 衆口鑠金 積毁鎖骨).”
왕이 이 편지를 읽고 다른 사람의 참소만 믿은 자신을 자책하며 바로 사람을 보내 추앙을 옥에서 데려다가 상객(上客)으로 맞았다.
‘안방에서는 시어머니 말이 맞고 부엌에서는 며느리 말이 맞다.’는 말이 있다. 한쪽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되면, 결국 불공평하여 나쁜 결과를 가져오게 하는 원인이 되고 그 폐단의 정도는 점점 심화되게 마련이다. 즉, 한쪽 말만 들어 간사한 자들에게 득세할 기회를 주어 독단과 전횡을 일삼게 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화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공정함과 균형을 잃는 것은 물론이고, 중지(衆智)를 모아 판단하기가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우리에게 보이는 세상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아들과 며느리가 집에 오니 70대 후반 아버지가 핸드폰 YouTube를 보여준다.
“아버지, 그 말도 안 되는 가짜 뉴스를 어찌 그리 열심히 보세요? 제발 TV뉴스도 보시고 우리끼리 대화도 해요. 네?”
“요새 TV뉴스 모두 가짜야! 여기 나오는 YouTube가 진짜란다. 6.25가 뭔지 모르는 니들이 뭘 알아? 요즘 젊은 것들이란…, 쯧쯧.”
이렇듯 결국 밥도 화목하게 제대로 같이 먹어보지도 못하고 냉랭히 헤어지는 가족들의 모습이 곳곳에서 보인다는 얘기가 들리고 있다.
공자가 ‘중용(中庸)’을 역설 하였지만, 자기가 듣고 싶어 하는 것만 들으려 하는 그리고 우직하게도 ‘나라를 팔아먹어도 당신을 지지하겠다.’고까지 말하는 그들에게 또 일반 언론이 아무리 ‘사실’을 사실이라 말해도 ‘YouTube’에 나온 것만이 ‘진실’이라고 믿는 그들에게 이 ‘편청생간’의 의미를 말해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야아, 너도 세뇌를 당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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