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막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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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막 ‘단상’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19.02.14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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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축’ 50년 숙원사업 밤재터널개설 예타면제” 군내 사회단체 이름으로 주요 도로마다 현수막이 넘친다. 자치단체(군)는 물론이고, 국회의원은 국회의원대로, 국회의원을 배출하지 못한 더불어민주당은 더불어민주당대로, 문재인 정부가 예비타당성조사를 일괄 면제하는 조치를 발표한 지난달 29일 이후 문자 메시지로, 보도자료로, 현수막으로 ‘자신들의 공로’라고 자랑하고 있다. ‘예타’ 면제에 대한 보수적ㆍ진보적 비판을 따로 하고, 가파르게 높은 밤재를 넘어 다니기 쉽지 않아 생활권은 말할 것 없고, 학생 진학권역까지 순창 아닌 정읍을 택해야 했던 애로만으로도 환영할 일이다.

“축 ■■대 합격 ○○마을 ☆☆☆씨 자녀 ◇◇◇” 학생 부모 관련 단체와 출신학교 등의 이름으로 소위 서울 소재 일류대학(SKY) 합격을 축하하는 현수막도 보인다. 요즘 고교 졸업 자녀를 둔 부모들의 심사가 천차만별일 것 같다. 군내 고등학교보다 먼저 수료식을 치른 옥천인재숙 사진을 보며 일류(?)대학에 합격한 학생, 뜻한 대학에 합격하지 못해 수료식ㆍ졸업식에 참석하지도 못하고 벌써 재수학원에서 또 대학입시공부 시작한 학생, 남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만 자신이 선택한 대학 입학을 앞두고 행복한 학생, 진학보다 사회를 택한 알차고 당찬 졸업생까지 다 축하하는 현수막이 걸리지 않는 현실이 문득 답답하다.

지역 발전이라는 명분에 드러내놓고 반대하기는 쉽지 않다. 지역 발전(개발)에 반대하면 상생이나 공존을 거부하는 것으로 몰리기도 한다. 지역 발전이라는 단어가 가진 힘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일류대학에 진학시키기 위해 기숙학원을 세우고 파격적 지원을 지속하는 자치단체 정책에 반대하기도 어렵다. ‘일류대학 진학이 만능처럼 보이는 시대’에 주민 다수를 설득할 대안을 찾지 못해 ‘벙어리 냉가슴’일 뿐. 이런 점을 노려 소수 의견을 도외시하는 정치가 무수히 반복된다. 지역개발ㆍ발전을 가장 이상적인 목표로 여기는 이들을 앞세워 소수 의견을 철저히 배제한다. 이런 선동과 부정이 적폐다.
문재인 정부도 24조 넘는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를 일괄 면제하면서 국가재정법상 지역균형발전에 이바지하는 사업이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이명박 때 4대강 사업은 차라리 ‘양반’이라는 비난에 더해, 손혜원 의원 논란에서 최순실의 그림자가 겹치고, 김경수 지사 구속에도 칭찬보다 책망이 넘친다. 국민의 기대가 너무 높은가. 이명박근혜 정권은 반면교사의 대상조차 아니었는데 오히려 이전 정권에서 더 잘했다는 자조가 번질까 걱정된다. 무엇을, 어떻게 해도 이명박근혜 때보다 나을 것 같았던 기대가 무너져 실망이 쌓인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 아닌 ‘과거의 경험을 재현하는 정권’이 될까 두렵다.

‘촛불’의 힘으로 정권을 잡은 여권의 일탈을 볼 때마다 혼란스럽다. 촛불로 국정농단 무리를 몰아내고 세운 정권의 행동이 정의롭지 않게 보여 화가 난다. 국정농단 세력을 단죄했다는 정의감에 취해서 정작 자신의 도덕성에 무감각해지면 ‘20년 정권’의 꿈은 오만이고, 모래 위에 세운 누각이다. 비판이 일 때마다 반복한 “설마 이명박근혜만 하겠냐’는 공격과 변명은 더는 효험이 없다. 행여 적폐 척결은 말뿐이고 관행을 되풀이하면 묻지마식 지지를 계속할 ‘촛불’은 없다. 무조건 절대 지지는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권력은 수시로 도덕과 정의에 대해 성찰해야 한다.

어디 국가만의 문제인가. 지방정부도 마찬가지다. 수백억원 국가 예산(국비)만 문제 삼을 일이 아니다. 기업과 인구가 수도권에 집중되고 지역경제가 고사 직전 상태인 것은 오래된 현실이다. 그래서 지방을 살리기 위한 균형발전, 예타면제 등은 필요한 정책이다. 그러나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덧붙여 예타 규모에는 훨씬 미치지 못하지만, 지방정부 사업들도 주민참여 토론 등을 통해 선정하고 시행해야 한다. 애써 국비 가져다 불요불급한 치적사업이나 측근 지원사업 하려다 낭패를 본 사례는 수없이 많다. “민간 참여도 낮고, 그마저 귀찮다”는 인식을 버려야 주민자치 기반 다져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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