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기해년 풍요ㆍ다산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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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기해년 풍요ㆍ다산 상징
  • 림재호 편집위원
  • 승인 2019.01.02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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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지 꼴등한 돼지, 게으름 ‘표상’…‘오해’

 

12지 꼴등한 돼지, 게으름 ‘표상’…‘오해’
삼국사기에 신의 뜻 전달한 신성한 동물
현대인들 식탁에 가장 많이 오르는 고기

 

2019년은 기해(己亥)년, ‘돼지띠 해’다.
천간(天干)이 ‘기(己)’이고 지지(地支)가 ‘해(亥)’인 해. 육십갑자(六十甲子)로 헤아리면, 서른여섯 번째 해이다. ‘기(己)’는 황금색 ‘해(亥)’는 돼지를 의미해서 2019년을 ‘황금돼지해’라고 한다.
돼지가 '해(亥)'라는 이름으로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子丑寅卯辰巳午未申酉戌亥)’의 십이지(十二支)에서 한 자리를 장식하는 덕이다.
돼지가 십이지 중 맨 마지막에 자리한 것은 왜였을까.
십이지가 탄생한 중국의 전설에 따르면, 부처는 이 세상을 만들 때 도움을 준 열두 동물에게 우주의 시간과 방향을 맡겼다. 극락에 도착한 순서를 따랐는데, 소 등에 올라타고 오다가 극락 문 앞에서 날름 뛰어내려 가장 먼저 문 안으로 들어선 쥐가 1등, 간발의 차이로 소가 2등이 됐다. 다른 동물들이 속속 도착하고, 가장 늦게 도착한 돼지가 꼴등이 됐다. 십이지 순서에 따라 돼지의 시간은 하루가 마감하는 ‘오후 9~11시’, 방향은 ‘북북서’를 의미한다.

재물ㆍ복의 상징

돼지의 임신기간은 114일로 짧은 데다 한 배에 5~12마리씩 새끼를 낳는다. 새끼는 대략 6개월 정도 크면 도축할 정도로 자라니 회전이 빠르다. 잡식성인 돼지는 닥치는 대로 먹는다. 무엇이든지 잘 먹고, 새끼도 많이 낳으니 예로부터 우리 조상이 돼지에 가진 기대와 공경심은 남달랐다. 이는 돼지를 재물과 복의 상징으로 여기는 계기가 됐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돼지 꿈'이다. 돼지꿈을 꾸면 복권을 사는 사람이 많다. 다만 꿈속에서 돼지가 집으로 들어와야지 나가면 오히려 좋지 않다는 단서가 달리기는 했다.

신의 뜻 전달한 신성한 동물

돼지에게 우리 민족이 가진 긍정적인 인식은, 돼지가 그 옛날 국가를 위해서도 큰 역할을 했다고 각종 전설, 설화를 통해 전해지는 데서도 잘 알 수 있다. 돼지는 사람들에게 신의 뜻을 전하는 신성한 동물이자 신에게 바치는 제물이었다.
돼지가 한반도에 서식하기 시작한 시기는 구석기시대로 추정되는데, 평남 검은모루동굴과 덕천 승리산 유적, 충북 청원 두로봉 유적 등에서 멧돼지의 뼈와 화석이 출토된 바 있다.
《삼국사기》에는 돼지를 제사에 제물로 올렸다는 기록이 나온다. 삼국사기 ‘고구려 본기’의 ‘유리왕 편’을 보면 제물로 바치기 위해 기르던 돼지가 달아나자 유리왕(기원전 19∼기원후 18)이 관리에게 이를 잡아 오라고 명령했다. 관리는 현 중국 지린성(吉林省)에 있는 국내성 위나암에서 돼지를 겨우 잡을 수 있었다.
관리는 그곳 산세와 지세가 매우 뛰어나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왕에게 “국내 위나암은 산이 험하고 물이 깊습니다. 땅은 오곡을 기르기에 좋고, 사슴과 물고기도 많이 납니다. 그곳으로 도읍을 옮기면 백성에게 크게 이롭고, 병란도 면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고 보고했다. 왕이 직접 지역을 시찰했고, 이듬해 수도를 졸본성에서 국내성으로 옮기고 위나암성을 쌓았다. 서기 3년(유리왕 22)의 일이다. 이는 신(神)이 왕에게 현 도읍이 왕조에 적당하지 않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돼지를 도망치게 만든 것으로 돼지는 신의 뜻을 전달했다고 할 수 있다.
지금도 고사나 굿 등을 할 때 돼지 머리나 통돼지를 제물로 올린다. 이는 돼지를 신성한 동물로 여기는 전통을 잇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돼지에 대한 오해

