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합니다. 더 애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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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합니다. 더 애쓰겠습니다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18.12.2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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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무는 해를 바라보면서 새 희망을 생각하고, 떠오르는 해를 마주하면서 희망의 기쁨을 느끼고 싶습니다. 항상 보는 해지만 날로 새롭고 날로 희망찬 해를 보고 싶습니다. 무감각했던 주변의 모든 물상들이 미묘한 떨림을 동반한 감동으로 다가오는 날이 계속되기 바랍니다. 하루하루를 찬물로 머리 감고, 구김 편 깨끗한 옷 입고 소망을 빌며 살고 싶습니다.’
새해를 마주하며 생각하는 마음 속 다짐입니다. 돌이켜보면 격심한 변화와 소용돌이로 몸살을 앓기도 했고, 설렘과 희망으로 꼭 이루고 싶은 꿈을 품기도 했습니다. 질풍노도 같은 해도 있었고, 차가운 광장에서 점점 움츠려지는 몸뚱이 하나 간수할 수 없었던 나약한 해도 있었습니다. 착실하게 목표를 세우고 부단하게 실천한 해는 많지 않았습니다.
뜨거운 영혼으로 새로운 역사를 쓸 수는 애초 없었고, 오염되고 망가진 가치와 생활들을 제자리로 돌리기에는 당초 부족했습니다. 그러나 항상 그럴 수 있는 척, 그럴 생각이 있는 척 했습니다. 시기마다 한 자루 촛불을 피우듯, 흐린 눈망울을 애써 치켜뜨며 정녕 꿈꾸던 일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려고 다잡아 보았지만 여전히 불꽃 피우지 못하고 사그라졌습니다.
개인생활이 그러한데 사회 곳곳의 부패와 부정, 반칙과 특권을 파헤쳐 바로잡겠다고 나섰으니 크게 잘 못한 일입니다. 수십년을 살면서 저지른 오류와 거짓, 부조리와 야만을 접어 감추기 바빴습니다. 진실을 온전히 드러내기보다 감추고 적게 보이려고 애썼습니다. 과거와의 썩은 끈을 끊어내기 보다는 “이 정도면 됐다”고 자위하며 보낸 세월이 너무 깁니다.
정의를 세우기 위한 갈등과 대립이 무서워 미리 도망치고, 이해관계와 이념ㆍ철학이 달라 생기는 대립 현상은 아예 없기를 학의 긴 목처럼 고대했습니다. 동지들과의 갈등과 반목 그리고 수구세력의 억압과 횡포를 이겨낼 강고한 연대를 만들기보다 “이제 그만하자”고 지레 겁먹고 지레 포기하는 비겁함을 반복하며 귀중한 세월을 보냈습니다.
“촌에서 사는 사람들도 입이 있잖아요. 우리 이야기를 나누고 담을 그릇 하나 만들죠. 우리 얘기를 할 수 있는 소통 공간이 필요해요. 행정 위주의 상황이 군민들의 표현 욕구를 키우고 있어요. 우리 주민들의 생각을 거리낌 없이 표현하고, 지역사회를 바꾸려는 좋은 생각을 글로 써서 많이 소개해야 우리 지역사회가 달라져요.” 그렇습니다. 그 요구를 잘 압니다.
그러나 주민들이 모여 살아온 이야기, 겪은 이야기, 재밌는 이야기를 제대로 옮기지 못했습니다. 아니 제대로 옮기려고 조차 안했습니다. 때론 돈 핑계, 사람 핑계, 시간 핑계를 대며 데면데면하고 구렁이 담 넘듯 은근슬쩍 모면하면서 귀한 시간과 비용을 허비했습니다. “말과 글, 삶이 다르지 않다”는데 크게 다른 듯 치장하며 진실하지 못했습니다.
“평화와 화해의 깃발이 나부끼는 광장, 인간 생명의 활력이 넘쳐나는 거대한 서사시”를 만들 능력은 아예 없었지만, “있는 사람들이 없는 사람들의 손을, 행복한 사람들이 소외된 사람들의 손을, 건강한 사람들이 아픈 사람들의 손을 따뜻하게 마주 잡는” 지역이 될 수 있도록 진실한 글, 가짜 없는 진짜 소식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신문사에 출자한 주주는 적지만, 신문사와 연관된 독자는 부지기수입니다. 그들은 신문사에서 일하는 사람을 믿고 구독합니다. 신문사의 가장 큰 이해관계자는 독자입니다. 그래서 신문사의 주인은 독자입니다. 비록 작은 규모의 시골 신문사이지만 신문을 제대로 만들고 있는지 궁금해 합니다. 신문을 잘 만들려면 일하는 사람이 성실하고 정직해야 합니다.
2018년을 보내며, <열린순창> 독자들의 생각을 넘겨 짚어봅니다.
바른 주장을 펴고 사실을 그대로 전하는(정론직필) 신문에는 한참 부족하지만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지록위마)고 하지는 않겠습니다. 혼자 진실을 밝히기 어려우면 독자님께 도움을 요청하고, 지역주민들의 귀한 말과 글을 이어 지역사회를 바꾸겠습니다. 그리고 다른 지역의 작은 언론과도 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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