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3만, 포기할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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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3만, 포기할 일인가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19.02.21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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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떠나고 빈집은 채워지지 않는데 새 아파트와 새 전원주택단지 조성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군청과 시장사거리를 잇는 중심도로 양쪽으로 빈 상가가 점점 늘어나고, 오랫동안 비워둬 흉물스러운 상가를 보는 것조차 민망하다. 읍내 도심이 이러하니 젊은이들 다 나간 촌 동네 풍경을 표현할 용기마저 나지 않는다. 어디 빈집뿐인가. 늙은이들만 남은 마을에는 예순 살 먹은 막내가 수두룩하다.

전라도 탄생 1000년을 넘겼으니 우리 마을도 1000년 넘게 사람들이 들고 날던 곳인데 드는 사람보다 나는 사람이 많으니 빈집 막을 방도 없고, 일 년에 한 번도 찾지 않는 곳은 추녀와 서까래가 통째로 무너져 내렸다. 마당에 무성해진 잡초가 사람 무릎 위까지 자라고, 일손 없어 내버려 둔 말라버린 채소(배추, 고춧대)밭도 여기저기 보인다. 밝은 낮에는 그나마 다행이다 싶을 정도로 동네 이곳저곳 풍경이 을씨년스럽다.

저출산ㆍ고령화ㆍ주민 감소… 하도 떠들어 위협조차 느끼지 않게 됐다. 군청사 높은 곳에 붙어 있던 ‘순창군 인구 현황판’도 언제 철거했는지 보이지 않는다. 하루하루 줄어드는 주민 숫자를 고치는 일이 유쾌하지 않을 터이지만 행여 주민 늘리는 정책을 포기한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시끌벅적했던 옛 정취를 보존하는 건 둘째치고, 급격하게 줄어들어 생존마저 위태하다는 ‘소멸론’에 무대책이면 ‘죄악’이다.

소멸 위험지역은 65세 이상 인구수가 20~39세 여성의 수보다 2배 이상 많은 곳을 뜻한다. 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은 ‘한국의 지방소멸 2018’ 보고서에서 전국 228개 시ㆍ군ㆍ구 가운데 89개를 ‘소멸위험지역’으로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전국 시ㆍ군ㆍ구의 40%가량은 30년 뒤 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순창군도 여기에 포함된다. 그런데 눈에 확 띄는 위기의식도, 대처방안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농촌 지역 공통 실정”으로 치부한 듯.

지방정부(자치단체)는 이런 현실을 부정하거나 도외시한다. 인구 급감 방지대책 마련보다 ‘개발사업을 늘려야 주민들이 좋아하고 인구가 늘어난다’고 믿는 듯한 정책을 마련하고 이를 장려한다. 인구는 팍팍 줄고 빈집이 속출해 불빛 없는 마을, 간판 없는 상가가 넘치는데 외곽 개발에 치중한다. 사람이 흩어지니 장사는 장사대로 안되고, 수익성이 줄어든 생활 필수시설들이 속속 문을 닫아, 인구가 또 빠져나가는 원인 되는데…
 
작은 마을뿐 아니라 사람이 그나마 모여 사는 읍내 상가에도 벽이 무너지고 우편물이 쌓인 빈집이 즐비하다. 저물녘이면 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다. 출산장려금, 귀농 귀촌인 지원금보다 더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려는 노력은 부족해 보인다. 아기 울음소리 없어지면 영ㆍ유아 감소하고 취학아동 없어져 폐교 위기에 몰린다. 단위학교로만 유지할 수 없어 구림초ㆍ중, 동계중ㆍ고, 옥천-인계-적성-유등-풍산 초등학교 어울림 행사한 지 오래다.

학교가 사라지면 지역이 급속히 쇠퇴한다. 인구가 줄면 의료기관도 버티기 힘들다. 이미 병원은 없고 의원만 있다. 응급의료를 대신하는 보건의료원의 한계는 더 지적할 필요도 없다. 공중보건의가 간단한 진료나 약 처방에 그치니, 비싼 돈 들여 외지병원에 입원해야 한다. 인구 감소는 생활 필수시설 부족으로 이어지고, 젊은 부부가 정착하기 힘든 곳으로 만들어진다. “갑자기 아프면 난감하고, 아기용품 하나도 인터넷으로 사야 하는 주거지”는 “언제든 떠날 생각을 버리지 못하게 하는 불편한 곳”이다.

말로는 “함께하는 발전, 행복한 순창” 강조하면서 주소도 잠자리도 순창 아닌 도시에 둔 공직자 많다. “내가 아는 고위직들 순창에 주소 두고 순창에서 사는 사람 없다”고 단언하는 군민들이 줄어들지 않으면 인구 3만 아니 ‘순창소멸’ 막을 수 없다. 하긴 “없어지면 어때, 나는 이미 순창 주민 아닌데…” 그저 돈 버는 곳만 순창인 사람들이 하루빨리 순창 주민이 되기를 희망하며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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