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강좌(8)/ 현대시는 어려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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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강좌(8)/ 현대시는 어려워-2
  • 김재석 귀농작가
  • 승인 2019.01.23 1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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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글쓰기강좌 8

함기석의 다음 시는 위상수학이란 수학의 한 분야를 빌려와서 쓴 시입니다.

위치 A. Topological Eye (White)
커피잔 (A) 발생한다
말한다 (B) 이 도넛 참 먹음직스럽군
말한다 (C) 그건 탄환에 관통된 네 머리야
말한다 (D) 그건 구멍 뚫린 21C 지구입니다
말한다 (E) 웜홀이 뚫린 오렌지 우주라니까요
말한다 (F) 로켓이 관통한 태양이라니까요
적는다 (G) 동그란 삼각형 안에서
읽는다 (O) 달이 초승달일 때 지구는 보름지구
읽는다 (P) 인간은 원 원은 불가사리
테이블 (Q) 외계의 벌레들이 날아와 뇌를 먹는 곳
만진다 (X) 옮긴다(Y) 먹는다(Z)
커피잔 (A) 사라진다
위치 B, Dimensional Eye (Yellow)
- 함기석, '4개의 회전체 眼球 사이에서 作圖되는 6개의 선과 4개의 면과 다면체 언어 큐브' 中에서 -
 
이런 시로 넘어오면 난해한 수준이 됩니다. 이 시에서 커피잔이 나타나고, 어떤 이들은 도넛이니, 탄환이 관통된 네 머리니, 구멍 뚫린 21C지구니, 로켓이 관통한 지구 등으로 커피잔을 말합니다.  위상수학(Topological math)으로 볼 때 커피잔이나 도넛은 같은 모양이죠. 구멍이 한 개 뚫린 형태이기 때문입니다.
위상수학이란 학문은 세상의 모든 물체를 구부리고, 늘이고, 줄이는 것과 같은 변형을 통해 같은 형태로 만들 수 있을 때 같은 도형들로 생각합니다. 함기석 시인은 이런 위상수학을 이용하여 커피잔을 얼마든지 시적으로 메타포할 수 있다고 말하네요. 물체를 구부리고, 늘이고, 줄이는 변형을 하듯이 우리의 언어도 그런 과정을 거쳐 새로운 차원의 언어로 거듭나는 것이죠.
사실 현대과학에서 아주 작은 원자의 세계를 다루는 양자역학이 나오면서 현대시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양자역학이 말하고 있듯이 세상의 만물은 형태를 가지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그것은 관찰할 때의 일이고, 관찰하지 않으면 -그것을 의식하지 않으면- 파동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사실 어떤 물건도 될 수 있지요.
현대시가 이처럼 원관념과 보조관념 사이의 거리가 멀어진 만큼, 시의 세계도 시인 내면의 폐쇄된 글쓰기가 보이는 건 사실이지요. 그런데 여기에 SNS 공감 시인이라는 하상욱은 ‘서울 시’라는 시집에서 현대시를 비웃기라도 하듯 자기만의 개성있는 시집을 냅니다. SNS 특유의 짧고 위트 만점 시집이지요.

서로가 소홀했는데 / 덕분에 소식듣게돼
- 하상욱 단편시집 ‘애니팡’ 중에서
고민 하게돼 / 우리  둘사이
-하상욱 단편시집 ‘축의금’ 중에서
 
 “서울 시도 시냐?” 고 무시하지 마세요. 마음만은 “특별 시”예요. 라고 비평가들의 무시에 위트있게 시집을 마무리합니다. SNS에 짧은 시(?)를 올려놓고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던 시들을 모아 ‘서울 시’라는 시집을 냈는데 폭발적인 반응을 받았었죠.
이 시(?)들은 대상(원관념)을 인간관계에 빗대서 위트 있게 메타포한 시들이 대부분이죠. 읽는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는 것은 공감의 중요성도 크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은 거겠죠. 시가 시인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다고 너무 어렵게 쓰면 외면받기 십상이에요.
먼저 시를 쓰고자 한다면 이런 공감있는 멘트(일단 시니까 메타포)를 쓰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봐요. 이 정도 시는 나도 쓸 수 있어, 했는데 막상 직접 해 보면 쉽지도 않아요. 발상을 전환하는 훈련과 내가 느낀 감정을 다른 이도 느낄까하는 공감을 찾아내는 일도 중요해요.

끝이  어딜까 /  너의 잠재력
 - 하상욱 단편시집 “○○○○” 중에서

“○○○○”에 들어갈 말을 상상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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