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녘말/ 따웅, 깨깨, 바질바질, 반숭건숭, 아글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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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말/ 따웅, 깨깨, 바질바질, 반숭건숭, 아글타글
  • 박진희 기자
  • 승인 2018.12.19 1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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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지만 재미있는 북녘말(3)

남한에서 호랑이는 ‘어흥’하고 운다. 북한에서 호랑이는 어떻게 울까? “호랑이의 따웅 소리에 바위가 들썩이는 것 같다.” 북한의 호랑이는 ‘따웅’하고 운다. 조선말대사전은 범이 울부짖는 소리를 나타내는 어흥도 게재하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북한에서는 따웅이 더 많이 사용된다.
“너는 언제 봐도 깨깨 마른 명태 같구나”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깨깨’는 우리말의 ‘빼빼’와 같은 단어다. “마당에 쌓인 눈을 깨깨 쳐냈다. 사람들 앞에서 깨깨 망신당하던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얼굴이 붉어지곤 했다”의 경우는 ‘몽땅’, ‘여지없이’란 의미로 사용된 예이다. 남한에서 생소한 이 말은 북한사람들 사이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는 어휘이다. 남한 국어사전에는 몹시 심하게 여위고 마른 모양을 나타내는 말로 등재돼 있지만 실제로 쓰이지 않고 있다.
‘바질바질’이란 어휘를 보고 떠올릴 수 있는 남한 단어는 무엇일까? 몹시 난처하거나 힘들 때 땀을 흘리는 모양을 나타내는 ‘삐질삐질’을 떠올렸다면 언어 감각이 무척 뛰어나다고 할 수 있겠다. ‘바질바질’은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땀이 나는 모양을 표현한 말이다. “땀을 바질바질 흘리며 겨우 작업을 끝냈다.” 땀을 흘리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로 ‘삐질삐질’로 바꿀 수 있다. 하지만 무엇을 하고 싶어서 마음이 몹시 안타까운 모양을 나타내는 뜻도 있어 “어머니의 속이 바질바질 탔다”와 같은 문장에서는 ‘삐질삐질’로 대체될 수 없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중간한 모양을 나타낸 말로 ‘반숭건숭’이란 말이 있다. 우리말의 ‘건성건성’과 비슷한 말이다. 조선말사전에는 벌여 놓은 일을 끝맺지 않고 어중간한 상태에서 내버려 두는 것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반숭건숭’은 ‘건숭반숭’으로도 쓰인다.
반승건숭과는 반대로 몹시 애쓰거나 끈기 있게, 온 힘을 기울여, 끈덕지게 등의 의미와 비슷하게 쓰는 말이 있다. “지성이는 이번 학과경연에서 꼭 1등을 하겠다는 결심 아래 아글타글 애쓰고 있다.” ‘아글타글’은 무엇을 이루려고 몹시 애쓰거나 기를 쓰고 달라붙는 모양을 나타내는 부사로 풀이하고 있다. ‘아글타글하다’라는 동사도 많이 쓰인다. 남한의 ‘애면글면하다’와 비슷한 말이다.
언어의 자의성 즉 말의 소리와 의미는 필연적인 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설명할 때 소리나 모양을 나타내는 말을 예로 든다. 가령 국어로 개가 짖는 소리를 ‘멍멍’이라고 하지만 러시아어로 ‘가브가브’라고 한다는 사실을 통해 자의성을 설명한다. 같은 언어를 쓰고 있는 남북한의 의성어와 의태어의 차이를 통해서도 언어의 자의성을 설명할 수 있다. ‘왈랑절랑 방울소리, 씨엉씨엉 배를 몰았다, 울줄우줄 춤을 춘다’ 등도 남한에서는 생소한 어휘들로 자의성을 뒷받침해 주는 어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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