한국 전통문화에서 돼지는 ‘두 얼굴’로 묘사된다. 복과 재물의 대명사인 동시에 탐욕과 게으름의 상징이다. 돼지를 좁은 곳에 여러 마리씩 우글우글 기르면, 비좁아 똥 싼 곳에 누워 자기도 한다. 이런 모습 때문에 돼지가 지저분한 동물의 대명사로 낙인찍혔을 것이다. 하지만 돼지는 원래 잠자는 곳과 화장실을 구분해서 쓴다. 사람들이 돼지를 지저분한 동물로 만든 것이다
돼지의 땀샘은 주둥이와 항문 주위만 있어 사람처럼 땀을 흘려 체온을 낮추기 어렵다. 체온을 낮추려고 물이나 진흙에 몸을 푹 담근다. 이런 과정에 진흙이 털에 달라붙어 지저분하게 보여 애당초 돼지가 지저분한 곳을 좋아하는 게 아닌가 생각할 수 있으나 돼지는 깨끗한 곳을 좋아한다. 돼지의 조상인 멧돼지들도 똥 싼 곳에 잠자는 놈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사실 돼지는 우리가 생각한 것처럼 지저분하지 않고, 배 터지게 먹지 않고, 살이 뒤룩뒤룩 찐 것도 아니다. 돼지는 억울할 것이다.
그런데 돼지는 다른 가축에 비해 야생성이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소는 농경사회에서 중요한 동력원이었다. 그 쓰임새에 맞게 개량하다보니 야생성을 잃고 온순한 품종으로 되었다. 반면에 돼지는 단지 고기용으로 쓰고 덩치가 더 큰 놈을 얻으려고 멧돼지와 잡종을 만들다 보니 야생성을 완전히 잃진 않았다. 돼지를 순한 동물로 여겨선 안 된다. ‘저돌적(猪突的)’이란 말이 있다. 이 말은 앞뒤를 따져보지 않고 마구 덤빈다는 뜻이다. 멧돼지가 질주해서 달리는 모습을 보고 붙여진 말이다.

돼지라는 이름의 유래

돼지는 언제부터 ‘돼지’라 불렸을까. 그 어원에 대해선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돼지 울음소리에서 시작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옛날에는 돼지 울음소리를 ‘도도’ ‘돌돌’ ‘똘똘’ 등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고구려 시대에는 ‘도시’, 고려 시대에는 ‘돗’, 조선 시대에는 ‘돋’ 또는 ‘돝’이라고 했다. “멧돝 잡으려다 집돝 잃는다”는 속담처럼 본래 ‘돝(猪)’이 ‘돼지’를 이르는 말이었고, ‘돼지’는 ‘돝의 새끼’(돋-아지)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돼지’가 ‘돝’의 자리를 대신하게 됐다. 경남 창원에는 섬의 형태가 누운 돼지와 같다는 ‘돝섬’이 있다.

식탁 위의 돼지

돼지고기가 우리 식탁에 부담 없이 오르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이후부터다. 서민들은 돼지고기를 먹으며 단백질을 섭취하고 영양을 보충했고, 노동자들은 고된 하루를 정리하며 삼겹살과 함께 소주잔을 기울였다.
1인당 돼지고기 연간 평균 소비량은 2005년 17.8킬로그램(㎏)에서 2010년 19.3㎏, 2015년 22.8㎏, 2017년 24.5㎏으로 계속 늘어났다. 2017년을 기준으로 1인당 연간 육류별 소비량을 보면 돼지고기 24.5㎏, 쇠고기 11.5㎏, 닭고기 13.6㎏ 등으로 단연 돼지고기가 앞선다.
정리 : 림재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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