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속시한줄(25) 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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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속시한줄(25) 꿈에
  • 조경훈 시인
  • 승인 2019.01.17 0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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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그림  조경훈 시인ㆍ한국화가
 풍산 안곡 출신

 

  꿈에(夢)

 

                                                                          황진이
                                                                          黃眞伊

상사상견지빙몽 (相思相見只憑夢)
서로 그리워하면서도 만나볼 길은 꿈길밖에 없는데
농방환시환방농 (儂訪歡時歡訪儂)
내가 임 찾아가면 임도 날 찾아 떠나셨다고.
원사요요타야몽 (願使遙遙他夜夢)
바라건대 다른 날 밤 아득한 꿈에서라도
일시동작로중봉 (一時同作路中逢)
똑같은 시각 서로의 꿈길을 더나 도중에서 만났으면.

만고에 이루지 못할 사랑을 그리워하면서 산다는 것은 참으로 애달프기 그지없으리라, 얼마나 생시에 못 만나 그리워했으면 꿈속에서라도 그렇게 만나고 싶어 했을까, 그러나 꿈은 문자 그대로 꿈일 뿐 깨고 나면 아무것도 없는 허망함뿐이다. 그런데도 황진이는 꿈속에서라도 만나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이다. 꿈에 보았다는 말은 더더욱 거짓말이/ 나처럼 보고 싶어 잠 아니 오면 어느 꿈에서 만나리// 했다. 그런데 위 시에서는 꿈속에서 똑같은 시각에 출발하여 어긋나지 않고 만나자는 것이다. 그렇게라도 만나고자 한 사람은 누구였던가? 아무튼 황진이도 중국의 ‘설도’, 부안의 ‘매창’과 함께 한 남정네를 그리워하는 섬세한 여인의 마음을 만나 볼수 있다. 못이루는 짝사랑도 참 아름답기 그지없다. 그리고 꿈에도 꾸어 만난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그래서 만고에 이 시가 써졌지 않겠는가?
황진이(?~?)는 조선중종때 진사의 서녀로 태어나 어머니에게서 사서삼경을 배웠다. 15세 무렵 동네총각이 그녀를 연모하다 상사병으로 죽자 기생이 되었다는 말이 있다. 뛰어난 시, 서, 가창(歌唱)과 출중한 용모로 당대에 문인, 거유(巨儒)들을 매혹 시켰으며, 수도의 생불 지족선사(知足禪師)를 유혹하여 파계 시킨 일이 있어 유명하다. 석학 서경덕을 유혹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사제관계가 되었다는 일화가 있고, 또한 종실의 인물이었던 벽계수에 깊은 연모의 정을 토로 했으나 ‘청산리 벽계수’라는 시를 남겼다.
황진이는 서경덕, 박연폭포와 더불어 송도의 삼절로 불렀는데, ‘청산리 벽계수야’, ‘동짓달 기나긴 밤을’, ‘산은 옛 산이로되’, ‘어져 내일이여’ 6수가 청구영언에 실려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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