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기후ㆍ해충 피해 심각 … 양봉 ‘흉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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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기후ㆍ해충 피해 심각 … 양봉 ‘흉작’
  • 박진희 기자
  • 승인 2019.01.17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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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돌며 꿀 채집하는 동계 양봉농가 ‘걱정’

▲밤꿀을 채취하기 좋은 동계면은 양봉 농가가 많이 있다. 꿀벌들이 동면을 취하고 있는 동계 양봉장.
▲동계 양봉 농가. 류춘희 씨와 김홍렬ㆍ장정림 부부.
전국 돌며 꿀 채집하는 동계 양봉농가 ‘걱정’
벌ㆍ꽃ㆍ꿀…중요성 인식 ‘양봉법’ 제정 기대

지난해 전국적으로 양봉농가들이 최악의 흉작을 맞았지만 현재까지 꿀 생산 손실을 보상해줄 수 있는 제도적 근거가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봄철 저온현상으로 최대 밀원인 아카시아꽃이 많이 피지 않았다. 아카시아꿀 수확량은 2017년의 2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등검은말벌의 꿀벌 공격과 낭충봉아부패병(꿀벌 유충에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전염병) 전염 등으로 양봉 농가의 피해가 심각했다.
군은 올해 양봉농가들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1억7400만 원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6200만 원가량 증가한 액수다. 하지만 현재 군내 양봉농가는 약 120가구이고, 매년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어서 군이 지원비를 늘리는 것만으로 양봉농가의 경영정상화가 실효성을 거둘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 지난해와 같은 이상 기후, 외래종과 병충해로 인한 양봉농가의 손실에 대해 정부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양봉원을 운영하고 있는 유종수(70) 전 양봉협회장은 “지난해 12월 10일경, 작목반에서 군수를 찾아가 양봉농가가 많아져 실제적인 분배량은 적어졌다며 지원을 늘려달라고 요청했다”면서 “이동하며 양봉을 하는 경우, 100드럼씩 뜨는 사람이 10드럼 정도 뜨는 정도였고, 아카시꽃이 끝나면 감꽃, 떼죽꽃, 뒤똥나무꽃 등이 피는데 모두 개화 수가 적어서 꿀이 적었다”며 “전적으로 양봉 수입에만 기대는 농가의 손실이 무척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군내에서 전국적으로 이동하며 양봉을 하는 농가가 많이 거주하는 곳은 동계면이다. 양봉농가가 동계에 많은 이유는 밤 생산이 가장 많은 곳이어서 밤꿀을 채취하기에 좋은 곳이기 때문이다. 많은 농가들이 친환경 밤을 생산하고 있어 농약이 적기 때문에 벌을 놓기에 좋은 환경이 조성된 것도 중요한 이유다.
동계면에서 50년 넘게 양봉을 하고 있는 김홍렬(86) 씨는 “(양봉농가의 문제 해결을 위해) 작목반에서 신경을 쓰고 있지만 나라에서 별로 신경 안 쓰고 (양봉농가에) 협조하는 바가 별로 없다”면서 “양봉업이 축산업으로 들어간 것이 10여년 되는데 보상대책이라는 것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40년 가까이 양봉을 하고 있는 류춘희(73ㆍ동계) 양봉협회장은 “정년 퇴직자들과 귀농귀촌인들이 초기 창업비용이 적게 들고 접근하기 좋아서 많이 하고 있다”며 양봉농가가 늘어나고 있는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하지만 작목반으로 소속되어 운영하고 있는 농가는 35개 안팎이며 3분의 2 정도는 재미나 취미로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하지만 쉽게 생각하고 시작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있어 옛날식으로 대충해선 안 되며 제대로 배워서 과학적인 방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봉인들은 처음 시작하는 농가에서 가장 조심해야하는 것은 농약이라고 입을 모은다. 농약에 취약한 벌이 꽃이 피는 시기에 뿌려진 농약으로 인해 떼죽음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양봉협회와 작목반에 가입해 제대로 교육을 받고, 상도덕을 지키며 운영할 것을 당부했다. 제대로 모르고 꿀을 채집하다가 농약이나 병충해약이 꿀에 섞이는 경우가 있고, 꿀 가격ㆍ농도 등 농협이나 협회에서 정한 기준을 잘 지키지 않아 농가 전체에 피해를 주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우려한다.
류춘희 씨는 “공주시에서 밤이 많이 생산되지만 밤꿀이 없는 이유는 항공 방재를 해서 벌이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군에서는 밤나무꽃이 필 때 농약을 못하게 관리하고 있어서 밤꿀을 수확하기가 좋다”고 설명했다. 
양봉의 풍작과 흉작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조건은 기후다. 겨울에는 날씨가 추워야 벌들이 제대로 월동을 할 수 있고, 입춘과 우수가 지나면 따뜻해야 제대로 벌꿀을 모을 수 있다. 요즘 예측할 수 없는 이상 기후들이 나타나고 있어 예전만큼 풍작을 기대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양봉인들은 정부가 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에 맞는 정책이 만들어지기를 소망한다. “지구상에서 꿀벌이 사라진다면, 인류는 그로부터 4년 후 멸망할 것”이라는 아인슈타인의 유언을 언급하며 꽃과 벌의 관계를 제대로 이해해 주길 바랐다. 양봉인들은 “꽃이 활짝 핀 시기에 농약을 하면 벌들이 죽어서 수정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면서 “꽃이 시들 무렵엔 벌들이 수정을 끝내기 때문에 열매를 잘 맺을 수도 있고, 벌레가 알을 까는 시기와 맞물려 농약을 놓기에 적합하다”고 말한다.
지난해 국회에서 ‘양봉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양봉법)’을 발의했다. 또 낭충봉아부패병에 저항성을 가진 토종벌을 육성했다는 소식도 있었다. 올해는 양봉농가들의 경영활성화에 실제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법률들이 제정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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