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강좌(5)/ 시는 한 편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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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강좌(5)/ 시는 한 편의 이야기다
  • 김재석 귀농작가
  • 승인 2018.12.12 1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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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글쓰기강좌 5

 

시가 메타포(은유)와 입체적 이미지(오감이 살아있는)를 잘 드러낸다고 해도 한 편의 시가 되지는 않겠죠. 시 한 줄 잘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러 행과 연이 모여서 한 편의 시가 되기 때문에 여러 행과 연을 만들려면 조금 더 고민을 해야 하네요.
물론 한 줄로 된 시도 많아요.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안도현 <너에게 묻는다>
 
이 정도 시면 한 줄로 충분하죠. 한 편의 시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위의 원 3개를 잘 그려야 합니다. A에서 B로 메타포를 잘 해야 하고, 그 메타포가 입체적 이미지로 표현되어야 하고, 마지막으로 숨겨진 주제 C를 떠올리게끔 만들어 주면 너무 좋은 시가 되겠죠.

다음 한 편의 시를 통해 세 개의 동그라미를 찾아가 봅시다. 김기택 시인의 <명태>라는 시 전문인데 그림과 비교해 가면서 읽어 봅시다.

모두가 입을 벌리고 있다  / 모두가 머리보다 크게 입을 벌리고 있다  / 벌어진 입으로 쉬지 않고 공기가 들어가지만 / 명태들은 공기를 마시지 않고 입만 벌리고 있다 / 모두가 악쓰고 있는 것 같은데 다만 입만 벌리고 있다 / 그물에 걸려 한 모금이라도 더 마시려고 입을 벌렸을 때  / 공기는 오히려 밧줄처럼 명태의 목을 졸랐을 것이다 / 헐떡거리는 목구멍을 틀어막았을 것이다  / 숨구멍 막는 공기를 마시려고 입은 더욱 벌어졌을 것이고 / 입이 벌어질수록 공기는 더 세게 목구멍을 막았을 것이다 / 명태들은 필사적으로 벌렸다가 끝내 다물지 못한 입을 / 다시는 다물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끝끝내 다물지 않기 위해 / 입들은 시멘트처럼 단단하고 단호하게 굳어져 있다 / 억지로 다물게 하려면 입을 부숴 버리거나  / 아예 머리를 통째로 뽑아내지 않으면 안 된다  / 말린 명태들은 간신히 물고기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 물고기보다는 막대기에 더 가까운 몸이 되어 있다 / 모두가 아직도 악쓰는 얼굴을 하고 있지만  / 입은 단지 그 막대기에 남아있는 커다란 옹이일 뿐이다  / 그 옹이 주변에서 나이테는 유난히 심하게 뒤틀려 있다  
  - 명태 (김기택 시인)

 그물에 걸려 숨 쉬려고 악을 쓰는 명태의 모습(원관념)이 그려지다가, 막대기처럼, 시멘트처럼 굳어버린 명태의 모습을 시각적 이미지, 청각적 이미지(소리는 들리지 않는데 숨을 헐떡이는 것 같은)로 입체화한 것도 좋고, 마지막 연을 통해 시인이 말하고 싶은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해 직접적인 말보다는 단지 말린 명태를 커다란 옹이로 묘사(보조관념)하면서 숨겨진 주제를 드려낸 것도 일품이죠.
 공기가 밧줄로 그 밧줄이 돈줄로 바뀌고, 돈줄에 한평생 목매여 헐떡이며 사는 인간의 모습이 보이다가, 옹이를 가진 뒤틀린 나이테처럼 늙어버린 (막대기) 노인이 보이네요.(숨겨진 주제)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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